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과 대화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한옥의 중정이었다.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의뢰인은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고 고요한 분위기를 원하고 있었다. 길에서 바로 현관이 보이기보다는 숨겨져 있고, 길지는 않지만, 집의 내·외부에 동선을 느낄 수 있는 구조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땅은 462.8㎡(140평) 정도로 도심에 있는 단독주택 필지로서는 비교적 큰 편이었다. 3면이 인접 대지와 접하고 북쪽에 도로가 접하는 구조로, 도로 쪽으로 창을 낼 필요가 없는 내부 지향적 형태가 적합한 땅이었다.
부부는 인근에 가족과 친척이 있어 여러 모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고 방들은 개별적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확보되는 계획을 원했다. 남쪽을 향해 열려 있는 ‘ㄷ’자 구조로 배치를 하였다. 도로 쪽 외벽은 반경 50m 정도의 곡선으로 계획되어 전면에서 완만한 곡선이 느껴지고 그 부분에 전면 조경이 계획되어 있다. 집의 이름도 완만한 곡선을 뜻하는 ‘활 호(弧)’ 자를 따서 ‘호재(弧齋)’라고 하였다.
전체적으로 재료는 집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시간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였다. 전면 곡선 부분은 벽돌의 거친 부분으로 마감하여 내·외부의 차이를 주었고 내부는 일반 벽돌에 가로줄눈으로 시공하였다. 외부에서 벽돌 하나의 재료만 보이도록 디테일을 고민하였다. 그래서 빗물 방지(flashing) 부분과 외부 천장 부분의 금속 디테일에 고민하였고 대부분 선적인 요소로 보이도록 계획하였다.
중정형 구조로 되어 있어 실 대부분에서 남향으로 창이 나 있고, 맞통풍이 가능한 구조이다.
거실과 주방은 열려 있고 거실의 상부는 층고가 높아 다른 공간과는 차별화된 형태이며 창호, 커튼, 조명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방과 화장실 등은 개별적인 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고려하여 철저하게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수목이 있는 조경과 돌로 마감된 외부는 사용성과 유지관리 측면을 고려하여 계획하였다. 거실의 전면부는 잔디를 심었고 중정 부분은 판석으로 마감하였다.
집의 규모를 고려하여 대문과 현관을 별도로 두었고 대문을 지나 현관으로 가는 여정에 중정을 지나면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인접한 주택을 고려하여 시야를 막아주면서도 자연을 향해 열려 있는 구조를 고민하여 2층의 테라스를 계획하였다. 3개의 테라스는 내·외부의 소통 공간이며 다양한 휴식과 활동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입면은 기본적인 주택의 기능을 충족하면서도 최대한 단정하고 매스감이 느껴지도록 계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