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신사 블루스 프로젝트

김호민

2022년 10월 30일 1:00PM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32

신사블루스는 도산공원 인근 소위 로데오길에 있는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다. 2000년대 초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던 거리는 가로수길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활기를 잃었다. 카페와 음식점들이 떠나고 옷 가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자 저녁 거리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번잡함을 즐기려 모였던 사람들은 활기 없는 길에 오히려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고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1990년 대 압구정이라는 새로운 상권의 등장은 무척 신기했지만, 그 쇠락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건물주들이 노력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리고 맛집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도 자체적으로 제작하자 조금씩 거리에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결국, 사람들은 거리의 밀도를 불편해하지만, 오히려 그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고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과 차들이 뒤엉키지만 활기차고 역동적인 거리를 내부로 끌어들여, 최대한 외부로 열린 상업 공간을 만들고자 의도했던 것이 신사블루스다.
대지는 1970년대 초 단독주택지로 개발된 132㎡(60평)가 채 안 되는 좁은 땅이다. 양방향 2차선 도로가 일방통행 길로 바뀌며 갑자기 폭이 좁아지는 병목 지점에 자리하는데, 땅도 좁지만, 도로까지 좁아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무척 애를 먹었다. 건물 규모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각각 하나씩 필요한 근린생활시설이다. 1990년대 지어진 주변의 상가들은 대부분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계획하여 전면과 1층을 크게 강조한다. 소규모 상가 건물에서 시공 기간을 줄이고 임대를 극대화하는 의도였겠지만 거리에 생동감 있게 대응하는 모습이 아닐뿐더러, 1층만 거리와 소통하고 나머지 층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생겼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상가건물은 건축적으로도 아쉬웠다. 그런데 상업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는 건 되려 다행이었다. 건축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됐다. 1층만 외부에 개방되고 2층부터 위로는 철저히 내부로 갇히는 전형적인 상업시설은 지양하기로 했는데, 결국 ‘양과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경사지 건축처럼 층들이 수직적으로 쌓여 있지만 언제나 골목길에 면하는 외부 계단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다가구 주택의 외부 계단이 길과 건축을 연속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자생적인 건축이 길과 소통하고 도시로 이어지는 방법은 결국 거리와 연결된 동선이었다. 또한, 계단을 외부화함으로써 테라스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고 길을 건물 내부 깊숙이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각 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상업적 가치를 올리는 해결책이 되었고 결국 건물을 한 바퀴 도는 외부 계단을 흡수해 통합된 외피의 질서를 만드는지가 궁극적인 목표였다. 
우선 오브제로 도드라지지 않기 위해 최소 1.2m 높이의 난간을 외벽 일부로 통합했다. 일정한 높이마다 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사선과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난간의 선이 생겼는데, 이를 상하좌우로 반복함으로써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패턴을 만들었다. 계단은 실제로 하나지만 입면에서의 효과는 에셔의 그림처럼 계단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여러 계단이 있는 것처럼 하여 패턴 일부로 묻히도록 한 것이다. 
각 모듈은 가운데 오프닝을 두고 주위를 둘러싼 띠로 구성되는데 그 두께나 크기를 각기 달리함으로써 층이나 향, 공간의 크기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창문 크기나 난간의 높이를 동일한 시스템 내에 흡수할 수 있었다. 사선 제한이나 옥상의 외부 난간, 실내 난간들까지 하나의 제스처로 흡수하여 마치 세포들이 모여 생물을 이루는 것처럼 외피 전체가 일관된 기하 시스템하에서 육각형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장(Field)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계단으로부터 도출된 외부의 질서가 구조적으로도 작동하도록 했다는 점인데 외피의 사선 기둥으로 외부로 드러난 층이나 내부의 지붕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이 패턴이 특별한 기능 없이 장식적으로만 쓰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남측의 입면은 각 층의 서비스 공간 후면으로 창문이 많이 필요 없었지만, 그대로 유지하여 노출콘크리트의 질감으로만 활용했다. 결국, 건축을 구조와 장식, 기능과 공간, 형태와 분위기가 통합되어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처음 집을 지었던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은 주변 환경과 일체화된 모습이었다. 자연의 나무들에 기대 지붕을 세우면 그 자체가 공간이 되었고 창문이며 동시에 장식이었다. 건축가의 개입 없이 지어진 자생적인 건축에 주목하는 것도 우리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달동네처럼 건축가 없이 지어진 공간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도 디자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풍부한 퀄러티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하지만 여유롭고, 조잡하지만 풍부하며, 직설적이지만 명료한 건축을 꿈꿔왔다. 그렇다고 구조와 장식, 동선과 파사드, 기능과 형태의 구분 없는 건축을 꿈꾸는 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것이 나날이 복잡해지는 외부 조건에 건축이 휘둘리는 환경에서 양과 질, 효율과 공간, 기능과 분위기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호민 사진 신경섭


폴리머건축사사무소
폴리머 건축사사무소는 2007년 런던에서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서울을 주 무대로 활동 중인 건축디자인 집단이다. 건축 설계를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김호민 소장을 필두로 한 폴리머는 동대문 JW 메리어트 호텔, 용인 일레븐힐즈, 허니비라운지, DDP 키오스크, 한남용, 신사블루스 등을 통해 반복적인 패턴이나 시스템을 통한 설계를 실험해 왔다.
http://polymur.com/

김호민
김호민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런던 에이에이스쿨에서 설계를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대우건설에서 시공 경험을 쌓고,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와 파시드 무사비가 이끌던 에프오에이(런던)에서 실무를 했으며, 2008년 귀국해 폴리머 건축사사무소(poly.m.ur)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영국 왕립건축사협회에 등록된 영국 왕립건축사로서 에이에이스쿨, 코넬대학교, 서울대학교, 경기대학교, 건국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건축문화>에서 선정한 2010년 대한민국을 이끌 젊은 건축가 10팀 AT*10(Ten Emerging Korean Architects)에 선정되었고, 픽셀하우스에서 ‘뉴욕, 런던, 서울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기획하여 14명의 건축가와 함께 출간했다. 2017년에는 <공간> 지에서 『세포적 건축』이라는 단행본을 출판하기도 했다. 2009 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조성사업 평가위원, 공공디자인 엑스포의 자문위원,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했다.

설계: 폴리머건축사사무소(김호민)
설계 담당: 임현주, 이재만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32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84㎡
건축면적: 105㎡
연면적: 455㎡
규모: 지상 5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20m
건폐율: 58%
용적률: 199%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 마감: 노출콘크리트(송판노출)
내부 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구조 설계 터구조
토목 설계: ㈜정민지오테크
토목 공사: 정민이앤씨
골조 공사: ㈜금아개발
노출 보수: 정도건설
기계 설계: ㈜진원엔지니어링
설비 시공: ㈜광진설비
전기 설계: ㈜진원엔지니어링
전기 시공: 주식회사 삼우전력
금속 공사: ㈜형진 에스앤씨
수장 공사: 홈테크
방수 공사: 정호방수
미장 공사: 연우에프앤디
엘리베이터: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석공사: ㈜야긴엠앤지
CCTV: 혜영디지캠
설계 기간: 2017.7~2019.12
시공 기간: 2020.1~2021.5
준공: 2021.5
예산: 11.5억
공사비: 13.5억
건축주: 폴리머건축사무소

Map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32
건축가 김호민
설계 담당 임현주, 이재만
건축주 폴리머건축사무소
일시 2022년 10월 30일 1:00PM
위치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32
집합 장소 입구
인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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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HOUSE 면적과 여백의 게임, 근린생활시설 임대 공간의 우선 가치가 면적에서 공간의 정체성으로 바뀌면서, 근린생활시설의 지향점도 바뀌고 있다. 공간 경험은 이제 사람들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공간 기획은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최적화된 임대 공간과 여백의 틈새에서 건축 경험을 끌어내고 있는 건축물을 오픈하우스를 통해 만나본다.
VISIT YOURSELF 은평생활문화센터, 최재원 은평생활문화센터 - 주민문화생활의 무대, 주택에서 피자집으로, 피자집에서 문화센터로 주택으로 지어진 건물은 연신내역 주변의 상업화로 피자집으로 활용되었고, 은평구에 매입되어 생활문화센터로 새롭게 변신하게 되었다. 조적조 건물로 안전진단을 통해 구조적인 철골 보강을 했지만 자유롭게 벽을 털거나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대한 기존 방과 벽을 활용해 원하는 공간들을 배치해야 했다. 기존 주택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하 1층에는 합주가 가능한 음악연습실을, 2층에는 녹음과 편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1층은 교육 및 휴게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덧붙이기 – 흔적 남기기 기존 건물에 새로운 재료를 감싸기보다는 최대한 기존 재료를 존치하고, 필요한 곳에만 덧붙이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방음 성능을 요구하는 연습실이나 녹음실 등에 기능에 맞는 마감을 더하고 대부분의 공용 공간들은 기존 건물의 마감을 뜯어낸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했다. 새로 만들어질 카페 카운터, 계단의 철판 등은 구로 철판으로 기존 재료와 구조 보강재와의 관계를 고려했다. 기존 주택의 외부 재료는 대부분 그대로 남기고 외부 캐노피를 통해 새로운 켜를 만들어냈다. 주민 생활의 무대 상업 거리에 위치하는 문화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거리의 활기를 문화센터에 끌어들이고 싶었고, 건물과 도로 사이의 공간을 무대와 공간으로 계획했다. 바닥에서 반 층 정도 올라간 1층 높이를 활용한 넓은 계단과 무대와 같은 공간은 주민들이 작은 공연을 하거나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생활문화센터가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함께 모여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최재원 사진 타별(tab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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