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만나는 마당, 옥상

영상 ㅣ 부암동주택

최두남

2020년 10월 24일 2:00PM
* 10월 24일 영상이 공개됩니다.
사진_김종오
사진_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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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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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후면에 성곽을 면하고 있다는 점과 삼각형의 대지에 들어서 있는 기존 주택이 대지의 특성이나 형태와는 전혀 무관하게 서 있는 점이었다. 부정형의 대지는 종종 접할 수 있는 형태일 수 있지만, 부암동 대지는 전면도로와 후면의 성벽 사이에 삼각형의 대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지와 주변과의 관계 정립은 형태 이상의 역학을 고려하면서 설계해야 했고, 대지 후면의 옛 성곽에 대한 건축적 해석의 방향을 결정짓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설계 진행 과정에서 많은 건축적 시도 후에야 정확한 제약 조건을 알아낼 수 있었고, 대지에 적용되고 있는 규모나 높이에 대한 제한 조건은 설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설상가상으로 대지조차 지적과 현황의 차이로 기존 주택의 자리가 잘려나간 상황에서 최종안 설계에 임했다. 대지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동적인 수용보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설계를 진행했다. 우선, 매스 설정에 있어 대지의 형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유연하고 절제된 볼륨을 찾고자 했다. 또한 뒤쪽 성곽의 스케일을 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스를 지면으로부터 부상시켜 주거 시설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함과 더불어 매스 자체는 수평적으로 띄워 올려진 띠로 성곽을 따라 도는 날렵함이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그리하여 강한 선으로 읽히는 성벽과의 관계에서 건물이 중력의 수직적인 입체보다는 무중력의 수평적인 볼륨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했다.

성곽과의 관계 정립에 있어서 처음 한동안은 매스 자체가 후면에 위치한 성곽에 대하여 투명성을 유지하게 하여 실내에서 성벽 쪽으로 자유로운 개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벽의 참된 역동성이 비껴볼 때 훨씬 강하게 와 닿는 것을 느낀 후부터는 오히려 실내에서 성곽 쪽으로의 노출을 자제해 성곽의 존재를 진출입 시 비껴보며 외부에서 느끼도록 했다. 대신 전면을 완전히 개방해 인왕산의 파노라마 같은 경관을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렇듯 전, 후면 경관의 차별화를 통해 성벽의 존재는 압도함이 없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실내에서는 가끔 창문을 통해 스치듯 부각되는 절제된 건축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건물 진입과 내외 동선 및 평면 구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대지가 성곽과 전면 도로에 압축된 상황에서 근접 대지들이 뭉쳐 들어와 건축적 행위가 마감되는 장소보다는 설계된 건물이 건축적 행위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학적 구도 하에 설계되었다. 우선, 삼각형 대지의 꼭지점을 터서 진입을 유도하고, 지면으로부터 건물을 거쳐 옥상에 이르는 계단을 성벽과 건물 사이에 배치하며 진입 동선이 성벽의 둔턱과 건물의 높이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완충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했다.

하나의 수직적인 키가 건물과 성벽 사이에 물려진 상황에서 한 개 층을 오른 후 계단실에서 실내공간으로 주 진입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리고 일단 실내에 들어와서는 동선의 흐름이 대지의 장축인 남북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대지의 세로축이 갖는 공간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평면 구성에 있어서는 실내 자체를 단일 공간 개념으로 처리했고, 공간들이 가변성 있게 이용되도록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미닫이문 및 스크린문을 사용했다. 공간배분에 있어서는 주거자의 취향에 부응하여 공적공간인 주방과 거실이 벽난로를 사이에 두고 주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적공간인 침실은 절제된 규모로 계획되어 있다. 그리고 공간을 규정짓는 벽들을 가변성 있는 요소들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시각적 공유가 가능토록 하고, 전체 공간의 흐름이 막히지 않으면서 시각의 다양화가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제한된 면적 하에서도 공간의 원활한 흐름을 통해 공간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평면을 구성했다.

공간 구성에 있어서는 수학적인 절대면적의 최대 확보보다 건축적 요소를 통해 공간들을 규정지었다.공간 간의 위계를 부여하는 것이 풍요한 공간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건물 재료의 선택 과정에서 건물 형태를 무리없이 하나의 볼륨으로 표현할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구조는 기둥으로 처리해 전면개방이 가능하게 했다. 철인 십종경기를 열 번 이상 치른 듯한 지금, 부암동 주택은 나로 하여금 적어도 끈기에 있어서만은 건축적 철인을 만들어준 듯하다.

 최두남 사진 김종오, 이종근


최두남
교수, 건축가 및 화가로 활동 중인 최두남은 1953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U.C.버클리에서 학사와 하버드대학 건축대학원(GSD)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하고 지난 25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교육자와 예술가로서 학계와 건축계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이며, 2011년 미국 건축가 협회의 초청 강연을 비롯하여 유럽 및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의 건축전 등 수많은 강연과 전시를 갖은 바 있다. 뉴욕의 건축사무소 KPF와 Woo&Williams에서 실무를 시작했으며,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건축재단 및 건축잡지들로부터 수상과 호평을 받은바 있으며 한국에서는 1988년 샘터화랑 설계로 한국건축협회상을 수상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국가 건축 정책 위원으로서 공직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미국 건축가협회 정회원으로서 한남동 주택, 부암동 주택, 조일빌딩, 샘터화랑 등 다수의 주택, 문화 및 상업 시설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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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두남
일시 2020년 10월 24일 2:00PM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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