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어쩌다가게@망원

박인영

주변에 망원시장이 있고 골목길도 구불구불하고 직교 그리드도 아닌 조금 복잡한 동네다. 망원역에서 찾아 가는 길은 처음 200m 정도는 아주 혼잡한 시장통 같은 길을 따라 접근한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조용한 오래된 주택들이 빽빽하다. 그리고 맞이하는 계획대지에 처음에는 단층 아담한 주택을 출판사가 쓰고 있었다. 대지의 앞에 6m, 뒤에 4m 도로가 있다.

(주)공무점에서 진행하는 어쩌다가게 두 번째로, 망원동 주택가에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어쩌다가게 콘셉트에 맞게 작은 가게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했다. 상부층은 쉐어 오피스로 계획하여 건축주인 (주)공무점과 우리 설계사무소도 이사한다. 작은 가게들과 쉐어 오피스들은 여러 가지 공유공간을 같이 사용하도록 계획해야했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찾아온 건물은 골목길의 연장이도록 했다. 건물 내 골목길은 돌아다니는 재미를 가지도록 했고 군데군데 넓어지는 마당이 함께 있다. 수직 계단의 골목길은 옛 달동네 골목길처럼 꾸불꾸불하다. 3m 층고를 둘로 나누어 1.5m 스킵플로어로 계획하여 층을 이동하는 단절감을 없앴다. 계단을 만드는 방식도 중간에 방향을 90도 전환함으로써 수직 동선이 건물을 가르는 강한 축이 되기보다는 공간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내부 골목길을 중심으로 열려있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옆 주택과의 마찰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주변의 시장골목처럼 모든 시선과 관계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완공 후 사무실을 이사하고 이 건물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본다. 지하공용 라운지와 3.5층 공용회의실은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앱을 통해 예약하여 운영된다. 입주한 공방들은 여기서 클래스를 연다. 골목길과 작은 마당들에서 오픈마켓(어쩌다야시장)도 열렸다. 지하공용 라운지는 높은 층고로 울림이 좋아 매주 음악공연을 하고 있다. 이 작은 건물을 16개(공방 및 가게 11개, 사무실 5개)의 사업자들이 북적북적 거리면 재미있게 사용한다. 각각의 전용면적은 적지만 건물 전체를 이용하는 것 같다.

 박인영  사진 노경
박인영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에서 건설개발을 전공했다. (주)원일건축, (주)위가건축을 거쳐 현재 (주)건축사사무소SAAI 공동대표로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양구백자연구소, 연세대하교 음악대학 리노베이션, 어쩌다가게@망원 등이 있다.
TOP LIST
SPECIAL 육군사관학교 종교교육 및 복지시설, 양수인, 이흔주 종교적인 자발적 유대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라는 구속적 연속성이 보장되는 집단 안에 위치한 건물에 각인된 종교적인 이야기는 오랜 기간을 걸쳐 서서히 밝혀지고 전달될 확률이 극대화된다. 2층 높이의 법당은 기본적으로 박스를 조합한 일상의 공간 위에 원형의 종교공간이 얹힌 모습이다. 1층에는 기능적 공간(사무실, 화장실, 교무실 등)이 중앙부에 밀집 배치되어 있으며, 사각형 박스를 조합한 수련공간(학년별 회의실, 개인 기도실 등)은 세 방향으로 돌출되어 외부에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게 계획했는데 원불교에서 강조하는 일상생활 속 세 가지 수련법(삼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외부로 열린 평면을 구성한다. 2층의 대각전(본당)은 원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원형의 평면이다. 원형 공간의 내벽과 외벽에는 원불교의 핵심 교리인 4가지 은혜(사은)와 4가지 실천 덕목(사요)을 상징하는 큰 개구부가 4개씩 마련돼 있다. 점토벽돌 영롱쌓기 외피는 일상에 열려 있음을 중시하는 원불교 정신을 물질적으로 표현하면서 4개의 창에 빛을 통하게 한다. 한국의 현대 종교건축에서 종교행사의 연출은 전자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영적인 공간 경험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본 건물 본당의 내부 구성은 역설적으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원칙을 따랐다. 반면, 전략적으로 가장 영적이고 종교적인 경험은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구현했다. 이 ‘귀의’의 계단의 투명한 입면은 외부경관과 종교공간사이의 전이와 그 과정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글 양수인  사진 신경섭 
SPECIAL 도서출판 갈무리 독립공간 [뿔], 조한준 5시-6시             오픈하우스 6시-7시             건축가 조한준 건축물 설명 및 강연                            주제_도심 속 협소건축이 가지는 의미 아주 작은 땅이다. 도로에 면한 땅의 폭이 6m, 안쪽으로 10m 길이 60m² 남짓의 19평 공간이 주어졌다. “도서출판 갈무리”라는 출판사의 대표이며 작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예비 건축주는 이 작은 땅에 독립공간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다. 작은 땅만큼이나 좁은 골목길, 좁은 골목길이기 때문에 더 가까이 인접해 있는 이웃들의 원성,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연약한 지반 상태, 자재를 적재할 만한 충분한 공간도 없었다. 공사 작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한 열악한 작업환경이 있을까 싶었다. 설계를 하는 내내 이 건물이 주변의 밀도 있는 건물들 속에서도 작지만 당당하기를 원했고 무표정한 듯 하지만 강한 표정을 지어주기를 원했고 단순한 듯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세련되 보이기를 원했다. 어느덧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해왔던 작은 골목 끝자락에서 하얀색 [뿔]이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이 들어선 곳 아주 가까운 곳에는 오랫동안 출판사의 사무공간과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다. 이 곳에는 출판사가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여전히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져서 오랜 기간 사용해 왔던 공간의 물리적,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건축주 역시 홍대 문화를 일군 많은 창작자에게 닥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긴 어려웠지만, 건축주는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고 지금의 현실에 맞서는 방법으로 인근에 사옥을 짓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예산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아주 제한적이었고 결국은 인근의 아주 작은 6m x 10m(60㎡) 크기의 땅을 얻을 수가 있었다. 좁은 땅에 자신들이 얼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불편함이 없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다소 불안감을 가진 건축주와 달리 나는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작지만 우뚝 솟은 오브제의 상징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의 폭은 고작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그 골목길은 진입과 동시에 길게 뻗은 선형의 방향성을 가지는 축이 되었고 그 골목의 막다른 위치가 건물이 지어질 터였다. 자연스럽게 솟아 있어서 물리적인 오브제를 통해 그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흘려 보내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솟아 오른 뿔은 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게 하고 싶었다. 건물의 첫 이미지는 ‘덩어리’의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 하고 형태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풀어야 했다.마침 건물의 전면이 서향을 마주하고 있어 늦은 오후에 가장 밝은 건물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골목 끝자락에서 원하는 건물의 표정과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작지만 당당한 건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게 되었고 가까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의도하여 가늠할 수 없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였다. 글 조한준  사진 박영채, 류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