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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허서구, 백상진, 김경도

사진_남궁선

하나의 장소, 하나의 공간이 시대와 사건을 연결한다. 40년, 그리 길지도 않다. 그런데도 장소는 나름 작지 않은 시대 사건들과 이야기로 연결된다. 1973년 중동전쟁으로부터 야기된 1차 오일쇼크는 세계 경제를 강타한다. 3개월 만에 원윳값이 3배로 폭등한다. 매봉산 남측사면에도 암반을 뚫어 석유비축기지가 구축된다. 40만 배럴의 유류를 비축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1급 보안 시설로서 철망과 초소들로 경계가 이루어진다. 2002 한일 월드컵 상암 경기장이 바로 앞에 건설된다. 장소는 지근거리의 위험물 저장시설로서 안전의 이유로 폐쇄된다. 고유의 기능이 폐쇄되고 2014년까지 버스 주차장, 월드컵대교 현장사무실 등으로 점유된다.

기억
유류 비축량 약 40만 배럴, 다섯 개의 오일탱크를 통해 그 물리적 체적이 가늠된다. 그 당시 서울시민들이 한 달간 사용할 비축량이라 하는데 현재 나라 전체의 하루 소모량이 220만 배럴이 넘는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 정도의 비축량이 그토록 소중해서 꼭꼭 숨겨놓았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대 상황, 장소를 통해 앞 세대의 생각들을 경청한다. 장소가 생겨나고 존재해왔던 그 이야기를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을 진정성이라 이해한다. 기억들이 기록들로 각화(刻畵)된 계획 대지. 내재한 수많은 시어(詩語)를 찾아내고 읽어내어 재조합한다. 우리 시대의 나지막한 웅변으로 서사 시킨다.

발굴
장소가 만들어지던 그 시대 그 상황을 재현해낸다. 장비와 인력들을 소환해내어 현재의 기술과 인력들이 겹치는 상상을 한다.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은 발굴 과정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발굴을 통해 새로이 들어설 계획의 방향이 정당화된다. 찾아냄이 시작이며 나타나게 함이 종결이다.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은 석유비축기지 구축 과정의 역순서대로 진행된다. 되메워진 차폐 지형을 걷어내고 작업로의 암반 지형을 노출한다. 전면의 차폐옹벽 개폐 및 변형 여부를 결정한다. 오일탱크 각각에 대한 활용 방법 및 존치 형식을 결정한다. 오일탱크 보호 축대벽의 활용 방식을 결정한다. 축대벽 후면의 암벽보강 및 정리 후 진입로 암벽을 최종 마무리한다. 

시설계획의 핵심요소
암반절개지, 콘크리트 축대벽, 오일탱크는 문화비축기지 시설계획의 핵심요소인 동시에 완성 요소다. 각각의 탱크들이 세 가지 핵심요소들의 조합과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 별도의 수식이 필요하지 않는다. 토사가 걷힌 암반절개지의 순수 형상은 시설계획의 출발점이다. 영역을 한정하는 경계인 동시에 시설물의 배경이 되는 풍경이다. 콘크리트 축대벽은 탱크 외주부를 보호하고 전면 차폐벽과 결합한다. 스스로 조형물이 되면서 안과 밖을 가르는 영역이 된다. 하나의 독립 용기로 존재하면서 다양한 공간 개념으로 추상화된다. 오일탱크 사용에 있어 탱크 자체를 보강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공통 원칙으로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식됨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계획단지 내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후성 강판(코르텐) 등이 사용되지 않는다. 산화 과정을 모방하지 않는다.

하나의 몸짓들
각각의 탱크에 표현되는 디자인 몸짓은 선명하고 절제된 하나이길 원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명확하길 원한다. 그래서 영역 전체의 어떤 이야기가 되길 원한다. 불요한 디자인 개입을 철저히 배제한다. 몇 번 탱크가 가장 애착이 가는가 하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라고 답한다. 전체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1번 탱크는 이동되어 6번 탱크의 내부 탱크가 되며 같은 크기의 유리 탱크로 치환된다.

2번 탱크는 이동되어 6번 탱크의 외부 탱크가 되며 바닥판이 결합하여 공연장을 구성한다.

3번 탱크는 원형 그대로 존치한다.

4번 탱크는 탱크의 내부공간을 사용한다. 기획전시장이 된다.

5번 탱크는 탱크의 외부공간을 사용한다. 상설전시장이 된다.

6번 탱크는 1, 2번 탱크가 겹쳐진 공간이다. 탱크 내부를 건축화시킨 공간이다.

 

허서구  사진 남궁선, 박세원

  
사진_박세원
사진_박세원
사진_박세원
사진_박세원
사진_박세원

허서구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암스테르담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허서구 건축사사무소 許家房 및 원도시건축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건축가협회상(2002)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백상진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부터 건축집단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를 결성하고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경도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스위스 ETH(취리히연방 공과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RoA architects의 대표이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의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Map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건축가 허서구, 백상진, 김경도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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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House 기획, 소유, 거래의 방식, 오픈하우스서울 x 이강석작업실 “어떻게 ‘살’ 것인가”   집에 대한 생각, 기준, 가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가족 기본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삶의 주거 방식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도를 목격하게 됩니다.  집을 '사는 법'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시도들이 많아지는 것이 주목할만한 변화입니다. 선택지가 풍성해지는 덕분일까요? 우리의 고민도 깊어만 갑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고민 말입니다.  <오픈하우스서울 2020>은 유례 없는 뉴노멀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는 지금, 주어진 현실과 공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들이 지금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앞으로의 서울의 주거 풍경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집에 대한 바람이 다양해지면 집을 다루는 시장과 플랫폼도 달라질까요?  글 최진이(오픈하우스서울 오거나이저)   영상ㅣ 집을 기획하다 / 서울·소셜·스탠다드(삼시옷)_ 김하나, 김민철 대표 영상ㅣ 공간 발굴, 그리고 탐색  / 초현실부동산_ 박성진, 이진오 공동대표 영상ㅣ 세컨드하우스의 공유 / 강미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영상ㅣ 색다른 부동산 거래  /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_ 전명희 대표 
VISIT YOURSELF 비짓유어셀프 함께 모이지 못하지만, 개별 방문 가능한 건축물을 소개합니다. 도시 곳곳의 건축물을 찾아 나만의 조용한 도시 탐색을 추천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안내된 내용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으니, 안내된 웹사이트에서 방문 가능한 시간을 한번 더 확인해주세요.   태양의 집 / 김중업 문화비축기지 / 허서구, 백상진, 김경도 평화문화진지 / 유종수 + 김빈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 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아트벙커 B39, 김광수 코스모 40 / 양수인, 임승모 약현성당, E. 코스트 신부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서소문 역사공원 및 성지 역사박물관 / 윤승현, 이규상, 우준승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 / 조창한 가회동 백인제 가옥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 최욱 현대카드 Vinyl & Plastic / 서승모 현대카드 Cooking Library / 최욱 현대카드 Travel Library / 카타야마 마사미치 현대카드 Music Library / 최문규 수락행복발전소 / 장윤규, 신창훈 누하동 이상범 가옥과 화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 조진만 필운동 홍건익 가옥 백남준 기념관 / 최욱 계동 배렴가옥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 최욱 세운베이스먼트, 이충기 PLACE 1, 김찬중 선벽원 (善甓苑), 이충기 한내 지혜의 숲 / 장윤규, 신창훈 유유제약 안양공장 / 김중업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 / 김중업  
OpenHouse 집의 공간, 오픈하우스서울 x 기린그림 ‘발코니 확장형’이라는 말은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유형인 아파트의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외기와 면한 발코니를 실내화하면서 따뜻하고 편리한 내부 공간 위주의 집은 4계절의 더위와 추위를 고려한 방법이기도 하고, 거실의 면적을 늘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면적을 늘리고 단열에 유리한 주거 환경은 관리와 기능에 최적화된 밀폐된 실내를 만듭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이 집의 공간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오픈하우스의 첫번째 스페셜 테마인 ‘집의 공간’은 실내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집의 요소들을 살펴봅니다. 그동안 방치되었거나, 주목하지 않았으나 다시 생각하게 된 집의 공간과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마당, 옥상, 열린 담, 안과 밖의 경계, 공동의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조선의 별서, 집과 도시의 중간 주거까지,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글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대표)    온라인 프로그램  영상_하늘과 만나는 마당, 옥상 ㅣ 부암동 주택_ 최두남  영상_열린 담 ㅣ 케이브하우스_김광수  영상_공동의 거실 ㅣ 유일주택_최하영, 박창현  영상_한옥 리노베이션 ㅣ 가회동 한옥 및 장푸르베 하우스_최욱  영상_안과 밖을 확장하는 반외부공간 ㅣ 새정이마을 주택_정재헌  영상_은퇴자의 재택근무 ㅣ 청운동 주택_김현대  영상_흐르는 마당 ㅣ G하우스_서승모  영상_동네의 접점 ㅣ 해방촌 해방구_임태병, 스튜디오빅미니  영상_정원과 별서 ㅣ 반계 윤웅렬 별서_김봉렬  영상_일상과 비일상의 공존 ㅣ 캐빈하우스_김창균    현장 프로그램 (10.19일 예약 오픈)  11월 8일  오전 11시        서드플레이스 홍은2_박창현  11월 8일  오후   1시        서드플레이스 홍은2_박창현  11월 8일  오전   3시        서드플레이스 홍은2_박창현   
VisitYourself 태양의 집, 김중업 태양의 집은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570㎡ 규모의 철근콘크리트조 쇼핑센터다. 1979년 김중업이 설계해 1982년 준공했다.  이곳은 영등포구 신길동 대로변 모퉁이에 있다. 김중업은 이 건물을 부담 없이 들어가 구경할 생각이 드는 곳이 되길 바라며 설계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모습일지 모르나 상품이 보는 이의 감정을 윽박지르는 서울 거리에 이런 집이 기다려진 지 오래다”라고 건축가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이 건물에는 원형 모티브, 램프, 곡면의 사용 등 다양한 김중업의 건축 언어가 종합적으로 병치 되어 있다. 현재 ‘썬프라자’라는 이름으로 슈퍼마켓 등 상업 시설이 입점해 있다. 글 MMCA(국립현대미술관) 사진 김태동(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중업건축박물관 제공
VisitYourself 문화비축기지, 허서구, 백상진, 김경도 하나의 장소, 하나의 공간이 시대와 사건을 연결한다. 40년, 그리 길지도 않다. 그런데도 장소는 나름 작지 않은 시대 사건들과 이야기로 연결된다. 1973년 중동전쟁으로부터 야기된 1차 오일쇼크는 세계 경제를 강타한다. 3개월 만에 원윳값이 3배로 폭등한다. 매봉산 남측사면에도 암반을 뚫어 석유비축기지가 구축된다. 40만 배럴의 유류를 비축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1급 보안 시설로서 철망과 초소들로 경계가 이루어진다. 2002 한일 월드컵 상암 경기장이 바로 앞에 건설된다. 장소는 지근거리의 위험물 저장시설로서 안전의 이유로 폐쇄된다. 고유의 기능이 폐쇄되고 2014년까지 버스 주차장, 월드컵대교 현장사무실 등으로 점유된다. 기억 유류 비축량 약 40만 배럴, 다섯 개의 오일탱크를 통해 그 물리적 체적이 가늠된다. 그 당시 서울시민들이 한 달간 사용할 비축량이라 하는데 현재 나라 전체의 하루 소모량이 220만 배럴이 넘는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 정도의 비축량이 그토록 소중해서 꼭꼭 숨겨놓았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대 상황, 장소를 통해 앞 세대의 생각들을 경청한다. 장소가 생겨나고 존재해왔던 그 이야기를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을 진정성이라 이해한다. 기억들이 기록들로 각화(刻畵)된 계획 대지. 내재한 수많은 시어(詩語)를 찾아내고 읽어내어 재조합한다. 우리 시대의 나지막한 웅변으로 서사 시킨다. 발굴 장소가 만들어지던 그 시대 그 상황을 재현해낸다. 장비와 인력들을 소환해내어 현재의 기술과 인력들이 겹치는 상상을 한다.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은 발굴 과정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발굴을 통해 새로이 들어설 계획의 방향이 정당화된다. 찾아냄이 시작이며 나타나게 함이 종결이다.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은 석유비축기지 구축 과정의 역순서대로 진행된다. 되메워진 차폐 지형을 걷어내고 작업로의 암반 지형을 노출한다. 전면의 차폐옹벽 개폐 및 변형 여부를 결정한다. 오일탱크 각각에 대한 활용 방법 및 존치 형식을 결정한다. 오일탱크 보호 축대벽의 활용 방식을 결정한다. 축대벽 후면의 암벽보강 및 정리 후 진입로 암벽을 최종 마무리한다.  시설계획의 핵심요소 암반절개지, 콘크리트 축대벽, 오일탱크는 문화비축기지 시설계획의 핵심요소인 동시에 완성 요소다. 각각의 탱크들이 세 가지 핵심요소들의 조합과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 별도의 수식이 필요하지 않는다. 토사가 걷힌 암반절개지의 순수 형상은 시설계획의 출발점이다. 영역을 한정하는 경계인 동시에 시설물의 배경이 되는 풍경이다. 콘크리트 축대벽은 탱크 외주부를 보호하고 전면 차폐벽과 결합한다. 스스로 조형물이 되면서 안과 밖을 가르는 영역이 된다. 하나의 독립 용기로 존재하면서 다양한 공간 개념으로 추상화된다. 오일탱크 사용에 있어 탱크 자체를 보강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공통 원칙으로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식됨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계획단지 내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후성 강판(코르텐) 등이 사용되지 않는다. 산화 과정을 모방하지 않는다. 하나의 몸짓들 각각의 탱크에 표현되는 디자인 몸짓은 선명하고 절제된 하나이길 원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명확하길 원한다. 그래서 영역 전체의 어떤 이야기가 되길 원한다. 불요한 디자인 개입을 철저히 배제한다. 몇 번 탱크가 가장 애착이 가는가 하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라고 답한다. 전체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1번 탱크는 이동되어 6번 탱크의 내부 탱크가 되며 같은 크기의 유리 탱크로 치환된다. 2번 탱크는 이동되어 6번 탱크의 외부 탱크가 되며 바닥판이 결합하여 공연장을 구성한다. 3번 탱크는 원형 그대로 존치한다. 4번 탱크는 탱크의 내부공간을 사용한다. 기획전시장이 된다. 5번 탱크는 탱크의 외부공간을 사용한다. 상설전시장이 된다. 6번 탱크는 1, 2번 탱크가 겹쳐진 공간이다. 탱크 내부를 건축화시킨 공간이다.   글 허서구  사진 남궁선, 박세원   
VisitYourself 평화문화진지, 유종수 + 김빈 아파트와 벙커 평화문화진지(대전차방호시설)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이동 경로상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곳에 지어진 군사 시설이다. 1968년 착공해 1970년에 준공된 시설로 1층에는 방호시설, 2, 3, 4층에는 3개층의 아파트로 구성되었고, 초기에는 군인주택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군사시설임을 감추기 위해 주거공간으로 방호시설을 위장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전시의 방어시설과 평시의 주거공간. 상반된 성격의 공간으로 전시에 유효한 시설과 평시에 필요한 시설이 하나의 구조물로 건립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현황 대지현황은 동쪽으로 수락산과 중랑천을, 서쪽으로 도봉산을 면하고 있다. 남쪽으로 2009년에 개장한 창포원이 위치해 있고, 북쪽으로 최근 조성된 동북권체육공원이 있다. 서쪽에 위치한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과 동쪽의 마들로를 통해 접근 가능하며, 마들로가 의정부까지 연장되었고, 이 신설 도로 공사로 인해 기존 건물의 동측 일부가 철거되었다. 5개의 벙커를 5개의 중정으로 방호시설은 총 5개의 동으로, 각 동은 내부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총 길이는 동서방향으로 약 250미터에 이른다. 각 동은 가로40미터X세로14미터의 규모로 ㄷ자 형태의 대전차 작전공간(전차 위장 공간과 장병의 사격 공간)과 나머지의 지원시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의 큰 방향은 ㄷ자의 작전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비워내고 전면에 새로운 공간을 신설하여 중정을 가지는 ㅁ자의 건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중정 부분은 군사시설로서의 작전공간과 문화시설로서의 창작공간 사이에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과거에는 병사들의 휴식 및 업무 공간이었고 앞으로는 입주 예술작가와 방문객의 작업공간과 휴식공간으로 쓰이게 되는 공간이다. 기존 시설과 신축 시설의 사이에 위치하여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각 동 사이에는 편의시설인 화장실, 기계실 등을 배치하여 부족한 서비스 공간을 확보했다. 지붕에 조성된 옥상 휴게공간이 1동부터 5동까지 연결되고, 건물의 내부 공간이 2동과 3동 사이의 지하 연결통로(공사중 발견됨)를 통해 연속되어 5개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250미터 길이의 단일 건축물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5동의 지붕에서 신설도로의 보행로로 연결되는 계단을 계획하고, 내부에는 신설도로 하부를 통해 중랑천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군사시설)가 신설되어 결과적으로 중랑천부터 서쪽의 1동까지 동선이 내외부로 연결되었다. ㄷ자의 기존 시설부분은 전시, 강의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고, 신축되는 시설의 1동에는 지원시설인 사무실, 관리실이 배치되고, 2~4동에는 예술작가를 위한 공방이, 5동에는 레스토랑이 배치되었다. 5동의 전면에는 높이 20미터의 전망대가 신설되어 주변의 공원과 자연환경을 조망하며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지점, 공간적으로 남북의 공원(창포원-체육공원)과 동서의 자연(수락산-중랑천-도봉산)을 연결하는 지점에 위치한 방호시설이 그 시간적, 공간적 의미를 계속 쌓아 나가기를 기대한다. 글 코어건축사사무소 사진 황효철, 이완기 코어건축사사무소 코어건축사사무소(CoRe architects)는 구축방식, 프로그램, 재료의 실험,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대응하는 유형 찾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해 건축과 도시, 인테리어, 인프라시설 등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세종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고, 2016 김수근프리뷰상, 신진건축사대상, 2018 서울시건축상, 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속초 상상가, 신설동 한옥 리모델링, 평화문화진지 등이 있으며, 서진특수학교, SH은평센터, 낙산성곽 하늘정원 전망대, 서울광장 겨울스케이트장 등의 현상설계에 당선되어 진행 중에 있다. 설계 유종수, 김빈 설계담당 강희라, 박윤정, 조아란, 최영래 대지면적 49,830㎡ 건축면적 1,871.55㎡ 연면적 1,875.12㎡ 규모 지상2층 높이 20m 주차 11대 건폐율 3.76% 용적률 3.76% 구조 철근콘크리트, 철골 외부마감 고열처리목재패널, 콘크리트폴리싱 내부마감 콘크리트폴리싱, 석고보드위 도장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극동문화전기설계 시공 씨엠글로벌건설㈜ 설계기간 2015.10.15.~2016.11.23. 시공기간 2016.12.14.~2017.11.06.  
VisitYourself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는 종묘 앞 광장에서부터 을지로까지 500m 구간의 세운상가 공공공간을 재정비하고 설계하는 작업이다. 2015년 5월 ‘현대적 토속, 또는 포스트 포디즘적 삶의 방식의 복원’이란 제목으로 국제 공모전에 당선되어, 2017년 10월에 완공되었다. 세운상가 앞 초록띠 공원을 경사 광장으로 설계해서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게 했다. 경사지 하부에는 다목적홀과 조선 시대 중부 관아터 유적이 있다. 7m 높이의 데크 중간에 데크를 새로 설치해서 상부 데크, 중간 데크, 지상층이 엘리베이터와 계단과 브리지를 통해서 서로 유기적이고 3차원적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되면서, 기존 도시 조직과 연결되기를 바랐다. 데크 위에 플랫폼 셀을 설치해서 안내, 홍보, 세미나실, 전시, 창업 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유연하게 배치해 장인들의 사회가 되도록 하였다. 옛길의 흔적을 살리고, 역사의 흔적과 시간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기존 세운상가의 거대한 조직으로 침투해서 조직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끊어졌던 청계천 브리지를 다시 연결하고, 계단식 스탠드를 설치해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청계천과 연결되는 계단으로 도시의 남북 축과 동서 축을 연결했다. 글 사진 장용순   이스케이프 건축 홈페이지 https://www.escape-arch.com   김택빈 이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대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장용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파리 8 대학 생드니 박사 졸업 프랑스 국립 건축사 (DPLG) 이상구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VisitYourself 아트벙커 B39, 김광수 ‘아트벙커 B39’는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소각장이 들어설 때 이곳은 주변에 열병합발전소 및 공장시설들이 밀집해있던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도시가 확장하여 아파트단지 등과 맞붙게 되면서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린 곳이었다. 여러 갈등의 진원지였고 2010년 문을 닫았다. 그 후 주민들은 당연히 이 시설을 철거하고 공원이나 수영장과 같은 새 주민시설이 들어서기를 요구했지만 철거비용만 70억 원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부천시는 소각장을 재생하여 문화시설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소각장은 공간도 워낙 복잡하고 미로 같아서 잘 파악할 수도 없었지만, 나는 방문자들이 새로운 프로그램들과 함께 소각의 과정들도 잘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각의 과정 자체는 무척 선형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기존의 차량 동선들과는 상반되게, 동쪽에 새로운 동선을 만들었고, 쓰레기 반입실에서부터 벙커, 소각조, 재벙커, 유인송풍실 및 굴뚝까지 동선이 이어지도록 했다. 2층에서도 마찬가지의 동선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소각장에 비해 생뚱맞게 앞에 있는 관리동 건물까지를 열주로 엮어주며 진입 동선 레이어를 덧붙였다. 이 레이어는 대로변과 마주하며 소각장의 변신을 예고한다. 이 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도색을 한 것 말고는 예전의 소각장 모습 그대로이다. 관리동은 진입 시 보게 되는 얼굴로서 나름 설계를 했었지만 심각한 구조보강비 문제로 차후 사업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벙커 5층의 공간도 차후 사업으로 미루어졌다. 기존의 소각로는 설계지침에서 철거하게 되어있었으며, 나는 이 부분을 다양한 옥외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중정으로 설정했다. 진입하다 보면 방풍실이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풍실 4면이 문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기존의 쓰레기 반입실이었던 멀티미디어홀(MMH)과 39m의 벙커를 하나의 공간으로 행사 진행할 때를 염두에 둔 것이다. 멀티미디어홀은 벙커를 거쳐 로비로도 이어지지만 자체적인 출입구를 가져 야간에도 별도 운영될 수 있게 했다. 설계하며 내내 ‘디 어더스’ 라는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어느 아이의 눈에 자꾸 보이는 귀신들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인데, 영화의 말미에 다름 아닌 이 아이가 귀신이었다는 반전이 이루어지는 그런 스토리이다. B39의 공간은 소각의 과정들을 경험하는 것과 함께 문화 및 교육 활동들이 일어나는데, 투어프로그램을 하며 기존 소각시설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일종의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문화시설이 쓰레기 소각장과 묘하게 동거하고 있는 느낌으로 설계했다. 쓰레기뿐만 아니라 음울한 모든 것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도록 사회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 쓰레기와 음울한 이면의 일상이 우리의 도시이고 우리의 현실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글 김광수 사진 김용관 김광수 김광수는 studio_K_works 대표이며 집단공간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여러 장르의 전문가 및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뉴미디어로 인한 사회성, 도시건축 환경의 변화를 주목하며 다양한 건축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현상을 조사 전시한 바 있으며(2004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겔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전시했다. 주요 작업으로 광주시민회관 재조성사업, 연대앞 창작놀이센터, 분당주택, 판교케이브하우스, 철원 DMZ 철새평화타운, 부천아트벙커 B39 등이 있다.
VisitYourself 코스모 40, 양수인, 임승모 코스모화학 공장 단지가 이전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물인 폐수 처리 시설을 문화시설로 바꾸는 작업이다. 기존 폐공장 건물의 독특한 매력을 보전하면서 현행 법규에 맞는 안전한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새 건물은 기존 건물과 물리적인 접촉 없이, 폐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하나의 고리와 같은 형상을 취하고 있다. 재생건축을 현행법에 맞추려면 새 단열재와 내화페인트로 매력적인 흔적을 모두 지워야 한다. 이 모순에서 건축가의 상상은 시작된다. 옛 건물과 완벽하게 분리된다면 증축부분만 현행법을 충족하면 될 것 아닌가? 코스모 40은<신관>이 연속된 하나의 고리모양을 하며 40년간 사용되고 버려진 공장안으로 삽입된 건물이다. 이 고리는 주로 로비와 수직동선 역할을 하며 옛공장 공간의 새로운 사용을 지원한다.  <신관>은 3층에서만 공장안으로 삽입되는데,  옛공장의 기둥을 둘러싸고 새로이 형성된 기둥묶음에 의해 지지된다. <신관>이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독립된 증축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기존 공장은 현행법규 충족의 부담에서 벗어나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배경으로 남을 수 있다. 글 양수인 사진 신경섭 * 양수인의 건축적 제안이 1차로 구현된 이후 임승모가 2차 내부공간 디렉팅을 더하였다. 오픈하우스 프로그램 양수인, 임승모 공동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