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라일락 옥상집

조성익

2018년 10월 13일 3:00PM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은 부부와 두 아들로 이루어진 가족을 위한 단정한 모양의 2층 단독주택이다. 건축주는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단독주택의 장점이 살아있는 집을 원했다. 옥상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중요한 특권이다. 지나가는 행인을 의식할 필요 없는 개인의 외부 공간이다.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에 천장 없는 옥상 라운지를 만들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나무 테이블을 두었는데, 여기서 계단을 한 층 더 올라가면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옥상 데크가 있다. 두 층의 옥상에 각각 라일락 한 그루씩을 심었다. 라일락 꽃은 향기가 진하고 멀리까지 퍼진다.

혼자만의 공간, 함께 쓰는 공간
네 가지 개성을 가진 층을 배열하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조용히 혼자 있기 좋은 공간이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두기로 했다. 지하층은 혼자 머물며 조용히 보내는 동굴, 1층은 각자의 방이 있는 호텔, 2층은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식사하는 라운지, 옥상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나누는 마당이다. 혼자만의 공간 아래에, 함께 쓰는 공간이 위에 놓인 집이 되었다.

1층과 2층 뒤집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주와 함께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은 1층과 2층의 일반적인 기능 배치를 뒤집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1층에는 함께 쓰는 거실과 식당을 두고 2층은 개인 침실을 두는 것이 설계의 정석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집에 들어오면 개인 공간을 먼저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에 머물기 보다는 먼저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방이 1층에 있으면 편리하다. 침실 공간은 주로 밤에 사용하는 반면, 거실과 주방은 낮에 머무는 빈도가 높으므로 2층에 거실을 두면 전망이 좋고 빛이 잘 드는 장점이 있다. 특히, 라일락 옥상집이 있는 운중동은 창 밖으로 산의 풍경이 멋지게 보이는데,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숲을 바라보며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집의 중심, 주방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방이다. 2층 라운지의 한 가운데, 거실과 식당을 연결하는 공간에 주방을 두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보통은 벽에 붙은 조리대를 마주보고 서게 된다. 음식을 먹는 다른 가족들과 시선이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다. 음식 준비하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일락 옥상집의 주방에서는 사방을 막힘 없이 볼 수 있다. 식사하는 가족들, 거실의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주방에서 거실과 식탁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선을 가리는 키 큰 냉장고와 수납장을 모두 벽 속에 감추었다.

집안 일을 편하게
단독주택에 살면 집안 일이 늘어난다. 평면이 효율적으로 구성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청소해야 할 곳도 많고, 정리해야 할 물건도 늘어난다. 늘어나는 집안 일도 문제지만, 집안 일을 하러 이동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한 층에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아파트와 달리, 층계를 오르내리며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집안일을 위한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1층 화장실에는 빨래를 투입하는 구멍을 만들었다. 이 구명은 지하의 세탁실로 연결된다. 침실의 침대 시트를 걷어서 힘들게 계단을 내려갈 필요 없이 구멍으로 던져 넣기만 하면 지하에 세탁물이 모인다. 2층 주방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도 만들었다.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가족의 인기척을 느끼도록
‘스플릿 레벨’, ‘스킵 플로어’로 알려진 방법이 있다. 바닥 높이를 바꿔서 연결되는 듯 구분되는 공간을 만드는 설계 방법이다. 라일락 옥상집에서는 바닥 대신 천장의 높이를 바꿔서 공간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주었다. 침실에서도 바닥 창문을 통해 지하실이 살짝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거실의 높은 창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 집에 머무는 가족들끼리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문을 닫으면 서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에서는 벽 너머 공간에 남편이, 부인이, 아이들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만을 위한 외부 공간
‘혼자만의 정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 같은 사적인 외부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에서 원하는 공간이다. 아파트에서 나와 가족만을 위한 외부 공간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교의 단독주택들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마당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 행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중정형 마당으로 계획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옆집 과의 거리가 좁아져서 사생활이
침해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에서는 나만을 위한 조용한 외부공간을 1층 대신 옥상에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각자 독립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인기척을 느낄 수 있도록 천장의 높이를 조정했다. ‘라일락 옥상집’은 도시에서 편안하게 나만의 외부공간을 누릴 수 있는 집이다.

글, 사진 TRU건축사사무소 제공

TRU 건축사사무소
https://www.trugroup.co.kr


조성익
조성익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는 서울대학교, 예일대학교 대학원를 거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를 받았다. 2010년 TRU건축사사무소를 열고 건축의 창의적 기획 및 실행에 관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진천 벚꽃집, 운중동 이지하우스, 시몬느 플레그십스토어를 설계했으며, 건축 설계를 통해 발견한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건물이 모여서 만드는 도시 경관에 관한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Map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건축가 조성익
일시 2018년 10월 13일 3:00PM
집합 장소 두닷 블라스코 판교쇼룸(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208번길 25 1010빌딩)(지도는 집합장소로 표시함)
인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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