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아미티스 빌딩

임형남, 노은주

2017년 10월 21일 2:00PM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5-6

주택가이자 인디문화의 진원지로 작동했던 홍대앞은 어느 순간 몰려드는 인파와 상업시설이 범람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상업화로 몸살을 앓는 이 지역의 현상을 ‘사막화’로 비유한 가온건축의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는 사막 위에 조성된 녹색 정원처럼 도심 안에 나무와 풀이 가득한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

바빌론 왕국의 네부카드네자르2세가 조성했다는 공중정원을 모티브로 한 건물은 6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이다. 밀집된 지역의 특성상 주변 건물과 붙어있어 건물 전면에는 가벽을 두어 적당히 시선을 걸러낼 수 있도록 했고, 카리프트 상부와 사선제한으로 만들어진 부분에 테라스와 옥상 정원을 설치하고 1층과 지하의 선큰 가든 등 각층에 정원을 만들어 건물은 도심의 ‘공중정원’을 품고 있다.

복잡한 주변 골목과 틈을 이용해 모든 층이 도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도록 했고, 도로와 연결되는 진입로를 최대한 확보해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 주변의 시선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설치한 가벽은 테라스 역할도 하면서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한다. 


OHS

 

‘홍대앞’이라는 장소는 무척 특별한 곳이다. 예전의 예술적이며 고적한 분위기의 대학 주변 시설과 주택가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어느 순간 떠들썩하고 복잡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지하철역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그득하고 홍대앞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모래알 같은 사람들은 문화를 표방하지만 홍대앞은 점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도시적인 해법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일반적이며 쉬운 방법인 나무와 풀을 심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사막에 만들어놓은 공중정원처럼 도심 안에 나무와 풀이 가득한 정원을 하나 만드는 것이 계획의 시작이다.

기원전 600여년 쯤 지금의 이라크 어디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빌론 왕국에 네부카드네자르 2세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메디아 왕국의 공주 아미티스와 결혼했는데, 아내를 무척 사랑했는지 산림지대에서 사막으로 시집 와 향수병에 걸린 그녀를 위해 정원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정원은 땅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계단식 발코니 같은 구조물에 흙을 덮은 이른바 ‘공중정원(hanging garden)’으로, 그 위에서 사람들이 걸어 다녀도 될 만큼 튼튼해서 보통 지면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정원의 식물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유프라테스 강에서 수도관을 통해 물을 끌어왔다고 하니 아마도 당시의 첨단 기술은 모두 동원되지 않았을까. 비록 실제 유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땅이 아니라 하늘에 걸쳐진 정원을 모티브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막화 되고 있는 도심 한복판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이 건물은 용도가 특정되지 않는 6층의 콘크리트 건물이다. 바짝 붙어있는 건물들과 시선을 적당히 피할 수 있도록 전면에 가벽을 설치하였고 카리프트의 상부와 사선 제한으로 셋백되는 부분을 이용하여 각 층에 ‘공중정원’ 개념의 테라스와 옥상정원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각 층으로 도로에서 바로 접근하는 출입구를 설치하여 진입 시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였다. 1층 부분은 틈을 이용하여 4개의 진입로를 만들고, 그 주변에 자연스러운 조경공간을 조성했다. 사용자들은 각각의 진입로를 통해 건물로 들어가거나, 중정을 향하거나, 2층으로 오르거나 뒷면의 정원으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산으로 오르는 것처럼 올라가다 돌아보면,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의도한 것이다.

건물의 뒷부분에는 뒷집과의 틈을 벌려 약간의 여유공간을 만들고 우리에게 친숙한 마사토를 깔아, 마치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의 뒷마당 같은 한적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선큰 가든도 키가 무척 크고 가지가 넓게 펼쳐지는 단풍나무를 심어 넓고 안온한 지하의 마당으로 조성했다. 잘 다듬고 가꾸었다기 보다는 자연스레 조성된 ‘뜰’의 개념으로 의도된 조경은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의 질감과 사뭇 대비가 되면서도 각이 진 건물을 부드럽고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건물의 전면에 배치된 가벽은 각 층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전면 테라스 역할을 하며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대지면적 : 430.3㎡ (130.2평)
건축면적 : 223.22㎡ (67.5평)
연 면 적 : 1,136.8㎡ (343.9평)
건 폐 율 : 51.88%
용 적 율 : 194.9%
규    모 : 지하 1층, 지상 6층


가온건축  사진 김용관 


가온건축
http://www.studio-gaon.com


임형남, 노은주
가온건축(studio GAON) 공동 대표인 임형남(Lim Hyoungnam), 노은주(Roh Eunjoo)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1998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순한국어)로 가운데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공존하는 집을 만들고자 한다.
금산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언포게터블, 미장아빔 등을 설계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유니세프 관련 청소년 시설,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사회 관련 설계를 진행했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에 건축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집』, 『작은 집, 큰 생각』, 『이야기로 집을 짓다』,『서울풍경화첩』 등 10권의 저서를 냈다.
 

Map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5-6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건축주 박은혜, 박지환
일시 2017년 10월 21일 2:00PM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5-6
집합 장소 서교동 아미티스 빌딩 건물 앞
인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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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HOUSE 제따와나선원, 임형남 + 노은주 2년 전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아주 간결한 말투로 ‘제따와나선원’이라는 이름의 사찰 불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제따와나선원은 열반에 이른 부처님의 집이며,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의 집이다. 명상을 하고 수행을 하는 선원의 본 건물은 건너편 산 위에 이미 설계가 시작되었고, 따로 지을 신도들이 묵을 ‘꾸띠(‘오두막’이라는 뜻의 개인 숙소)라는 시설의 설계를 맡길 회사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선원을 지을 위치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이지만, 실은 예전에 대학생 때 엠티를 가거나 친구들과 경춘선을 타고 지나다니던 아주 친숙한 이름의 강촌이라는 동네였다. 대지는 한가한 마을을 관통하는 2차선이라기에는 조금 좁고 1차선보다는 조금 넓은 아스팔트 포장 길에 면한 논이었다. 땅을 보며 선방에서 며칠씩 수행하는 신도들이 묵을 꾸띠를 구상했다. 처음에는 네모가 겹치며 그 안에 사람들이 거닐며 명상을 하는 길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설계가 진행되며 선원장 스님께 불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님이 제시하는 설계의 가이드라인 중,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이다. 집착을 통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공간이므로 사성제가 기본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중도(中道)’라는 개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얼마나 통쾌한 이야기인가. 설계를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는 사이, 건너편 산 위에 짓기로 한 법당과 선방 등 주요 시설들이 우리가 설계하는 대지로 들어오게 되었다.그러기 위해 옆에 바로 붙은 땅이 추가로 합류했다. 제따와나(Jetavana)는 ‘제따 왕자의 숲’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이다. 한자로는 ‘기수급고독원’이고 줄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부른다. 급고독장자라는 사람이 부처님을 위해 사원을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다가 맘에 드는 땅을 찾게 된다. 그 땅의 주인이 제따 왕자였는데, 그는 팔기 아까워서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 “여기에 금화를 깔면, 깔린 만큼의 땅을 주겠노라” 이야기한다. 급고독장자는 정말로 땅에 금화를 깔기 시작하고, 놀란 제따 왕자는 그를 말린다. 그렇게 세워진 곳이 기원 정사이며, 석가모니 생전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문 장소여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설계의 방향을 잡을 때, 과거의 방식과 불교적인 교리를 바탕에 깔되 현대적인 생활 습관에 적합하게 계획을 하고자 했다. 또한 선원장 스님은 불교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애초 석가모니가 기원정사에 앉아서 주석을 하고 사람들에게 설파하던 불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런 정신이 제따와나 선원을 설계함에 가장 큰 바탕이었다. 그것은 무척 오래된 것이면서 무척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원정사의 유적을 상징하는 벽돌은 아주 적합한 재료였다. 기존의 대부분의 사찰처럼 한옥으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벽돌로 옷을 입혔다. 대신 기존 가람(伽藍] 배치의 방식을 고려해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향하는 길은 직선으로 곧장 가지 않고 가면서 세 번 꺾어 들어가게 했고, 대지의 원래의 높낮이를 이용해 세 개의 단을 조성하여 순서대로 종무소와 꾸띠, 요사채, 법당 등 위계에 맞게 건물을 올려놓았다. 1년 동안의 설계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뼈대를 올리고 벽돌을 외부에 쌓고 바닥에 벽돌을 깔아서 무려 30만장의 벽돌로 공간을 완성했다. 공사 역시 1년이 걸렸다.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넘어가며 땅을 다듬고 집을 올리고 나무를 심었다. 그리하여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 완성되었다. 글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가온건축(studio_GAON) 임형남과 노은주,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1998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공존하는 집을 만들고자 한다. 금산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언포게터블, 미장아빔 등을 설계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유니세프 관련 청소년 시설,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 사회 관련 설계를 진행했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에 건축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풍경화첩> 등 11권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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