Special Interview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주의적인 공간, DDP

하지훈 가구디자이너

사진 하지훈 제공
사진 하지훈 제공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시민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DDP가 개관 당시 가구 컬렉션을 했는데, 제 의자도 컬렉션에 포함되어서 그때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DDP에서 열린 <백두대간 와유(臥遊)> 전시에도 참여했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게 되었어요.
 
DDP에 자주 가시나요?
자주 가죠. 전시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DDP가 생기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서울에 디자인 전시를 비롯해 수준 높은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가장 반가운 부분이에요.


DDP에서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둘레길.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전시공간이 없어요. 전시공간으로서  안 좋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공간이 어디에도 없으니까 독특한 전시를 할 수도 있어요. 건물 안에 길이 있다는 건데, 그것이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통 화이트 큐브 전시에서는 공간 전체가 한눈에 다 보이고, 전시품들이 공간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둘레길은 시선 안에 공간이 한꺼번에 다 드러나지도 않고, 마치 내가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DDP만이 가진 굉장히 유니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 공간이 갖는 가치, 혹은 건축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는 관념적인 것에 너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매번 일하면서 느끼지만, 심지어 제가 하는 일도 항상 관념과 싸움이라고 볼 정도예요. 사람들이 가구를 판단할 때, 이 의자가 편한가를 보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의자 디자인에서 과연 사람이 중심이냐, 아니면 조형적인 것이 우선이냐 했을 때, 조형성이 우선시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모든 것을 하나의 가치로 판단할 수는 없어요. 예술과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명확한 답이 없는 분야라는 거죠. 그래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 대해 구불거리는 벽 때문에 기능적으로 공간 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DDP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안의 아주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갖는 것 같고, 하나쯤은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걸 다 공간 효율성으로만 따지다 보면 이 세상이 얼마나 건조하겠어요. 이렇게 크레이지한 공간도 있어야, 사람들이 DDP를 보면서 어떤 예술적인 감동을 얻는 거죠. 이것도 기능보다는 조형성이 갖는 사회적인 기능이자 의미라고 봐요. 저는 그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물론 다른 개념의 건축물들도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같은 것이 그래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는 완전히 양쪽 끝단에 있는 거예요. 터에 대한 것, 그리고 기무사 건물을 유지한다거나 아니면 거기에 원래 있었던 역사성을 부드럽게 이어서 만들어나가는 건축이 있는 거죠. 반면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정체성과 개성, '– 주의적'인 것이 강한 건축물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그 도시가 풍성해 지는 거죠. 그래서 DDP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거예요. 서울에 그런  공간이 없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든 관광객이 둘러보는 공간이 됐단 말이에요. 그게 중요해요.
저는 덴마크에서 공부했는데, 덴마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건축에 투자를 많이 하고, 특히 주로 공공건물에서 상징성을 풀어내요. 도서관 같은 거요. 저는 그렇게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공건물은 왜 맨날 재미없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친환경적이고, 돈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투자를 많이 해서 오랫동안 사회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공공건물은 여러 사람한테 의미를 전달해 주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저런 건물이 들어서니까 주변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하는 것들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공공건물이 가장 효과적인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관념적으로 공공건물에는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둥 여러 가지 저해 요소가 있어요.
관념과 싸움에서 그걸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게 예술이고요. 싸워나가는 거죠. 다른 생각을 갖고 간다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DDP가 중요한 겁니다. DDP는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한 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건축만큼 많은 향을 줄 수 있는 게 어디 있어요.


도시와 건축의 관계에서 또 도시의 풍경 측면에서, 서울 안에서 DDP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정답은 없어요. 어느 공간에 외계 우주선이 추락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공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DDP는 그 공간에 대한 주변 것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에요. 충격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런 공간들이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건물들이어서 공간이, 도시가 재미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이렇게 충격을 줄 수 있고, 조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해요.  
 

DDP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DDP와 나름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디자인계 내에서 DDP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 경우는 DDP가 있어서 안심하게 돼요. 내가 지금 DDP와 뭔가 하지 않더라도 ‘DDP가 있으니 언제든 거기서 무언가를 하면 돼’ 라고나 할까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뭔가 안심할 수 있는 든든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또 DDP에 관해 이야기할 때 패션이니 디자인이니 그런 것은 상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안 좋은 부분 중 하나가 자꾸 공예, 디자인, 예술,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나눈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누나요. 장르가 무너진 지가 언젠데요. 오히려 이제는 장르 구분하지 않고, 확실하게 DDP라는 공간의 퀄리티에 맞는 전시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퀄리티 있는 전시들이 잘 필터링 되어서 DDP에서 계속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기획을 하는 것보다 좋은 전시만 계속 보여줘도 DDP의 역할은 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가장 자주 회자되는 화두가 플랫폼이라는 단어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DDP에 가면 전시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많아야 해요. ‘주말에 우리 어디 갈까?’ 했을 때 DDP에 가면 하루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어렵죠. 수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도 두 번째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즐길 거리, 즉 콘텐츠가 계속 있어야 하는 거죠. DDP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해요. 요즘은 백화점만 해도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들을 불러 모으잖아요. 그러니까 DDP 안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전시라든지 아니면 F&B 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획이 필요한 거죠.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도 필요하고요. 이런 걸 예술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미술관을 보면 큐레이터 제도가 있잖아요. 외부기획자도 있고요. 다시 말해 내부에서 모든 기획을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이 있으면 그 예산 안에서 좋은 기획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럼 부담 없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DDP가 비판 받는 이유는 그 좋은 공간을 가지고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내용이 가장 많을 거예요. 저는 오히려 디자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예술과 문화가 더 어우러지면서 장르에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어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더 오래된 것 같은데 5주년밖에 안 됐네요. 저는 이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DDP 주변에 여행용 가방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저는 역시 DDP를 만든 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좀 더 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기서 머물 수 있고, 한국,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죠.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항상 너무 조급하게, 한 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것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DDP는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 있을 테니 한 달, 일 년,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지면서 건축의 완성도에 걸맞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뿐만 아니고 모든 서울시민이 격려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OHS

진행 최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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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주의적인 공간, DDP, 하지훈 가구디자이너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시민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DDP가 개관 당시 가구 컬렉션을 했는데, 제 의자도 컬렉션에 포함되어서 그때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DDP에서 열린 <백두대간 와유(臥遊)> 전시에도 참여했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게 되었어요.   DDP에 자주 가시나요? 자주 가죠. 전시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DDP가 생기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서울에 디자인 전시를 비롯해 수준 높은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가장 반가운 부분이에요. DDP에서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둘레길.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전시공간이 없어요. 전시공간으로서  안 좋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공간이 어디에도 없으니까 독특한 전시를 할 수도 있어요. 건물 안에 길이 있다는 건데, 그것이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통 화이트 큐브 전시에서는 공간 전체가 한눈에 다 보이고, 전시품들이 공간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둘레길은 시선 안에 공간이 한꺼번에 다 드러나지도 않고, 마치 내가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DDP만이 가진 굉장히 유니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 공간이 갖는 가치, 혹은 건축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는 관념적인 것에 너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매번 일하면서 느끼지만, 심지어 제가 하는 일도 항상 관념과 싸움이라고 볼 정도예요. 사람들이 가구를 판단할 때, 이 의자가 편한가를 보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의자 디자인에서 과연 사람이 중심이냐, 아니면 조형적인 것이 우선이냐 했을 때, 조형성이 우선시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모든 것을 하나의 가치로 판단할 수는 없어요. 예술과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명확한 답이 없는 분야라는 거죠. 그래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 대해 구불거리는 벽 때문에 기능적으로 공간 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DDP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안의 아주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갖는 것 같고, 하나쯤은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걸 다 공간 효율성으로만 따지다 보면 이 세상이 얼마나 건조하겠어요. 이렇게 크레이지한 공간도 있어야, 사람들이 DDP를 보면서 어떤 예술적인 감동을 얻는 거죠. 이것도 기능보다는 조형성이 갖는 사회적인 기능이자 의미라고 봐요. 저는 그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물론 다른 개념의 건축물들도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같은 것이 그래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는 완전히 양쪽 끝단에 있는 거예요. 터에 대한 것, 그리고 기무사 건물을 유지한다거나 아니면 거기에 원래 있었던 역사성을 부드럽게 이어서 만들어나가는 건축이 있는 거죠. 반면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정체성과 개성, '– 주의적'인 것이 강한 건축물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그 도시가 풍성해 지는 거죠. 그래서 DDP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거예요. 서울에 그런  공간이 없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든 관광객이 둘러보는 공간이 됐단 말이에요. 그게 중요해요. 저는 덴마크에서 공부했는데, 덴마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건축에 투자를 많이 하고, 특히 주로 공공건물에서 상징성을 풀어내요. 도서관 같은 거요. 저는 그렇게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공건물은 왜 맨날 재미없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친환경적이고, 돈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투자를 많이 해서 오랫동안 사회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공공건물은 여러 사람한테 의미를 전달해 주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저런 건물이 들어서니까 주변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하는 것들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공공건물이 가장 효과적인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관념적으로 공공건물에는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둥 여러 가지 저해 요소가 있어요. 관념과 싸움에서 그걸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게 예술이고요. 싸워나가는 거죠. 다른 생각을 갖고 간다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DDP가 중요한 겁니다. DDP는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한 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건축만큼 많은 향을 줄 수 있는 게 어디 있어요. 도시와 건축의 관계에서 또 도시의 풍경 측면에서, 서울 안에서 DDP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정답은 없어요. 어느 공간에 외계 우주선이 추락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공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DDP는 그 공간에 대한 주변 것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에요. 충격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런 공간들이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건물들이어서 공간이, 도시가 재미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이렇게 충격을 줄 수 있고, 조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해요.     DDP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DDP와 나름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디자인계 내에서 DDP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 경우는 DDP가 있어서 안심하게 돼요. 내가 지금 DDP와 뭔가 하지 않더라도 ‘DDP가 있으니 언제든 거기서 무언가를 하면 돼’ 라고나 할까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뭔가 안심할 수 있는 든든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또 DDP에 관해 이야기할 때 패션이니 디자인이니 그런 것은 상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안 좋은 부분 중 하나가 자꾸 공예, 디자인, 예술,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나눈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누나요. 장르가 무너진 지가 언젠데요. 오히려 이제는 장르 구분하지 않고, 확실하게 DDP라는 공간의 퀄리티에 맞는 전시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퀄리티 있는 전시들이 잘 필터링 되어서 DDP에서 계속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기획을 하는 것보다 좋은 전시만 계속 보여줘도 DDP의 역할은 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가장 자주 회자되는 화두가 플랫폼이라는 단어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DDP에 가면 전시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많아야 해요. ‘주말에 우리 어디 갈까?’ 했을 때 DDP에 가면 하루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어렵죠. 수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도 두 번째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즐길 거리, 즉 콘텐츠가 계속 있어야 하는 거죠. DDP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해요. 요즘은 백화점만 해도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들을 불러 모으잖아요. 그러니까 DDP 안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전시라든지 아니면 F&B 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획이 필요한 거죠.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도 필요하고요. 이런 걸 예술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미술관을 보면 큐레이터 제도가 있잖아요. 외부기획자도 있고요. 다시 말해 내부에서 모든 기획을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이 있으면 그 예산 안에서 좋은 기획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럼 부담 없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DDP가 비판 받는 이유는 그 좋은 공간을 가지고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내용이 가장 많을 거예요. 저는 오히려 디자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예술과 문화가 더 어우러지면서 장르에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어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더 오래된 것 같은데 5주년밖에 안 됐네요. 저는 이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DDP 주변에 여행용 가방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저는 역시 DDP를 만든 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좀 더 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기서 머물 수 있고, 한국,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죠.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항상 너무 조급하게, 한 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것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DDP는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 있을 테니 한 달, 일 년,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지면서 건축의 완성도에 걸맞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뿐만 아니고 모든 서울시민이 격려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OHS 진행 최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