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시대”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사진_영국대사관 제공)
(사진_영국대사관 제공)
(사진_영국대사관 제공)
한국에 오신 지 2년이 되어간다. 한국에 오기 전 서울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2003년과 2004년에 처음 한국을 짧게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이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4년 후인 2017년에 다시 왔을 때 변화한 서울의 모습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 여러 고궁이 복원되고 녹지가 조성되어 수많은 매력적인 공간들이 새로 생겨나 있었다. 주한 영국대사로 부임하기 전, 2017년 하반기에 서울에 머물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때 여러 장소를 방문하여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한 곳을 고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사관 옆에 있는 덕수궁은 산책하기 매우 좋다. 생각에 잠겨야 할 때 종종 덕수궁을 걷곤 한다. 가끔은 연필과 스케치북을 챙겨가서 덕수궁을 스케치하기도 한다. 서울의 박물관과 미술관도 매우 좋아한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청계천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 그리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자주 간다. 각 박물관의 특별전도 다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오기 전 옛 서울의 모습을 매번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돈의문박물관마을도 찾아가기 좋은 장소다. 광장시장과 같은 서울의 전통 시장도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동대문 시장의 수많은 옷과 액세서리의 종류는 갈 때마다 매번 놀랍다. 야구팬이기 때문에 잠실 야구경기장 또한 내 리스트의 상위 10위에 항상 포함돼 있다. 이 모든 장소 가운데 가장 좋았던 경험은 바로 인왕산 등산이다. 인왕산에 오르면 서울의 멋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그의 삶과 시를 감상하는 것 또한 매우 감명 깊었던 경험 중 하나다.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 정동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과거 한국에서 영국대사관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사관도 영국대사관이 유일하다. 정동이라는 장소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선 시대와 대한제국의 수많은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중구 정동에서 살며, 또 일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다. 그 시대에 건축되어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축물 대부분은 현재 박물관 또는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여 영국의 선대 외교관들이 130여 년 전 사용했던 건물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나로 하여금 역사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정동에는 영국문화원도 있다. 한국 최초의 현대 교육 기관 중 한 곳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위치한 이곳에서 영국문화원은 다양한 연령층에 영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사관저가 1890년에 지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벽돌과 석재를 이용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서양식 건물이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흘렀고, 보기 드물게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건축,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영국인데, 혹시 새로운 건축 디자인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영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자국의 디자인 및 건축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와 전통 또한 존중한다. 선대 외교관들이 한영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건물을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우리의 파트너들을 환영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종종 서울시청 서소문 건물 13층에 올라 정동의 전경을 눈에 담는다. 수많은 역사적 건물들 사이에 영국 관저가 자리한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건물을 현대식 건축물로 바꾼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한국에 부임한 후부터 계속 살고 계실 텐데, 대사님과 가족들은 어느 공간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불편함과 좋은 점은 무엇인지, 1890년에 지어진 건물에 산다는 것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관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1층의 테라스와 2층의 발코니이다. 두 곳 모두 관저의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이며, 2층 발코니에서는 남산도 조금 보인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더욱 사랑받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테라스와 발코니는 복잡한 도시 속 휴식과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공간이다. 관저 인테리어는 현대 생활방식을 따라가기 위해 여러 차례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19세기 건축 양식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사진_영국대사관 제공)
사진_오픈하우스서울
사진_오픈하우스서울
사진_오픈하우스서울
외교관으로서 많은 나라를 방문하실 듯하다. 대사관과 대사관저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도시 안의 또 다른 영토이다. 어쩌면 도시 안의 섬일 수도 있다. 외교 공간이 도시와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도시에서 외교 공간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듣고 싶다.

현대 건축물인 대사관 사무동 건물과 오래된 관저 모두 다양한 게스트를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의 한국 게스트들이 관저를 방문한다. 행사마다 나는 처음 관저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환영사를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환영사 중에 자주 관저의 역사를 언급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방문했을 때 그렇다. 관저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보통 외교의 목적에 관해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관저는 130여 년의 시간 동안 한영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이다.


대사관은 도시 속 또 하나의 국가다. 정치적인 접근도 있겠지만, 문화 외교가 중요한 21세기에 한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알리고,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창구 역할도 한다.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텐데, 특히 영국대사관은 문화적 소통 창구로 대사관저를 잘 활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문화적 전략이 있는지, 또 연중 어떤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지 알고 싶다.

현재까지 관저에서 열리는 행사 대부분은 경제, 금융, 정치, 기술, 교육 그리고 언론과 같은 분야에서의 한영 관계를 홍보하거나 촉진하고, 현재와 미래의 한국 리더들과 이해관계를 넓히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문화적 행사를 진행하고자 노력하는데, 최근 유명 영국 가수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고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개최한 행사를 하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공동행사에서는 시인 최정계가 본인의 시를 낭독하고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문화 외교 또한 중요한 시대다. 이번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계기로 영국대사관의 스페셜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도 중요한 교류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과의 문화 외교를 통한 교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과 영국의 문화 외교는 양국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둥이 되었다. 이 중요성은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동안 진가를 발휘했다. 이제는 이러한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 문화를 통해 사회를 연결하고 서로에게서 배움을 얻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주한 영국문화원은 예술과 문화가 사회의 모든 부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 분야의 포괄성에 대한 문화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과 영국은 다양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십만 명이 넘는 영국 군인들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했다. 오늘날 한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견고하다. 무역과 비즈니스를 넘어 문화적, 사회적 교류에서도 우리의 관계는 발전하고 있다. 4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영국에서 살고 있으며, 5천 명 이상의 한국 학생이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또 매년 20만 명 이상의한국 관광객들이 영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인에게 점점 더 매력적인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 역시 점점 더 많은 영국인에게 환영받고 있다. 한류는 계속해서 영국을 휩쓸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으며,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구단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점점 더 많은 영국인에게 한국은 ‘힙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국제적인 현안이 대두될수록 문화 교류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서울 시민들과 함께 만나는 오픈하우스의 의미도 더 깊은 것 같다. 문화 교류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생각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시면 좋겠다.

문화 교류는 또 다른 전통, 신념, 사회 그리고 언어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다른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관점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기술적 연결 외에도 기후 변화와 같은 범세계적 이슈를 통해 모두가 연결된 지금의 사회에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21세기 사회적 문제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처는 이해와 소통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9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참여하시는 모든 분에게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집합도시’라는 올해의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4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65%는 도시에서 살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스마트하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과 영국은 이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연결된 도시 중 하나이며, 영국은 스마트시티 개발과 적용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이다. 우리 함께 더 견고하고 발전된 한영 관계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진행 최진이, 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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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OPENHOUSE 캐나다대사관, 자이들러 파트너십 아키텍츠 2019년 9월 28일 6:00PM
Special OPENHOUSE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조자용+신영훈+스튜어트 L. 누프 * 별도 사전 참가 신청은 받지 않으며, 당일 현장에서 줄을 서서 입장합니다.   * 이 프로그램은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연계한 스페셜 프로그램입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티켓 혹은 방문 스탬프를 소지하셔야 입장 가능합니다.(입장 시 현장 확인)  * 이 프로그램은 대사관 보안관리 규정 상, 방문 입장 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학생증)을 반드시 지참해 주십시오.    -> 어린이 및 청소년 동반 가능(보호자 신분증 확인)    -> 보호자 동반하지 않는 청소년은 신분증(학생증, 여권) 지참 * 대사관 출입 시 공항 수준의 보안검색 예정으로 위험물을 소지할 수 없으며, 휴대폰을 제외한 노트북 및 기타 전자기기 반입이 불가합니다. * 대사관 사진 촬영은 일부 제한되는 곳이 있으며, 보안상 동선과 이동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현장에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2019년 9월 29일 14:00 - 17:00  선착순, 줄을 서서 대기 후 그룹(12명)으로 입장 공개 범위 게스트하우스와 관저 외부 개방 (대사관저 내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서구열강 중 최초로 1882년 조선과 수교를 맺고 양국 간 통상이 허용되어 1883년 조선에 푸트 공사를 파견한다. 다음 해인 1884년 공사관과 공사관저를 물색하던 푸트 공사는 고종의 허가로 정동의 한옥과 수천 평의 대지를 매입하게 되는데 이는 조선 왕실이 외국인에게 매각한 최초의 부동산 사례가 된다. 미국대사관은 1884년부터 90년간 사용해 낡은 한옥 관저를 부수고 1974년 새롭게 착공에 들어간다. 관저 신축 당시 필립 하비브(Philip Habib) 대사는 당시 미국 국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옥을 고집하였고, 당시로써는 파격적으로 한국과 미국 최고의 건축 전문가와 장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적 편의 시설을 접목하는 설계를 의뢰했다. 건축가이자 민속학자인 조자용이 설계하고 전통 건축의 대가인 신영훈의 자문과 인간문화재 이광규 대목장이 총감독을 맡았다. 미국 국무부 측의 멜저 P. 부커, 스튜어트 누프 등도 설계와 건축 과정에 참여해 1976년 한국의 전통예술과 미국의 현대건축기술이 결합한 새 관저 하비브 하우스가 완공되었다. ‘ㅁ’자 구조의 한옥 관저 안뜰에는 포석정을 재현한 연못이 있다. 내부는 한옥과 서양식을 결합했으며, 솟을대문과 격자창, 문고리 등은 한국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었다. 1976년 레이건 대통령은 전 세계 미국대사관 중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한 일화가 있으며 아이젠하워와 카터 등 방한한 미국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묵었다. 글 : OHS 사진 및 자료 : 미국대사관 제공 조자용 조자용(1926-2000)은 황해도 황주 태생으로 1947년 미국으로 유학해 밴더빌트대학에서 토목공학과 하버드대학원에서 현대구조공학을 공부했다. 해방 후 첫 미국 유학생 일원이었던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으로 돌아와 동산병원, 대구 계명대, 경북대, 원주 감리병원, 부산 침례병원, 광주 장로교병원, 을지로 메디컬센터, 서울YMCA 건축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재건에 힘을 보탰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도시화로 인해 평가절하된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후 한국 민화 보존에 헌신했다. 신영훈 신영훈은 1935년 개성에서 출생했으며, 1959년부터 국가지정 중요 국보, 보물 보수에 종사했다. 한국을 대표해서 미국대사관저 신축에 문화재 보존에 관한 자문으로 참여했다. 1962년부터 1999년까지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한옥문화원 원장, 해라시아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했다. 주요 작품은 전남 승주 송광사 대웅보전,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관 사랑실 등이다. 스튜어트 L. 누프(Stuart L. Knoop) 2000년 미국건축가협회 최우수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스튜어트 L. 누프는 마스터플래닝, 개보수, 복원 및 역사보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해외 60곳이 넘는 지역에서 다양한 미국 정부기관을 위한 보안설계 관련 컨설팅을 해주었으며, 하비브하우스 개보수 공사를 총괄지휘하며 수석 건축사로 활약했다.  
Special OPENHOUSE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조자용+신영훈+스튜어트 L. 누프 2019년 9월 29일 2:0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