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로운 공공공간

현장 프로그램 ㅣ 양천공원 책쉼터

김정임

2021년 11월 3일 4:00PM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처음 해야 할 일은 공원 안에 집을 앉힐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야외공연장 무대 구조물을 개조하여 어린이놀이터로 만든 장소 옆에 자리를 잡아 비슷한 기능을 묶어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집을 앉힐 터에는 듬성듬성 몇 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수형이 예쁜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시작한 것이 결과적으로 예전부터 그곳에 있는 것들의 존재를 다 수용하며 집을 앉히는 것으로 발전되었다. 감나무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을 수 있는 외부공간을 만들고 서쪽의 놀이터와 동쪽 잔디밭의 둥근 선형을 그대로 가져와 집을 앉혔다. 먼저 있었던 존재들 사이를 조심스레 비집고 들어가 집이 앉은 모양새이다. 

부지에 있던 1.2m 정도의 레벨 차이는 내부에서 그대로 경사로로 연결하여 아래 레벨은 카페와 어우러져 차 한잔하면서 책 읽는 공간으로, 위 레벨에는 어린이를 위한 도서를 두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또한, 레벨 차를 이용해 몇 단의 계단식 좌석을 만들었는데 그 앞쪽의 잔디밭을 향한 외벽은 폴딩 도어를 설치해 계절 좋은 날은 열어서 작은 음악회나 영화상영 등 공원과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서관을 설계할 때 예전에는 서재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거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드는 추세이다. 양천공원 책쉼터도 개방된 하나의 공간으로 계획하여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실 같은 분위기가 되길 바라며 계획하였다.

공간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구조 부재를 별도로 배치하지 않고 중앙의 커피스탠드와 원형 보이드를 이용하였다. 커피스탠드는 지붕 전체 하중을 지지하는 중심 역할을 하도록 콘크리트 구조물로 계획하고, 두 개의 원형 보이드 경계에는 책장과 결합한 스틸 플레이트를 설치하여 끝부분의 처짐을 받게 하였다. 14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은 녹음이 우거졌을 때나 잎을 떨군 후 짙은 색의 나뭇가지들이 돋보일 수 있는 배경이 되도록 아이보리색 벽돌로 마감하였다. 놀이터와 책쉼터 사이에는 두께 9mm 철판을 가느다란 원형 기둥으로 받친 간결한 형태의 캐노피를 만들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그리고 함께 온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그늘 공간을 두었다. 건축물과 주변 환경이 엮여서 하나의 장소로서 기능하며 다양한 사용풍경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원과 도서관은 참 잘 어울린다. 개관 후 거기서 일하시는 사서 선생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이 참 좋다는 얘길 해주셨다. 생각해보니 궂은날 건물 안의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공원을 바라보는 기분이 꽤 괜찮을 것 같다. 서울시에서는 혹한기나 혹서기에도 공원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원 안에 쉼터 만들기 사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생활 SOC 사업이고 공간복지를 구현하는 일인데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동네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많이 있다는 건 모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고 이를 설계할 기회를 얻게 된 건 건축가에게도 무척 보람된 일이었다. 

김정임 사진 노경

장소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개관 매일 10:00 ~ 19:00
휴관 월요일 및 공휴일
이용요금 무료 


▶ 연계 포럼(온라인)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오픈하우스서울 × 정림건축문화재단 

  • 11.23(화) 양천공원책쉼터 | 김정임(서로아키텍츠) + 온수진(양천구청 공원녹지과 과장)

참가신청: 정림건축문화재단 포럼 웹사이트 
http://forum.forumnforum.com/archives/2650

김정임
20여 년간 다양한 실무를 익히고 2012년 서로아키텍츠를 설립, 마스터플랜과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플래닝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변화하는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과 관계성을 고찰하고 이를 건축 공간에 반영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대표작으로는 양천공원 책쉼터, SK디앤디 업무공간, NEW논현사옥, 서울스퀘어 리모델링, 한남 라테라스, 애월_펼쳐진집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제주건축문화대상, 대한민국공공건축상 등을 수상하였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교육청 ‘꿈을 담은 교실만들기 사업’의 총괄 건축가, 서울시 건축정책위원, 도시재정비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으로 공공분야에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Map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건축가 김정임
일시 2021년 11월 3일 4:00PM
위치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인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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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새로운 공공공간 공모전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건축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서울의 공공건축/공공공간에 건축가의 참여를 꾸준히 끌어온 결과가 도시 곳곳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롭게 조성된 서울의 공공건축/공공공간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면서 건축가들의 고민으로 더 좋은 공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의 공적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서울의 공공공간은 시민들에게 좋은 건축이 시민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축가와 함께 직접 방문해보는 서울의 공공공간/공공건축 이야기를 현장에서 만나보세요. 현장프로그램 (10월 22일 오후 2시 예약 오픈)  10월 30일 오후 2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리모델링_서민우, 지정우   10월 30일 오후 3시 구립독산도서관 리모델링_임영환, 김선현   11월 1일 오후 4시 종암 스퀘어_박정환, 송상헌   11월 3일 오후 4시 양천공원 책쉼터_김정임 11월 5일 오후 3시 서울여담재_천장환   11월 6일 오후 4시 한남뜨락_천장환 11월 7일 오전 10시 30분 응봉근린공원(매봉산) 숲속도서관_김은미  비짓유어셀프 ㅣ 자라나는 숲_나은중, 유소래 연계 포럼(온라인)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오픈하우스서울 × 정림건축문화재단  11월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공예박물관 11월 16일 오후 7시 30분 양천공원책쉼터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종암박스파크 & 한남 뜨락 참가신청: 정림건축문화재단 포럼 웹사이트 http://forumnforum.com      
비짓유어셀프 ㅣ 자라나는 숲, 나은중, 유소래 ‘자라나는 숲’은 서울의 아차산 자락에 자리한다. 천호대로로 단절되었던 산자락이 다시 복원되는 지형에 위치한 인공의 숲은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전망대이자 공공예술 플랫폼이다. 전망대는 아차산의 흐름으로부터 시작한다. 평지에서 산이 시작되는 경사지에 기둥으로 이루어진 인공의 숲이 형성된다. 녹음이 우거진 느릅나무 사이로 인공의 숲길이 열리며, 작은 기둥을 따라 진입하면 곧게 뻗은 수직적인 기둥이 공간을 에워싼다. 어느새 크고 높은 공간에 다다라 하늘을 올려다보면 높이를 알 수 없는 숲의 공간이 펼쳐진다. 그곳은 기둥 사이로 빛과 바람의 스치는 공간으로 작은 의자에 몸을 기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길을 오른다. 숲 한편에 있는 돌음 계단은 다양한 관점으로 주변을 관찰하며 느리게 오를 수 있는 수직적인 산책로이다. 이곳을 따라 나무 위의 집과 같은 상부 전망 공간에 오르면 아차산의 나지막한 산세와 한강 그리고 서울의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한다. 이 숲은 자연의 숲과 다른 질감이지만 그 차이를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하부에 심은 사철 덩굴식물은 기둥을 따라 성장하며 주변 환경과 함께 자라나는 풍경을 만든다. 인공의 숲이 건축적 행위를 통해 만들어졌다면, 변화하는 풍경은 시간과 자연에 의해 구축된다. 야간에는 기둥 상부에 설치된 점멸하는 조명을 통해 어둠이 가득한 숲 사이로 반딧불이 빛나는 밤의 숲 풍경을 형성한다. 시간이 흐르고 자라나며, 결국 숲의 일부로 환원될 구조적 풍경은 자연과 인공 사이에 있다. 글 나은중, 유소래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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