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로운 공공공간

현장 프로그램 ㅣ 구립독산도서관 리모델링

임영환, 김선현

2021년 10월 30일 3:00PM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빼곡하게 느슨하게
독산도서관은 고쳐 쓰기에 참 좋은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중앙에 시원한 아트리움이 있고, 그 위로 16개의 천창이 뚫려있다. 로비에서 2층으로 넓은 계단이 이어지고, 큼지막한 창들을 통해 주변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쉽지만, 지금 말한 건 건축가의 눈에 보이는 가능성, 원설계자가 의도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공간이다. 
실제는 전혀 달랐다. 준공 후 20여 년이 흐르면서 아트리움에는 많은 책이 쌓였고 그 너머에 있는 마당은 컨테이너 서고가 가로막았다. 주변 숲이 보이기는커녕 빛도 잘 들지 않아 실내가 침침했다.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연결다리가 시야를 가렸고 서고와 열람실은 뒤죽박죽 엉켜있어 동선이 불편했다.
리모델링 과정은 단순했다. 원래 의도대로 도서관을 복원하고 시간의 때를 걷어내는 것. 우선 주 출입구에서 뒷마당까지 시선을 막는 모든 것을 비워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가로막는 연결다리 하부의 천장을 뜯어내고 설비 배관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답답하게 막혀있던 진입 공간에 수직으로 1m 정도의 여백이 생겼다. 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던 책장을 모두 치우고 뒷마당에 있던 컨테이너도 철거했다. 비로소 주 출입구부터 뒷동산까지 공간이 열리고 숲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간을 비워내기 위해 치운 책들을 어딘가에는 보관해야 했다. 같은 면적 안에서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절실했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앞뒤를 연결하는 축은 가장 느슨하게, 1층 안쪽 서고는 높이 10단의 책장을 배치해 가장 빼곡하고 촘촘하게,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수직의 공간은 조금 느슨하게, 2층은 1층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정의했다. 
공간의 위계를 밀도의 차이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복원되고 공간의 흐름이 열리기 시작했다. 답답하고 어두웠던 2층 열람실에서도 창문 너머로 숲이 보이고, 막혀있던 공간의 숨통이 터지면서 도서관은 주변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책장이 사라진 아트리움에는 6m 길이의 원목 테이블 두 개를 이어 길게 배치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지만 여유로운 환경을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테이블 위로 보이는 16개 천창의 경계에는 사각의 프레임을 걸어 시각적으로 돌출시키고 저녁에는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테이블을 밝히도록 했다. 2층으로 연결된 넓은 계단의 한편에 책장을 두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고, 2층에는 창틀마다 작은 개인 공간을 마련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 채워진 곳과 비워진 곳, 빼곡한 곳과 느슨한 곳과 함께 짙은 회색 톤과 밝은 흰색 톤 마감이 도서관을 둘로 나누었다. 그러나 생명의 이분법처럼, 작은 도서관의 공간 효율은 오히려 배가 됐다. 

 

임영환, 김선현 사진 박영채


 

구립독산도서관
장소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개관 매일 9:00~18:00 *운영시간은 요일별로 다르니 홈페이지 확인 후 방문바랍니다. 
휴관 매월 첫번째, 세번째 월요일
이용요금 무료 
홈페이지 geumcheonlib.seoul.kr/index.do
설계 임영환(홍익대학교)+김선현(디림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윤지수, 박수현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용도 교육연구시설(도서관)
대지면적 2,203.89m2
건축면적 792.07m2
연면적 2,203.59m2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높이 18.1m
건폐율 31.18%
용적율 73.21%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주차 11대
시공 디자인플러스91
기계설계 (주)유성기술단
전기설계 (주)유성기술단
설계기간 2019.03~2019.07
시공기간 2019.12~2020.05
준공 2020.05
건축주 금천구청

임영환  
임영환은 홍익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7년 파트너 김선현과 (주)디림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안중근의사기념관, CJ 나인브릿지 더포럼, 스타덤사옥, 쉬즈메디병원, 네이버 어린이집, 세마당집 등이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2012, 2013, 2014, 2018, 2019), 한국건축가협회상(2011, 2020), 서울시건축상(2010, 2013, 2015, 2016, 2017, 2020), 젊은 건축가상(2010) 등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김선현 
김선현은 홍익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 및 프로젝트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글로벌 회사인 Jones Lang LaSalle과 Skylan, Inc.에서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였고, 2007년에 (주)디림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홍익대학교 임영환 교수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건축위원 및 세종시 행복도시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안중근의사기념관, CJ 나인브릿지 더포럼, 스타덤사옥, 쉬즈메디병원, 네이버 어린이집, 세마당집 등이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2012, 2013, 2014, 2018, 2019), 한국건축가협회상(2011, 2020), 서울시건축상(2010, 2013, 2015, 2016, 2017, 2020), 젊은 건축가상(2010) 등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디림건축사사무소 웹사이트
www.dlimarch.com/kor/main/
Map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건축가 임영환, 김선현
일시 2021년 10월 30일 3:00PM
위치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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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House 서울의 새로운 공공공간 공모전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건축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서울의 공공건축/공공공간에 건축가의 참여를 꾸준히 끌어온 결과가 도시 곳곳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롭게 조성된 서울의 공공건축/공공공간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면서 건축가들의 고민으로 더 좋은 공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의 공적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서울의 공공공간은 시민들에게 좋은 건축이 시민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축가와 함께 직접 방문해보는 서울의 공공공간/공공건축 이야기를 현장에서 만나보세요. 현장프로그램 (10월 22일 오후 2시 예약 오픈)  10월 30일 오후 2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리모델링_서민우, 지정우   10월 30일 오후 3시 구립독산도서관 리모델링_임영환, 김선현   11월 1일 오후 4시 종암 스퀘어_박정환, 송상헌   11월 3일 오후 4시 양천공원 책쉼터_김정임 11월 5일 오후 3시 서울여담재_천장환   11월 6일 오후 4시 한남뜨락_천장환 11월 7일 오전 10시 30분 응봉근린공원(매봉산) 숲속도서관_김은미  비짓유어셀프 ㅣ 자라나는 숲_나은중, 유소래 연계 포럼(온라인)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오픈하우스서울 × 정림건축문화재단  11월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공예박물관 11월 16일 오후 7시 30분 양천공원책쉼터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종암박스파크 & 한남 뜨락 참가신청: 정림건축문화재단 포럼 웹사이트 http://forumnforum.com      
서울의 새로운 공공공간 비짓유어셀프 ㅣ 자라나는 숲, 나은중, 유소래 ‘자라나는 숲’은 서울의 아차산 자락에 자리한다. 천호대로로 단절되었던 산자락이 다시 복원되는 지형에 위치한 인공의 숲은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전망대이자 공공예술 플랫폼이다. 전망대는 아차산의 흐름으로부터 시작한다. 평지에서 산이 시작되는 경사지에 기둥으로 이루어진 인공의 숲이 형성된다. 녹음이 우거진 느릅나무 사이로 인공의 숲길이 열리며, 작은 기둥을 따라 진입하면 곧게 뻗은 수직적인 기둥이 공간을 에워싼다. 어느새 크고 높은 공간에 다다라 하늘을 올려다보면 높이를 알 수 없는 숲의 공간이 펼쳐진다. 그곳은 기둥 사이로 빛과 바람의 스치는 공간으로 작은 의자에 몸을 기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길을 오른다. 숲 한편에 있는 돌음 계단은 다양한 관점으로 주변을 관찰하며 느리게 오를 수 있는 수직적인 산책로이다. 이곳을 따라 나무 위의 집과 같은 상부 전망 공간에 오르면 아차산의 나지막한 산세와 한강 그리고 서울의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한다. 이 숲은 자연의 숲과 다른 질감이지만 그 차이를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하부에 심은 사철 덩굴식물은 기둥을 따라 성장하며 주변 환경과 함께 자라나는 풍경을 만든다. 인공의 숲이 건축적 행위를 통해 만들어졌다면, 변화하는 풍경은 시간과 자연에 의해 구축된다. 야간에는 기둥 상부에 설치된 점멸하는 조명을 통해 어둠이 가득한 숲 사이로 반딧불이 빛나는 밤의 숲 풍경을 형성한다. 시간이 흐르고 자라나며, 결국 숲의 일부로 환원될 구조적 풍경은 자연과 인공 사이에 있다. 글 나은중, 유소래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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