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유일주택

최하영, 박창현

2019년 10월 20일 3:00PM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

* 10월 3일 오후2시부터 참가 신청 가능


공동주택은 임대 공간을 최대로 만들기 위해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각 실로 들어간다. 이러한 일반적인 구성을 탈피하고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건축적인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었다. 옆집 사람과 인사도 할 수 있고, 넓은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곳. 원룸으로 대표되는 작은 주거 공간이 복도로 일부 확장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복도를 모두의 작은 거실로 생각하고 빛과 바람이 들고, 조명과 콘센트도 배치하고, 식물 공간도 충분하게 구성했다. 

유일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원래 유일목욕탕 건물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있던 목욕탕이 2000년대 들어 수요가 줄면서 작은 원룸 형태로 나누어 임대되고 있었다. 벽돌로 된 굴뚝도 있고, 오래된 체중계도 남아있었다. 동네 사랑방이었을 유일목욕탕이 유일주택이 되었을 때, 가장 아쉬운 건 만남의 장소에 대한 추억과 목욕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 층 조경 앞 공간에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물리적인 장소는 작게나마 1인 목욕실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남겨두었다. 아버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 건물이 예전에는 목욕탕이었다는 기억을 남기고자 했다. 

최하영, 박창현  사진 김주영 

 

 

최하영
최하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핀란드 헬싱키 공과대학교(현 알바알토 대학교)에서 우드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후 조병수 건축연구소(BCHO architects) 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2017년부터 마인드맵 건축(mindmap architects)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기산동 단독주택, 2019년 전농동 유일주택을 시작으로 건축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mindmaparchitects.com

박창현
박창현은 학부에서 가구를 전공하고 경기대 건축전문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2006년 건축사사무소SAAI의 공동대표를 하였고, 2013년부터 에이라운드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SKMS 이천 연구소’로 건축가 협회 BEST7을 2013년에 ‘조은 사랑채’로 서울시건축상, 2015년 ‘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대, 고려대 등에서 강의와 국내외 젊은 건축가 5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건축계의 지도를 독자적으로 그려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주택에서의 사회적 관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웃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형성에서 물리적, 심리적 제안으로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roundarchitects.com

 

Map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
건축가 최하영, 박창현
건축주 유일규
일시 2019년 10월 20일 3:00PM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
집합 장소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37길 17 (전일청소년독서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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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집의 가능성을 열다, 글_박정현 건축평론가 집이라는 단어가 그리는 윤곽은 건축의 경계와 포개지는 면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는 집을 건축으로 바꿔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집을 방문하는 일은 건축을 답사하는 것과는 꽤 다르다. 주어진 프로그램과 조건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과 같은 건축적인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괄호 속에 넣어야 한다. 반면 취향과 욕망의 전시가 펼쳐지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제 현장에 관한 관심, 아파트와 다른 주거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에 관한 관심, 이를 가능케 하는 금융 모델에 대한 호기심이 전면에 나서면 건축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게 마련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가 흥미로운 까닭은 이런 두 시선이 엉켜 있음을,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시선이 (전통적인 의미의) 건축적인 것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건축적인 것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징후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채의 주택 가운데 다른 모든 것을 괄호치고 건축적 관심만 자아내는 대상, 다르게 말해 건축적 관심을 유발하는 주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집짓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2010년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후반 잡지 ‹공간›이 다룬 주택에서 라이프스타일과 금융, 부동산 모델 등을 읽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2006년 무렵 김헌의 ‘다이코그램(dichogram)’이나 ‘이나큘라(inocula)’, 조병수의 ‘세 상자 집’ 등 당시 주목받았던 주택과 요즘 회자되는 주택 사이의 간극은 무척 크다. 김헌과 조병수의 주택은 건축가의 성향과 건물의 형태나 접근법에서 비슷한 면이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건축 내부로부터 건축을 설명하는 것, 도시에 대한 무관심 등 두 건축가의 작업 모두 대단히 (전통적 의미에서) 건축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외적인 주거 방식이자 건축가의 에고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축 유형일 때, 주택은 건축 담론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2010년대 초중반 땅콩집 신드롬과 함께 시작된 집짓기 흐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서울 근교의 택지가 동났던 이유는 건축이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알고 나면 김이 샐 만큼 간단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금융 모델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땅콩집은 빈약한 건축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으로 마당 있는 주택을 마련할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단독주택은 은퇴 후가 아니라 아이가 어릴 때 더 적합한 주택 유형이라는 생각, 국내에 선례가 많지 않았던 경량 목구조를 확산시켰다. 물론 이 시기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주춤하고 금리가 예외적으로 낮았던 때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에는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건축을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집을 짓는 이들의 나이가 50 – 60대에서 30 – 40대로 내려오게 되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건축가의 독립이 빨라진 것이다. 연령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건축주는 자신보다 어린 건축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건축가라 불리는 이들의 수가 그 어느때보다 많아진 주요한 이유는 젊은 건축주들의 등장이다. ‹오픈하우스서울 2019›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주거는 이 젊은 건축주-건축가 조합의 산물이다. 크기, 형태, 거주와 주택 유형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집들에서 읽을 수 있는 공통점은 도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전 세대 건축가의 집들이 무질서한 서울을 부정하거나 눈 감고 가능하면 그 맥락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집은 주변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aoa architects)의 ‘단단집’과 ‘남녀하우스’의 외부는 서울 어디에나 흔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형식과 재료를 장식적으로 차용한다. 그리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된 평면, 다양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실내와 병치시킨다. ‘미아동 협소주택’과 ‘맥스미니움’ 등 가로 폭이 대단히 좁은 대지에 세워진 주택들은 건축가들이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건설업체나 법적 건축허가만 내주는 설계사무소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거리의 모퉁이에 건축이 처음 개입한 예들이다.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일 수는 없으나 버려지거나 방치된 채 있던 이 공간이 건축적 개입으로 거주할 만한 곳으로 바뀌는 일은 전면철거와 재개발이 더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서울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련의 대수선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재관의 ‘예진이네 집수리’와 ‘두꺼비집 수리’도 비슷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 곁에 언제나 있었지만 가시화되지 못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건축 행위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주택을 둘러싼 다양한 시도들이 공간 기획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 건축물을 짓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건축의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박창현과 최하영의 ‘유일 주택’은 원룸으로 적층된 저층부와 건축주가 사는 상층부로 구성되는 흔한 다세대 · 다가구에 목욕탕이라는 공유 공간을 삽입했다. ‘풍년빌라’는, 건축가가 땅의 매입, 프로그램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클라이언트의 발주 여부에 달려 있는 전통적인 건축 작업과 달리, 건축가가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는 이런 작업이 건축가의 업무영역 확대뿐 아니라 도시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짚어봄 직한 추세는 상가 주택이다. 저층부에는 상가가 고층부에는 주거가 배치된, 이른바 상가 주택이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상가 주택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단히 흔했고, 1990년대 초 건설된 분당과 일산에도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상가 주택은 거주 환경이 나쁜 대표적인 주택 유형으로 손꼽혔고, 관심을 기울일 만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된 ‘노스테라스’를 설계한 황두진의 지적 대로 가장 도시적인 주거라 할 수 있는 상가주택은 최근 건축가들의 주요 설계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작업의 건축적 성취와 의미가 무엇인지 회의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확답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다. 오히려 집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가 축적될 때까지 잠시 건축 논의는 미뤄두어도 좋지 않을까.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일인 가구 수 증가와 노령화에 한국의 도시가 대처해야 하는 시점이 이미 도달했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건축이 들어설 자리를 찾는 사이, 집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을지 모른다. 더 많은 집의 문이 열린 것을 환영하며 더 많은 가능성의 문이 집과 함께 열리길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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