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1

새로운 질서의 패러다임, 자하 하디드

건축가 이정훈(조호건축)

2019년 5월 24일 2:00PM
서울 중구 을지로 281
* 유아 동반 불가능 프로그램
사진_박해욱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일시: 2019년 5월 24일 오후 2시
집결지: DDP 인포 센터(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 방향)


* 이 프로그램은 DDP 지붕에 올라가는 동선을 포함합니다. DDP 지붕에는 안전장비와 안전모를 착용해야 올라갈 수 있으며,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이나 노약자, 초등학생은 오를 수 없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자하 하디드의 DDP를 일컬어 비정형 건축이라 부른다. 하지만 비정형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정형적인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떠한 질서를 대변하는 것인지에 관해 살펴보아야 한다. 즉 정형과 비정형의 구분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러한 구별 짓기가 건축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자하 하디드 건축을 이해하는 시작과 끝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형적 형태의 건축은 건축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은 건축 양식사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냈고, 궁극적으로 삶의 근간을 구성하는 공간 개념을 바꿔 놓는다. 그것은 마치 로마네스크 시대에서 고딕으로 전환되는 건축사적 전환점처럼 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의 이념들을 펼쳐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하 하디드의 DDP는 최첨단의 설계 방식과 시공 방식이 결합한 시대사적 성과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건축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관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건축은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체계이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하 하디드 건축의 큰 특징은 끊임없이 기성의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질서로서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은 기존 도시가 지닌 질서에 대한 반역이며 새로운 해석의 체계일 수 있다. DDP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가장 복잡한 도시의 단면 속에 위치한다. 아마도 DDP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만들어온 질서란 어떠한 것이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이끌어가야 할 질서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_이정훈 / 사진_박해욱(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사진_박해욱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루트>>
DDP 인포 센터(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 방향) ─ DDP 어울림 광장 ─ 미래로 아래 공간 ─ 동굴계단 앞(패널과 캔틸레버) ─ 알림터 알림1관 ─ 알림터 알림2관 ─ 알림터 VIP 대기실 ─ 살림터로 진입 ─ 살림터 내부 ─ 배움터 둘레길 1층에서 2층 ─ 조형계단 2층에서 4층이동 ─ 잔디언덕 ─ 디자인나눔관,
라이브러리─ 4층 DDP 지붕 ─ 잔디언덕

사진_박해욱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사진_박해욱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사진_이정훈 제공

이정훈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건축학교에서 건축재료 석사, 파리 라빌레트건축대학에서 건축이론석사 및 프랑스 건축사를 취득했다. 파리 시게루반 사무소와 런던 자하 하디드 오피스를 거쳐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2010년 젊은건축가상, 2013 미국 ‘아키텍추럴 레코드’ 디자인뱅가드, 2014 독일 프리츠 회거건축상과 서울시건축상, 경기도 건축상을 수상했다. 2015년 이탈리아 더 플랜어워드 및 영국 월페이퍼 Architect Directory에 선정 및 독일 레드닷어워드를, 2016년 영국 아시아퍼시픽어워드 및 독일 IF어워드를 수상했다. 2016 한국리모델링 건축대전 우수상, 한국건축가협회상 및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German Design Award 및 American Architecture Award 및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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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5주년 기념 SPECIAL TOUR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주의적인 공간, DDP, 하지훈 가구디자이너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시민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DDP가 개관 당시 가구 컬렉션을 했는데, 제 의자도 컬렉션에 포함되어서 그때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DDP에서 열린 <백두대간 와유(臥遊)> 전시에도 참여했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게 되었어요.   DDP에 자주 가시나요? 자주 가죠. 전시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DDP가 생기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서울에 디자인 전시를 비롯해 수준 높은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가장 반가운 부분이에요. DDP에서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둘레길.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전시공간이 없어요. 전시공간으로서  안 좋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공간이 어디에도 없으니까 독특한 전시를 할 수도 있어요. 건물 안에 길이 있다는 건데, 그것이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통 화이트 큐브 전시에서는 공간 전체가 한눈에 다 보이고, 전시품들이 공간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둘레길은 시선 안에 공간이 한꺼번에 다 드러나지도 않고, 마치 내가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DDP만이 가진 굉장히 유니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 공간이 갖는 가치, 혹은 건축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는 관념적인 것에 너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매번 일하면서 느끼지만, 심지어 제가 하는 일도 항상 관념과 싸움이라고 볼 정도예요. 사람들이 가구를 판단할 때, 이 의자가 편한가를 보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의자 디자인에서 과연 사람이 중심이냐, 아니면 조형적인 것이 우선이냐 했을 때, 조형성이 우선시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모든 것을 하나의 가치로 판단할 수는 없어요. 예술과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명확한 답이 없는 분야라는 거죠. 그래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 대해 구불거리는 벽 때문에 기능적으로 공간 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DDP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안의 아주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갖는 것 같고, 하나쯤은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걸 다 공간 효율성으로만 따지다 보면 이 세상이 얼마나 건조하겠어요. 이렇게 크레이지한 공간도 있어야, 사람들이 DDP를 보면서 어떤 예술적인 감동을 얻는 거죠. 이것도 기능보다는 조형성이 갖는 사회적인 기능이자 의미라고 봐요. 저는 그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물론 다른 개념의 건축물들도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같은 것이 그래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는 완전히 양쪽 끝단에 있는 거예요. 터에 대한 것, 그리고 기무사 건물을 유지한다거나 아니면 거기에 원래 있었던 역사성을 부드럽게 이어서 만들어나가는 건축이 있는 거죠. 반면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정체성과 개성, '– 주의적'인 것이 강한 건축물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그 도시가 풍성해 지는 거죠. 그래서 DDP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거예요. 서울에 그런  공간이 없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든 관광객이 둘러보는 공간이 됐단 말이에요. 그게 중요해요. 저는 덴마크에서 공부했는데, 덴마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건축에 투자를 많이 하고, 특히 주로 공공건물에서 상징성을 풀어내요. 도서관 같은 거요. 저는 그렇게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공건물은 왜 맨날 재미없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친환경적이고, 돈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투자를 많이 해서 오랫동안 사회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공공건물은 여러 사람한테 의미를 전달해 주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저런 건물이 들어서니까 주변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하는 것들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공공건물이 가장 효과적인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관념적으로 공공건물에는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둥 여러 가지 저해 요소가 있어요. 관념과 싸움에서 그걸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게 예술이고요. 싸워나가는 거죠. 다른 생각을 갖고 간다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DDP가 중요한 겁니다. DDP는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한 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건축만큼 많은 향을 줄 수 있는 게 어디 있어요. 도시와 건축의 관계에서 또 도시의 풍경 측면에서, 서울 안에서 DDP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정답은 없어요. 어느 공간에 외계 우주선이 추락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공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DDP는 그 공간에 대한 주변 것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에요. 충격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런 공간들이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건물들이어서 공간이, 도시가 재미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이렇게 충격을 줄 수 있고, 조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해요.     DDP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DDP와 나름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디자인계 내에서 DDP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 경우는 DDP가 있어서 안심하게 돼요. 내가 지금 DDP와 뭔가 하지 않더라도 ‘DDP가 있으니 언제든 거기서 무언가를 하면 돼’ 라고나 할까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뭔가 안심할 수 있는 든든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또 DDP에 관해 이야기할 때 패션이니 디자인이니 그런 것은 상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안 좋은 부분 중 하나가 자꾸 공예, 디자인, 예술,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나눈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누나요. 장르가 무너진 지가 언젠데요. 오히려 이제는 장르 구분하지 않고, 확실하게 DDP라는 공간의 퀄리티에 맞는 전시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퀄리티 있는 전시들이 잘 필터링 되어서 DDP에서 계속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기획을 하는 것보다 좋은 전시만 계속 보여줘도 DDP의 역할은 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가장 자주 회자되는 화두가 플랫폼이라는 단어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DDP에 가면 전시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많아야 해요. ‘주말에 우리 어디 갈까?’ 했을 때 DDP에 가면 하루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어렵죠. 수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도 두 번째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즐길 거리, 즉 콘텐츠가 계속 있어야 하는 거죠. DDP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해요. 요즘은 백화점만 해도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들을 불러 모으잖아요. 그러니까 DDP 안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전시라든지 아니면 F&B 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획이 필요한 거죠.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도 필요하고요. 이런 걸 예술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미술관을 보면 큐레이터 제도가 있잖아요. 외부기획자도 있고요. 다시 말해 내부에서 모든 기획을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이 있으면 그 예산 안에서 좋은 기획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럼 부담 없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DDP가 비판 받는 이유는 그 좋은 공간을 가지고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내용이 가장 많을 거예요. 저는 오히려 디자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예술과 문화가 더 어우러지면서 장르에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어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더 오래된 것 같은데 5주년밖에 안 됐네요. 저는 이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DDP 주변에 여행용 가방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저는 역시 DDP를 만든 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좀 더 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기서 머물 수 있고, 한국,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죠.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항상 너무 조급하게, 한 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것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DDP는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 있을 테니 한 달, 일 년,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지면서 건축의 완성도에 걸맞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뿐만 아니고 모든 서울시민이 격려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OHS 진행 최진이
DDP 5주년 기념 SPECIAL TOUR 새로운 질서의 패러다임, 자하 하디드, 건축가 이정훈(조호건축) 5월 24일 2:00PM
Special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주의적인 공간, DDP, 하지훈 가구디자이너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시민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DDP가 개관 당시 가구 컬렉션을 했는데, 제 의자도 컬렉션에 포함되어서 그때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DDP에서 열린 <백두대간 와유(臥遊)> 전시에도 참여했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게 되었어요.   DDP에 자주 가시나요? 자주 가죠. 전시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DDP가 생기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서울에 디자인 전시를 비롯해 수준 높은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가장 반가운 부분이에요. DDP에서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둘레길.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전시공간이 없어요. 전시공간으로서  안 좋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공간이 어디에도 없으니까 독특한 전시를 할 수도 있어요. 건물 안에 길이 있다는 건데, 그것이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통 화이트 큐브 전시에서는 공간 전체가 한눈에 다 보이고, 전시품들이 공간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둘레길은 시선 안에 공간이 한꺼번에 다 드러나지도 않고, 마치 내가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DDP만이 가진 굉장히 유니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 공간이 갖는 가치, 혹은 건축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는 관념적인 것에 너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매번 일하면서 느끼지만, 심지어 제가 하는 일도 항상 관념과 싸움이라고 볼 정도예요. 사람들이 가구를 판단할 때, 이 의자가 편한가를 보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의자 디자인에서 과연 사람이 중심이냐, 아니면 조형적인 것이 우선이냐 했을 때, 조형성이 우선시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모든 것을 하나의 가치로 판단할 수는 없어요. 예술과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명확한 답이 없는 분야라는 거죠. 그래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 대해 구불거리는 벽 때문에 기능적으로 공간 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DDP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안의 아주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갖는 것 같고, 하나쯤은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걸 다 공간 효율성으로만 따지다 보면 이 세상이 얼마나 건조하겠어요. 이렇게 크레이지한 공간도 있어야, 사람들이 DDP를 보면서 어떤 예술적인 감동을 얻는 거죠. 이것도 기능보다는 조형성이 갖는 사회적인 기능이자 의미라고 봐요. 저는 그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물론 다른 개념의 건축물들도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같은 것이 그래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는 완전히 양쪽 끝단에 있는 거예요. 터에 대한 것, 그리고 기무사 건물을 유지한다거나 아니면 거기에 원래 있었던 역사성을 부드럽게 이어서 만들어나가는 건축이 있는 거죠. 반면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정체성과 개성, '– 주의적'인 것이 강한 건축물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그 도시가 풍성해 지는 거죠. 그래서 DDP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거예요. 서울에 그런  공간이 없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든 관광객이 둘러보는 공간이 됐단 말이에요. 그게 중요해요. 저는 덴마크에서 공부했는데, 덴마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건축에 투자를 많이 하고, 특히 주로 공공건물에서 상징성을 풀어내요. 도서관 같은 거요. 저는 그렇게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공건물은 왜 맨날 재미없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친환경적이고, 돈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투자를 많이 해서 오랫동안 사회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공공건물은 여러 사람한테 의미를 전달해 주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저런 건물이 들어서니까 주변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하는 것들을 인식시키는 것으로 공공건물이 가장 효과적인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관념적으로 공공건물에는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둥 여러 가지 저해 요소가 있어요. 관념과 싸움에서 그걸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게 예술이고요. 싸워나가는 거죠. 다른 생각을 갖고 간다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DDP가 중요한 겁니다. DDP는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한 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건축만큼 많은 향을 줄 수 있는 게 어디 있어요. 도시와 건축의 관계에서 또 도시의 풍경 측면에서, 서울 안에서 DDP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정답은 없어요. 어느 공간에 외계 우주선이 추락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공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DDP는 그 공간에 대한 주변 것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에요. 충격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런 공간들이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건물들이어서 공간이, 도시가 재미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이렇게 충격을 줄 수 있고, 조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해요.     DDP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DDP와 나름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디자인계 내에서 DDP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 경우는 DDP가 있어서 안심하게 돼요. 내가 지금 DDP와 뭔가 하지 않더라도 ‘DDP가 있으니 언제든 거기서 무언가를 하면 돼’ 라고나 할까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뭔가 안심할 수 있는 든든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또 DDP에 관해 이야기할 때 패션이니 디자인이니 그런 것은 상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안 좋은 부분 중 하나가 자꾸 공예, 디자인, 예술,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나눈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누나요. 장르가 무너진 지가 언젠데요. 오히려 이제는 장르 구분하지 않고, 확실하게 DDP라는 공간의 퀄리티에 맞는 전시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퀄리티 있는 전시들이 잘 필터링 되어서 DDP에서 계속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기획을 하는 것보다 좋은 전시만 계속 보여줘도 DDP의 역할은 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가장 자주 회자되는 화두가 플랫폼이라는 단어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DDP에 가면 전시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많아야 해요. ‘주말에 우리 어디 갈까?’ 했을 때 DDP에 가면 하루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어렵죠. 수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가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도 두 번째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즐길 거리, 즉 콘텐츠가 계속 있어야 하는 거죠. DDP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해요. 요즘은 백화점만 해도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들을 불러 모으잖아요. 그러니까 DDP 안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전시라든지 아니면 F&B 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획이 필요한 거죠.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도 필요하고요. 이런 걸 예술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미술관을 보면 큐레이터 제도가 있잖아요. 외부기획자도 있고요. 다시 말해 내부에서 모든 기획을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이 있으면 그 예산 안에서 좋은 기획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럼 부담 없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DDP가 비판 받는 이유는 그 좋은 공간을 가지고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내용이 가장 많을 거예요. 저는 오히려 디자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예술과 문화가 더 어우러지면서 장르에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어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더 오래된 것 같은데 5주년밖에 안 됐네요. 저는 이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DDP 주변에 여행용 가방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저는 역시 DDP를 만든 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좀 더 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기서 머물 수 있고, 한국,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죠.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항상 너무 조급하게, 한 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것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DDP는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 있을 테니 한 달, 일 년,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지면서 건축의 완성도에 걸맞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뿐만 아니고 모든 서울시민이 격려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OHS 진행 최진이
DDP 5주년 기념 SPECIAL TOUR 한국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DDP,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우리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는지요? 첫인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기억이 나요. 마치 미래 도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딘지 모르게 매우 유기적인 느낌이 많이 나서 공간감을 잃은 것 같기도 했고,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런 느낌이 나빴다기보다 오히려 나를 자하 하디드만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기억해요. DDP가 처음 패션산업의 중심지인 동대문 일대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패션계에서는 혹은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처음에는 저도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어요. 건축이 자기만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DDP라는 공간 자체가 주변 환경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살짝 의아했었죠.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것도 건축가의 의도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어요. 왜냐하면 DDP는 매우 오랫동안 정체돼있던 동네에 변화라는 제안을 한 건데, 만약에 이런 새로운 공간이 없었다면 동대문이라는 동네, 상권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DDP가 동대문 일대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계기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 같아요. DDP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패션 행사가 열립니다. 한국 패션계에서 DDP의 위치, 위상은 어떤가요? 지난 5년간 패션계에서 DDP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특히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방문하죠. 특히 외국 분들은 그 도시의 아이코닉한 건축물을 도시의 매력 포인트로 삼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외국인들은 DDP가 가진 상징성과 그 가치를 좋게 평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다가 DDP라는 매우 아이코닉한 건축물에서 패션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로서 국내 패션계에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해요. DDP 같은 멋진 공간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DDP 가운데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DDP는 내부도 좋지만, 저는 건물 밖의 전체적인 모습을 좋아해요. 건물을 바라보며 산보하듯이 걸어가다 보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물 모양과 스카이라인이 계속해서 바뀌어요. 건축물은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 걸으면서 봤을 때는 건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굉장히 유기적인 느낌을 줘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디에서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똑같이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요새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주요 화두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패션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서울패션위크 행사가 DDP에서 지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많은 외국인도 서울의 패션을 DDP와 연결 지어 생각할 정도로 국내 패션계에서 아이코닉한 건물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 그런 상징적인 이미지 자체를 패션에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DDP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실은 전 세계에 훌륭한 건축가들이 많이 있지만, 자하 하디드만큼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표출하는 건축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자하 하디드가 이루어놓은 결과물이란 것이 사실은 매우 대단한 거죠. 어느 장소에서 말없이,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이것은 자하 하디드의 건물일 거라고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아이덴티티 건축의 흐름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점에서 DDP는 정말 훌륭한 거죠. 이런 멋진 공간이 만들어졌는데,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더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점 같아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DDP는 멈춰 있는 공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적인 이미지를 가진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유기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외부 대관 행사 및 전시들이 매우 많은 편인데, 저는 DDP 내에서 자발적으로 기획하는 다양한 전시들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OHS 진행 최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