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오래된 집
집에 대한 탐색을 이어온 오픈하우스서울의 올해 두번째 테마는 <오래된 집>이다. 이번 테마에서는 시간의 축적뿐만 아니라, 집의 오래된 내력을 주목하고, 손님을 맞고 환대하는 집의 공간을 탐색한다. 그 시대 삶의 양식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집을 통해 TV가 거실을 점령한 ‘게으르고 나태한 거실’이 아닌, 아직 응접과 환대가 이루어지던 1960~80년대의 주거 공간 구성을 탐색하려는 의도이다.
특히 이번 <오래된 집>에서는 건축가 김수근의 초기 주택인 청운동 주택과 그의 마지막 주택 설계가 된 고석공간이 오픈하우스서울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두 집은 건축가 김수근의 시작과 마지막에 놓여 있지만, 애착을 가진 새 주인을 만나 오늘의 일상을 쌓아간다는 공통점도 있다.
1968년에 완공된 청운동 주택은 외부와 내부 마감재는 변형되었지만, 강한 조형성을 가진 외관과 기본 공간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김수근의 초기 건축을 탐구할 기회를 주고 있다. 고석공간은 건축가 김수근의 누나인 김순자 여사와 한국 화단의 대표 작가인 박고석 화백의 아틀리에이자 집으로, 현대적인 평면 구성 안에 한식 공간의 정갈한 공간감을 담고 있다. 배형민 교수는 고석공간을 통해 모듈 구성을 탐색하던 김수근의 후기 건축을 짐작할 수 있다고 평한다.
1966년에 지어진 장충동 까치내는 건축가 나상진이 설계한 집으로 4대에 걸친 대가족의 역사가 담긴 곳이면서 지역 어른으로서 많은 친척과 청년들을 맞아주던 환대의 공간이었다. 2000년대 집을 수리하면서 내부 마감재 등 일부가 바뀌었지만, 응접실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평면 구성과 계단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던 이 집의 내력을 보여준다. 또한, 사진으로 남은 목재 마감의 흔적은 수공예에 가까운 당시 제작 방식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것은 오래된 집들의 가장 깊은 곳에 집의 청사진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집주인에게 건네는 건축가의 마지막 선물인 청사진과 허가 도면은 집의 출생신고서처럼 기록물로 남아 있다. 올해 오픈하우스서울에서는 청운동 주택 청사진과 고석공간의 도면 일부를 최초로 공개하고, 동백꽃 까치내 건축주가 제공하고 건축가 임태병이 기록화한 건축가 나상진의 청사진과 외부 투시도를 공개한다. 또한 모래내주택 허가도면을 통해 교수촌이라 불리던 모래내 일대에 그 시절 전형적인 2층 주거를 설계했던 건축가 김종호를 추적한다.
1~2세대 건축가가 활동한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주택부터, 당시 보편적인 주거 양식을 짐작하게 하는 교수촌의 2층 주택, 적산 가옥으로 지어진 후 오랜 시간 덧대고 개조되며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삼청동 주택까지, 집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본 새 주인을 맞은 집들과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옛집까지, 오래된 집이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