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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휴 + 남호진

2019년 10월 13일 3:00PM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9길
사진_김경태

* 10월 3일 오후2시부터 참가 신청 가능


서울의 일반주거지역에 다세대 주택을 지을 때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일조사선을 적용하고 주차 대수와 임대 면적을 확보하다 보면, 건물을 하나의 일관된 기하학적 볼륨으로 완결 짓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는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적인 조건을 건축적인 표현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이 건물은 외부의 형태(massing)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의 구성 논리, 재료, 창을 내는 방식과 디테일 등에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는 4개의 덩어리를 수직적으로 쌓아 올린 구성이다.

1층은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주거로 사용되는 부분은 최소한만 허용된다. 그로 인해 구조체가 띄엄띄엄 섬처럼 분포하는 평면을 갖게 되었다. 기둥은 구조적인 성능을 유지하면서 좁은 전면도로를 통해 드나드는 자동차가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앞면이 좁아지는 형태로 만들었다. 일조사선과 주차의 영향을 덜 받는 9m 이하의 공간, 즉 2, 3층은 최대 면적을 확보하도록 대지 경계를 따라 외벽선을 결정하고, 이를 직교하는 내벽으로 나누어 임대 세대를 배치했다. 4층은 일조사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3층보다 면적이 작다. 여기서는 더욱 실용적으로 직사각형의 방들을 붙여가면서 세대를 구성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단형의 선들이 곧 외벽이 되었고, 모든 방향에 테라스가 있는 세대들이 만들어졌다.  다세대 주택의 마지막 층인 5층은 높이에 큰 제약이 없어 층고가 높은 주인 세대를 두었다. 이 집은 일조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경사의 외벽과 곡선의 내벽이 특유의 공간감을 만든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서로 다른 외장재를 적용하여 그 차이를 더욱 드러나게 하려 했다. 5층에는 금속 시트가 경사진 벽의 코너를 따라 돌게 했고, 면에 따라 기울기가 다른 줄무늬가 만들어졌다. 가장 많은 코너가 있는 4층은 어두운색의 스터코를 적용하여 무늬와 두께가 없이 형태만 남은 외벽을 만들고자 했다. 건물 앞을 거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올 2~3층 외벽은 포천석을 사용했다. 인근의 건물에도 많이 사용된 재료이지만, 아주 얕은 줄다듬으로 가공하고 좁고 긴 비례로 잘라서 사용해, 주변 건물과 닮은 듯하지만 낯선 모습을 갖게 했다. 1층의 기둥들은 별도의 외장재 없이 구조체인 콘크리트를 노출하여 묵직하고 날카로운 형태를 강조했다. 

서울의 여느 필지처럼 건물들에 빽빽이 둘러싸인 곳에서 어떤 창으로 빛과 풍경을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1층은 구조체를 제외하고는 전면 유리를 사용하고 바닥을 반 층 낮춰 층고가 시원하고 눈높이에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되었다. 2~3층은 주변의 창과 마주 보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건물들 사이의 틈새 공간이나 조경을 향하여 창을 배치했다. 4층은 창이 테라스로 나가는 문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5층은 정면에 외벽의 형태를 닮은 큰 창을 내어 지붕이 모여 있는 풍경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옥상에 중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하늘을 보는 창을 만들었다.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로 이루어진 공용공간은 이 모든 부분을 관통한다. 이 공간 안에서는 노출콘크리트 벽체와 화강석의 바닥재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이 공용공간은 5층의 높은 층고, 4층 테라스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 세대 수가 많은 2~3층의 넓은 공용부, 주 출입구에 담긴 거리의 모습과 만나면서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건축사사무소 김남  사진 김경태 및 건축사사무소 김남 제공

사진_김경태
사진_건축사사무소 김남
사진_건축사사무소 김남
사진_건축사사무소 김남
사진_김경태
사진_건축사사무소 김남


건축사사무소 김남
건축사사무소 김남은 김진휴와 남호진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다. 김진휴는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스위스건축협회(SIA) 정회원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건축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김남을 개소하기 전 스위스의 헤르초크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일본의 사나(SANAA), 미국의 소일(SO-IL)에서 실무를 익혔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여 스튜디오를 지도하고 있다. 남호진은 미국 커네티컷주 건축사(AIA RA)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건축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김남을 개소하기 전 미국의 펠리 클라크 아키텍츠(Pelli Clarke Pelli Architects), SOM 뉴욕(SOM New York), ㈜남산에이엔씨 종합건축사사무소, 스위스의 헤르초크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스튜디오를 지도했다.

www.kimnam.co.kr

Map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9길
건축가 김진휴 + 남호진
건축주 박현숙
일시 2019년 10월 13일 3:00PM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53길 46
집합 장소 GS25 신사초롱점 앞 집합
인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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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집의 가능성을 열다, 글_박정현 건축평론가 집이라는 단어가 그리는 윤곽은 건축의 경계와 포개지는 면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는 집을 건축으로 바꿔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집을 방문하는 일은 건축을 답사하는 것과는 꽤 다르다. 주어진 프로그램과 조건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과 같은 건축적인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괄호 속에 넣어야 한다. 반면 취향과 욕망의 전시가 펼쳐지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제 현장에 관한 관심, 아파트와 다른 주거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에 관한 관심, 이를 가능케 하는 금융 모델에 대한 호기심이 전면에 나서면 건축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게 마련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가 흥미로운 까닭은 이런 두 시선이 엉켜 있음을,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시선이 (전통적인 의미의) 건축적인 것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건축적인 것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징후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채의 주택 가운데 다른 모든 것을 괄호치고 건축적 관심만 자아내는 대상, 다르게 말해 건축적 관심을 유발하는 주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집짓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2010년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후반 잡지 ‹공간›이 다룬 주택에서 라이프스타일과 금융, 부동산 모델 등을 읽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2006년 무렵 김헌의 ‘다이코그램(dichogram)’이나 ‘이나큘라(inocula)’, 조병수의 ‘세 상자 집’ 등 당시 주목받았던 주택과 요즘 회자되는 주택 사이의 간극은 무척 크다. 김헌과 조병수의 주택은 건축가의 성향과 건물의 형태나 접근법에서 비슷한 면이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건축 내부로부터 건축을 설명하는 것, 도시에 대한 무관심 등 두 건축가의 작업 모두 대단히 (전통적 의미에서) 건축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외적인 주거 방식이자 건축가의 에고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축 유형일 때, 주택은 건축 담론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2010년대 초중반 땅콩집 신드롬과 함께 시작된 집짓기 흐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서울 근교의 택지가 동났던 이유는 건축이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알고 나면 김이 샐 만큼 간단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금융 모델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땅콩집은 빈약한 건축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으로 마당 있는 주택을 마련할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단독주택은 은퇴 후가 아니라 아이가 어릴 때 더 적합한 주택 유형이라는 생각, 국내에 선례가 많지 않았던 경량 목구조를 확산시켰다. 물론 이 시기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주춤하고 금리가 예외적으로 낮았던 때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에는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건축을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집을 짓는 이들의 나이가 50 – 60대에서 30 – 40대로 내려오게 되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건축가의 독립이 빨라진 것이다. 연령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건축주는 자신보다 어린 건축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건축가라 불리는 이들의 수가 그 어느때보다 많아진 주요한 이유는 젊은 건축주들의 등장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주거는 이 젊은 건축주-건축가 조합의 산물이다. 크기, 형태, 거주와 주택 유형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집들에서 읽을 수 있는 공통점은 도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전 세대 건축가의 집들이 무질서한 서울을 부정하거나 눈 감고 가능하면 그 맥락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집은 주변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aoa architects)의 ‘단단집’과 ‘남녀하우스’의 외부는 서울 어디에나 흔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형식과 재료를 장식적으로 차용한다. 그리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된 평면, 다양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실내와 병치시킨다. ‘미아동 협소주택’과 ‘맥스미니움’ 등 가로 폭이 대단히 좁은 대지에 세워진 주택들은 건축가들이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건설업체나 법적 건축허가만 내주는 설계사무소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거리의 모퉁이에 건축이 처음 개입한 예들이다.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일 수는 없으나 버려지거나 방치된 채 있던 이 공간이 건축적 개입으로 거주할 만한 곳으로 바뀌는 일은 전면철거와 재개발이 더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서울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련의 대수선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재관의 ‘예진이네 집수리’와 ‘두꺼비집 수리’도 비슷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 곁에 언제나 있었지만 가시화되지 못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건축 행위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주택을 둘러싼 다양한 시도들이 공간 기획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 건축물을 짓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건축의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박창현과 최하영의 ‘유일 주택’은 원룸으로 적층된 저층부와 건축주가 사는 상층부로 구성되는 흔한 다세대 · 다가구에 목욕탕이라는 공유 공간을 삽입했다. ‘풍년빌라’는, 건축가가 땅의 매입, 프로그램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클라이언트의 발주 여부에 달려 있는 전통적인 건축 작업과 달리, 건축가가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는 이런 작업이 건축가의 업무영역 확대뿐 아니라 도시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짚어봄 직한 추세는 상가 주택이다. 저층부에는 상가가 고층부에는 주거가 배치된, 이른바 상가 주택이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상가 주택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단히 흔했고, 1990년대 초 건설된 분당과 일산에도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상가 주택은 거주 환경이 나쁜 대표적인 주택 유형으로 손꼽혔고, 관심을 기울일 만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된 ‘노스테라스’를 설계한 황두진의 지적 대로 가장 도시적인 주거라 할 수 있는 상가주택은 최근 건축가들의 주요 설계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작업의 건축적 성취와 의미가 무엇인지 회의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확답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다. 오히려 집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가 축적될 때까지 잠시 건축 논의는 미뤄두어도 좋지 않을까.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일인 가구 수 증가와 노령화에 한국의 도시가 대처해야 하는 시점이 이미 도달했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건축이 들어설 자리를 찾는 사이, 집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을지 모른다. 더 많은 집의 문이 열린 것을 환영하며 더 많은 가능성의 문이 집과 함께 열리길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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