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서리풀나무집

조남호

2019년 10월 16일 3:00PM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 10월 3일 오후2시부터 참가 신청 가능


 

서리풀이
서초동은 과거 서리풀이 무성한 곳이라 하여 ‘서리풀이’, ‘상초리(霜草里)’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되었다. 우면산 물이 이리저리 서리어 흐르고, 서울 교대에서 동쪽 경부고속도로에 이르는 부근에 있었으며, 장마가 지면 마을 어귀까지 물이 끼어 서리곤 했다고 한다. 부지는 이곳 인근에 있다. 강남의 많은 지역이 아파트로 재건축되거나 다세대, 다가구 촌이 되었지만, 큰길 안쪽 언덕에 자리 잡다 보니 변화로부터 비켜날 수 있었다. 주변은 비교적 단독주택으로 정온한 마을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의 상자 쌓기 
주택은 작은 도시, 도시는 큰 주택이다. 주택은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 중에서 가장 작은 단위이고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하나의 도시일 수도 있고 소우주일 수도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단위들이 모여 동네가 되고, 동네가 모여 도시가 된다. 좋은 도시는 대형건축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중소규모 건축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건축주는 첫 미팅에서 골판지를 이용해 층별로 분리된 모형을 만들어와 자기 생각을 설명했는데, 그것은 마치 생각을 수평적으로 배열하고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 같았다. 말이 사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블록처럼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채 과거의 삶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남편과 아내, 아들 각각 독립적인 영역이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가족의 영역을 구분하고 관계의 밀도를 섬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으로 설계는 진행되었다. 분리된 세 사람의 영역은 물 흐르듯 연속된다. 일반적으로 집의 중심을 이루는 거실은 없다. 거실이 수행하던 다목적 기능은 분리되어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 음악감상이나 연주를 위한 홀과 서재, 등으로 재편되었다. 이렇게 분리되거나 연결된 공간들이 배열되고 적층되어 집이 되고, 마을을 이루는 단위가 된다.

 

콘크리트와 목구조 공간 특성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흔히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형태든 기능이든 각각의 고유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형태가 기능 또는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서리풀나무집은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건축이다. 하이브리드 공간은 향후 가변적 공간 구조와 더불어 재료와 구축적 공간이 이루고 고유한 특성을 경험하게 된다. 

만드는 것은 건축가의 영역이지만 건축주가 공간의 변화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보고 건축가는 ‘느슨한 질서’를 만든다. 미래의 공간 활용에서 건축주의 의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집과 짓는 과정, 삶을 일컬어 ‘깃듦의 건축’으로 정의했다. 

 

조남호  사진 윤준환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건축(건축가 조남호)은 1995년 시작한 이래 역사로부터 배운 건축의 질서에 현대의 다양한 양상을 접목해 새로운 건축 유형으로 융합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솔토지빈의 목조건축 작업은 전통에서 익힌 기예를 바탕으로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프로그램과 교류하며 단독주택에서 공공시설과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목재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특성으로 인해 현대도시건축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그리고 새로운 재료이다. 미래 도시 건축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주거건축에서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작업으로 구분된다. 살구나무집과 계수나무집은 너무나 다양해져 혼란스러운 단독주택에 대응해 동네 풍경에 어울리는 보편적 가치를 실험하고 있다. 2018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구릉지 풍경, 백사마을’ 프로젝트는 달동네의 경관과 공동체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현상학적 관점의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제안하고 있다. 


 
Map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건축가 조남호
건축주 조현
일시 2019년 10월 16일 3:00PM
위치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집합 장소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23길 27 (삼성금융캠퍼스 정문 앞 마당)
인원 25
TOP LIST
비평 집의 가능성을 열다, 글_박정현 건축평론가 집이라는 단어가 그리는 윤곽은 건축의 경계와 포개지는 면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는 집을 건축으로 바꿔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집을 방문하는 일은 건축을 답사하는 것과는 꽤 다르다. 주어진 프로그램과 조건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과 같은 건축적인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괄호 속에 넣어야 한다. 반면 취향과 욕망의 전시가 펼쳐지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제 현장에 관한 관심, 아파트와 다른 주거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에 관한 관심, 이를 가능케 하는 금융 모델에 대한 호기심이 전면에 나서면 건축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게 마련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가 흥미로운 까닭은 이런 두 시선이 엉켜 있음을,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시선이 (전통적인 의미의) 건축적인 것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건축적인 것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징후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채의 주택 가운데 다른 모든 것을 괄호치고 건축적 관심만 자아내는 대상, 다르게 말해 건축적 관심을 유발하는 주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집짓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2010년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후반 잡지 ‹공간›이 다룬 주택에서 라이프스타일과 금융, 부동산 모델 등을 읽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2006년 무렵 김헌의 ‘다이코그램(dichogram)’이나 ‘이나큘라(inocula)’, 조병수의 ‘세 상자 집’ 등 당시 주목받았던 주택과 요즘 회자되는 주택 사이의 간극은 무척 크다. 김헌과 조병수의 주택은 건축가의 성향과 건물의 형태나 접근법에서 비슷한 면이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건축 내부로부터 건축을 설명하는 것, 도시에 대한 무관심 등 두 건축가의 작업 모두 대단히 (전통적 의미에서) 건축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외적인 주거 방식이자 건축가의 에고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축 유형일 때, 주택은 건축 담론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2010년대 초중반 땅콩집 신드롬과 함께 시작된 집짓기 흐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서울 근교의 택지가 동났던 이유는 건축이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알고 나면 김이 샐 만큼 간단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금융 모델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땅콩집은 빈약한 건축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으로 마당 있는 주택을 마련할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단독주택은 은퇴 후가 아니라 아이가 어릴 때 더 적합한 주택 유형이라는 생각, 국내에 선례가 많지 않았던 경량 목구조를 확산시켰다. 물론 이 시기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주춤하고 금리가 예외적으로 낮았던 때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에는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건축을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집을 짓는 이들의 나이가 50 – 60대에서 30 – 40대로 내려오게 되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건축가의 독립이 빨라진 것이다. 연령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건축주는 자신보다 어린 건축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건축가라 불리는 이들의 수가 그 어느때보다 많아진 주요한 이유는 젊은 건축주들의 등장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주거는 이 젊은 건축주-건축가 조합의 산물이다. 크기, 형태, 거주와 주택 유형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집들에서 읽을 수 있는 공통점은 도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전 세대 건축가의 집들이 무질서한 서울을 부정하거나 눈 감고 가능하면 그 맥락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집은 주변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aoa architects)의 ‘단단집’과 ‘남녀하우스’의 외부는 서울 어디에나 흔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형식과 재료를 장식적으로 차용한다. 그리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된 평면, 다양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실내와 병치시킨다. ‘미아동 협소주택’과 ‘맥스미니움’ 등 가로 폭이 대단히 좁은 대지에 세워진 주택들은 건축가들이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건설업체나 법적 건축허가만 내주는 설계사무소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거리의 모퉁이에 건축이 처음 개입한 예들이다.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일 수는 없으나 버려지거나 방치된 채 있던 이 공간이 건축적 개입으로 거주할 만한 곳으로 바뀌는 일은 전면철거와 재개발이 더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서울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련의 대수선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재관의 ‘예진이네 집수리’와 ‘두꺼비집 수리’도 비슷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 곁에 언제나 있었지만 가시화되지 못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건축 행위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주택을 둘러싼 다양한 시도들이 공간 기획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 건축물을 짓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건축의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박창현과 최하영의 ‘유일 주택’은 원룸으로 적층된 저층부와 건축주가 사는 상층부로 구성되는 흔한 다세대 · 다가구에 목욕탕이라는 공유 공간을 삽입했다. ‘풍년빌라’는, 건축가가 땅의 매입, 프로그램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클라이언트의 발주 여부에 달려 있는 전통적인 건축 작업과 달리, 건축가가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는 이런 작업이 건축가의 업무영역 확대뿐 아니라 도시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짚어봄 직한 추세는 상가 주택이다. 저층부에는 상가가 고층부에는 주거가 배치된, 이른바 상가 주택이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상가 주택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단히 흔했고, 1990년대 초 건설된 분당과 일산에도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상가 주택은 거주 환경이 나쁜 대표적인 주택 유형으로 손꼽혔고, 관심을 기울일 만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된 ‘노스테라스’를 설계한 황두진의 지적 대로 가장 도시적인 주거라 할 수 있는 상가주택은 최근 건축가들의 주요 설계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작업의 건축적 성취와 의미가 무엇인지 회의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확답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다. 오히려 집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가 축적될 때까지 잠시 건축 논의는 미뤄두어도 좋지 않을까.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일인 가구 수 증가와 노령화에 한국의 도시가 대처해야 하는 시점이 이미 도달했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건축이 들어설 자리를 찾는 사이, 집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을지 모른다. 더 많은 집의 문이 열린 것을 환영하며 더 많은 가능성의 문이 집과 함께 열리길 기대하자.
OpenHouse 화운원, 오승현 + 박혜선 2019년 10월 12일 10:00AM
OpenHouse 구기동 주택, 조병수 + 이지현 + 윤자윤 2019년 10월 12일 10:00AM
OpenHouse 7377 House, 김우상 + 이대규 2019년 10월 12일 11:00AM
OpenHouse 솔로하우스, 김범준 2019년 10월 12일 1:00PM
OpenHouse 온도, 조성욱 2019년 10월 12일 1:30PM
OpenHouse 옥인동 주택, 김원 2019년 10월 12일 2:00PM
OpenHouse 예진이네 집수리, 김재관 2019년 10월 12일 3:00PM
OpenHouse 재재, 조성욱 2019년 10월 12일 3:0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