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오래된 집 집에 대한 탐색을 이어온 오픈하우스서울의 올해 두번째 테마는 <오래된 집>이다. 이번 테마에서는 시간의 축적뿐만 아니라, 집의 오래된 내력을 주목하고, 손님을 맞고 환대하는 집의 공간을 탐색한다. 그 시대 삶의 양식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집을 통해 TV가 거실을 점령한 ‘게으르고 나태한 거실’이 아닌, 아직 응접과 환대가 이루어지던 1960~80년대의 주거 공간 구성을 탐색하려는 의도이다. 특히 이번 <오래된 집>에서는 건축가 김수근의 초기 주택인 청운동 주택과 그의 마지막 주택 설계가 된 고석공간이 오픈하우스서울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두 집은 건축가 김수근의 시작과 마지막에 놓여 있지만, 애착을 가진 새 주인을 만나 오늘의 일상을 쌓아간다는 공통점도 있다. 1968년에 완공된 청운동 주택은 외부와 내부 마감재는 변형되었지만, 강한 조형성을 가진 외관과 기본 공간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김수근의 초기 건축을 탐구할 기회를 주고 있다. 고석공간은 건축가 김수근의 누나인 김순자 여사와 한국 화단의 대표 작가인 박고석 화백의 아틀리에이자 집으로, 현대적인 평면 구성 안에 한식 공간의 정갈한 공간감을 담고 있다. 배형민 교수는 고석공간을 통해 모듈 구성을 탐색하던 김수근의 후기 건축을 짐작할 수 있다고 평한다. 1966년에 지어진 장충동 까치내는 건축가 나상진이 설계한 집으로 4대에 걸친 대가족의 역사가 담긴 곳이면서 지역 어른으로서 많은 친척과 청년들을 맞아주던 환대의 공간이었다. 2000년대 집을 수리하면서 내부 마감재 등 일부가 바뀌었지만, 응접실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평면 구성과 계단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던 이 집의 내력을 보여준다. 또한, 사진으로 남은 목재 마감의 흔적은 수공예에 가까운 당시 제작 방식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것은 오래된 집들의 가장 깊은 곳에 집의 청사진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집주인에게 건네는 건축가의 마지막 선물인 청사진과 허가 도면은 집의 출생신고서처럼 기록물로 남아 있다. 올해 오픈하우스서울에서는 청운동 주택 청사진과 고석공간의 도면 일부를 최초로 공개하고, 동백꽃 까치내 건축주가 제공하고 건축가 임태병이 기록화한 건축가 나상진의 청사진과 외부 투시도를 공개한다. 또한 모래내주택 허가도면을 통해 교수촌이라 불리던 모래내 일대에 그 시절 전형적인 2층 주거를 설계했던 건축가 김종호를 추적한다. 1~2세대 건축가가 활동한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주택부터, 당시 보편적인 주거 양식을 짐작하게 하는 교수촌의 2층 주택, 적산 가옥으로 지어진 후 오랜 시간 덧대고 개조되며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삼청동 주택까지, 집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본 새 주인을 맞은 집들과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옛집까지, 오래된 집이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2022 2022 김중업건축박물관 특별전시, <미디어 아키텍쳐: 김중업, 건축예술로 이어지다> 2022 김중업건축박물관 특별전시 <미디어 아키텍쳐: 김중업, 건축예술로 이어지다>는 김중업(1922~1988)의 건축예술 세계를 디지털미디어와 미래기술로 새롭게 해석한 국내 최초의 건축 실감 콘텐츠 전시이다. 김중업은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로 주한 프랑스대사관, 서울올림픽 평화의 문 등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예술로서의 건축관을 국내에 정착시키고자 한 선구자이다. 올해 건축가 김중업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김중업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공립박물관·미술관 실감 콘텐츠 제작 및 체험존 조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크게 4개 주제로 나누어 김중업건축박물관 특별전시관 1·2층에서 전시된다. 1부 「주한 프랑스대사관, 미디어를 만나다」에서는 김중업의 대표 건축인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미디어파사드, 3D 모형 프로젝션 맵핑 기술 등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2부 「김중업 건축, 현대예술로 이어지다」에서는 현대예술로 재해석된 김중업의 제주대학교 본관, 삼일빌딩, 서울올림픽 평화의 문을 공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다. 3부 「다큐멘터리 김중업, 건축예술로 나아가다」와 4부 「건축과 도시, 미래를 꿈꾸다」는 ‘인터렉티브’를 적용한 체험존으로, 관람객이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형 영상기술을 체험하며 김중업 대표 건축물의 색, 재질 등을 변화시키는 등 자신만의 미래 도시를 완성할 수 있다. 다양한 현대 예술과 미래기술로 연출된 이번 전시를 통하여 김중업이 추구했던 건축예술과 향후 우리 건축이 나아갈 길을 공명(共鳴)해보고자 한다.   글 사진 김중업건축박물관 김중업건축박물관 바로가기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2022 3부 사라진 원본 • 재현의 방법, (구)제주대학교 본관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없는 현대 건축 유산은 언제든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구조적인 한계, 시대적 요구, 기능의 변화 앞에서 현대 건축 유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구)제주대학교 본관은 구조적 수명이 다했다는 명분으로 철거된 대표적인 김중업의 건축 유산이다. 잃어버린 건축물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최근 잇따른 현대 건축물들의 철거 결정은 현대 건축 유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사라진 건축 유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미 사라진 (구)제주대학교 본관의 건축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현대 건축 유산의 가치와 상징성, 축적된 도시의 기억에 대한 상실감, 미래 유산에 대한 보존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아가 원본 없는 건축이 복제와 복원, 재현을 통해 어떻게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을지,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재현의 가능성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인터뷰 정인하 한양대학교 에리카 교수 박정현 건축비평가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 권민호 작가 * 7월 21일 (목) 공개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2022 2부 산업유산의 활용, (구)유유산업 안양공장(김중업건축박물관, 안양박물관) 1960년대의 산업시설인 (구)유유산업(현 유유제약)의 안양공장은 전후 한국의 산업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 군이다. 당대 대표적인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에 참여해, ‘산업건축’이라는 유형에 합리적인 태도와 조형적인 접근을 실현한 건물이기도 하다. 기능성이 강조되는 산업건축물에 ‘구조적인 합리성과 조형적인 낭만성’을 담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의 중초사지 당간지주, 고려 시대의 안양사 터 위에 세워진 (구)유유산업 안양공장은 ‘안양’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개발 시기의 산업유산을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안양박물관으로 조성하면서 산업건축 유산의 활용을 보여준 문화적인 가치도 담고 있다. 전후 공업화와 근대화가 본격화되던 한국에서 김중업의 초기작인 (구)유유산업 안양공장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한 산업건축 유산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국내 최초의 건축가 박물관으로 활용되면서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뷰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 * 6월 30일 (목) 공개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2022 1부 복원과 확장, 주한 프랑스대사관 도시 안의 또 다른 영토인 대사관은 휴식을 위한 집이자, 일하는 사무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교류 공간이다. 대사관의 건축은 한 나라의 문화를 최전선에서 대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김중업의 대표작인 프랑스대사관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과 한국성에 대한 고민이 만나 꽃을 피운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와 한국의 건축 문화가 만났다는 점에서 대사관의 의미와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르 코르뷔지에와 한국성 사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김중업이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한 건축물이다. 1960년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지어진 프랑스대사관은 구조적인 보강과 대사관의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리모델링과 증축을 진행 중이다. 사티와 매스스터디스의 설계로 진행되는 이번 리모델링과 증축은 일부 변형된 지붕 등을 복원해 김중업의 초기 설계안을 살리는 동시에 기존 건축물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기능을 확장하여 오늘의 가능성을 담는다.   인터뷰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6월 9일 (목) 공개
김중업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2022 김중업 건축, 오늘을 만나다, 김중업건축박물관 x 오픈하우스서울 김중업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중업건축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 아키텍쳐: 김중업, 건축예술로 이어지다>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김중업 건축, 오늘을 만나다> 3부작 영상이 6월 9일부터 선보입니다.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오픈하우스서울이 공동 기획한 이번 영상은 김중업의 건축을 미디어 매체로 재해석하는 전시의 연장선에서 김중업 건축의 오늘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원형을 회복하고 새로운 기능을 확보하려 리모델링과 증축을 진행하고 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산업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구)유유산업 안양공장(김중업건축박물관, 안양박물관), 구조적 수명을 다했다는 명분으로 사라진 (구)제주대학교 본관 건물은 김중업의 건축 유산이 어떻게 수명을 이어갈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 통해 건축가 김중업의 낭만성이 드러나는 1950~60년대 건축물이 우리 도시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오늘을 살고 있는지를 주목하고자 합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쓰임이 변화하는 도시에서 김중업의 건축은 보존되거나 새로운 기능을 담고 확장하고 변형되거나 소멸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중업 건축의 원형과 의미를 살펴보고 현대 건축 유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부 복원과 확장, 주한 프랑스대사관 필립 르포르 대사(주한 프랑스대사관) 배형민 교수(서울시립대) 6월 9일 (목) 공개   2부 산업유산의 활용, (구)유유산업 안양공장(김중업건축박물관, 안양박물관) 안창모 교수(경기대) 6월 30일 (목) 공개   3부 사라진 원본 • 재현의 방법, (구)제주대학교 본관 정인하 교수(한양대 에리카) 황두진 건축가 박정현 건축비평가 권민호 작가 7월 21일 (목) 공개   ▶ 김중업건축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FILM 영상 ㅣ 디파이사옥, 정재헌 오픈하우스서울×기린그림 소통 & 공간 브랜드 스페이스의 시대에 기업의 이미지가 담긴 공간의 메시지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업 디파이의 비전을 공간에 담아내는 일이 첫 번째 과제였다. 젊은 CEO와 더 젊은 20대 사원들이 열정을 쏟아 꿈을 이뤄가는 곳, 디파이는 새로움을 열망하며 현재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 창조적인 이들의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든 사람과 소통하길 원한다. 시각과 청각, 촉감이 살아있는 소통의 공간, 누구나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디파이다.    연결과 경계 강남의 조용한 주거지역에 있는 디파이 사옥은 정면에는 고층 아파트가 장벽처럼 서 있고,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대지를 둘러싸고 있다. 곳곳에 들어선 근린생활시설 건물들이 주택가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고 있다. 디파이 사옥은 거리와 소통하면서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 저층부는 열고, 인접 건물과는 두꺼운 벽으로 강한 경계를 만들었다. 대신 1층 라운지를 반 층 올리는 스플릿 플로어(split floor)로 계획하여 내부공간을 시각적으로 보호하면서 동시에 지하 공간으로 빛이 흘러가도록 했다. 중정으로 확장된 1층 라운지는 수직·수평의 동선과 내·외부의 시선이 한번에 관통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다. 분주한 움직임이 이뤄지는 장소의 특성상 자칫 산만하기 쉽지만, 여유 있는 공간의 크기와 분리된 시선의 방향, 그리고 자연의 생기가 어우러져 만남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 잘 사용되고 있다.    보이드와 단면 인터넷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현실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늘 모니터 앞에 있는 일상에서 잠시 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고, 계절과 날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이 누구보다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내부공간(solid)보다 외부공간(void)을 먼저 디자인했다. 하늘로 열린 중정을 안쪽에 배치하여 각 층의 내부공간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중정의 빛은 선큰 가든으로 이어진 빛의 벽을 타고 지하 공간으로 전해진다. 층고를 높이고, 최대한 개방감을 확보한 지하 공간에 흘러내리는 빛줄기는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과 볼륨 3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은 빛과 자연이 움직이는 감성의 공간이다. 중정의 ‘벽’은 시선 차단의 목적보다는 오히려 정제된 풍경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창’으로 계획되었다. 사옥의 모든 공간에서 벽은 그 자체로 빛과 하늘이 연출하는 ‘미디어’로 시시각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의도적으로 두껍게 디자인된 벽은 볼륨으로 느껴질 만큼 무겁고 단단하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면이면서 동시에 내부에서 경험되는 또 다른 입면이 된다.   사람과 마음 체화된 마음 이론(theory of embodied mind)에서 사람의 마음은 몸과 몸을 감싸고 있는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몸의 감각과 움직임이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피스’의 기본 개념은 이제 ‘기능’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몸’의 편리함에서 ‘마음’의 편안함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피스는 이제 업무공간이 아니라 ‘집’과 같은 따뜻한 생활공간이 되어야 한다.   글 정재헌 사진 윤준환 
FILM 영상ㅣ선유재, 이정훈 주택프로젝트 의뢰가 들어 올 때면 항상 긴장하곤 한다. 대략 백여 가지의 고려해야 할 복잡다단한 결정 사항뿐 아니라 그중 한 두 가지를 놓쳤을 때 겪게 되는 민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의뢰인의 까다로움이 더할 때는 건축가로서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맛보곤 한다. 하지만 주택이 건축의 백미라 불리는 것은 대지가 주는 지극한 아름다움과 이를 해석하는 건축가의 풍미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선유재는 대지가 품은 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작했지만, 건축이 자연 속에 놓일 때 만들어내는 구축의 기쁨을 깨닫게 해 준 프로젝트이다.  개발행위 제한구역 내의 건축은 대지의 레벨을 함부로 변경하지 못한다. 기존 지형의 질서를 존중하되 새롭게 구축되는 볼륨은 자연의 지형 속에 부드럽게 편입되어야 한다. 전면에 펼쳐진 관악산 줄기는 청계산 자락과 연결되어 마치 산과 산을 연결하는 지점으로서 대지를 해석하게 한다. 대지가 산을 품은 것인지 산과 산이 대지를 품어낸 것인지 착각하게 할 만큼 대지의 위치는 절묘하기 그지없다. 전면과 측면에 흘러내리듯 형성된 암반 덩어리는 산의 지세가 지닌 강인함의 끝자락에 본 대지가 놓여 있음을 직감하게 하였다.  선과 선은 산과 산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다시 호를 형성하고 면을 구축한다. 전면의 볼륨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만나는 중성적 공간을 구축하기 위하여 다시 선적으로 비틀린다. 즉 입면의 볼륨감을 삼차원적으로 구축함과 동시에 하지에 적절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일층의 튀어나온 매스로 생성된 테라스는 게스트룸에서 정원을 마주하는 적절한 외부 공간을 만들어주게 된다. 산을 면해 비틀린 이 층의 테라스는 하부의 주방에 일정한 그늘을 제공하며 상부의 마스터룸에서 외기를 맞을 수 있는 중성적 공간을 제공한다.  선과 선으로 연결된 비틀린 입면을 연결하면 이중 곡면이 생성된다. 이는 우리 전통건축에서 볼 수 있는 처마 선의 구조와 유사하다. STS 원형 파이프는 이를 자연스럽게 채우기 위한 직선 재료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는 입면의 선형에 따라 배열하여 곡면을 형성하고 내부의 조명과 더불어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면을 채우는 것은 면이 아니라 선들의 집합이며 이들 사이의 군집은 선의 다른 미학을 만들어낸다.  또한, 선유재는 단순히 외적 미학만이 아니라 패시브 기준의 성능을 가진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47mm 두께의 프리미엄 유리, 고단열, 고기밀, 그리고 폐열 회수 환기 시스템을 적용하여 외기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계단면의 상단에는 암막 전동 블라인드 및 전동환기창을 설치하여 내부의 기능과 온도에 따라 빛과 공기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정원 측을 향해 배치된 내부공간은 전면의 테라스와 연계를 통해 자연의 변화를 하나의 차경적 요소로 감상할 수 있게 의도하였다. 외부를 향해 뾰쪽하게 노출된 도로면 처마는 건축주가 가장 많은 공간은 머무르는 서재의 공간이다. 전면의 관악산의 지세와 관문 공원 너머 펼쳐지는 청계산은 이곳에서 비로소 하나의 선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글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사진 신경섭
FILM 영상ㅣ고안된 장식들,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고안된 장식들 A Model of Sporadic Thoughts    “건축가의 철학이 드러나는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요구사항은 많지 않아요. 우리는 작은집에서 살 준비가 되어있어요. 다행이도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땅을 서울에서 구 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이장소가 세상의 모든 날카로운 것으로 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장소이길 바래요. 그래도 수압은 좀 신경 써주세요.”   틈틈이 노트에 써놓은 글 들을 엮어 단편집을 만드는 소설가의 마음으로 녹번동주택을 작업하고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모으고 작은 스케치들을 합쳐보는 과정만 있는, 부분이 부분 일 뿐 전체가 없는 그야말로 단편집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서 출발해 대지를 읽고 형태를 만드는 속박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내게는 실험이다.  냉철하고 치밀한 두뇌, 야망 가득한 눈빛은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솔직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건축의 이미지 박공지붕, 네모난 창, 낮은 울타리, 그리고 나무 한 그루. 어릴 적 물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만약 내가 유치원 미술 시간에 그린 ‘집’의 드로잉이 남아 있다면, 분명 그 집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혹은 당신도 그렸을 법한 바로 그 집이었을 것이다. 빨간 지붕에 뻐꾸기창. 혹시라도 마당 한가운데 그린 나무의 가지가 잎이 없이 앙상하다면 평소 외로운 아이로 낙인찍혔을 바로 그 집. 그 이미지. 집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내 머릿속에 각인된 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써 보기도 했었다. 그 이미지는 감옥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내가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기소침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희대의 천재 건축가가 아닌 평범한 교육을 받은 보통의 인간임을 받아드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발버둥에도 여지없이 똥이 되고야 마는 스케치와 모델들을 보면서 내가 똥을 그렸던가. 아닌데 집을 그렸는데. 그럼 역시 집 같지 않은 집은 똥이다. 완벽한 삼단논법이 완성되고 나서야 겨우 이 번뇌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는 4학년 3반 녹번동 주택은 우리 집의 이미지, 그 원형을 되짚어 본 작업이었다. 내 친구 정락이네 집에는 주물대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면 잘 정리된 조경수들과 함께 잔디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큰 개들이 뒹굴었고 대문보다 더 큰 거실 창은 마당으로 열려 있었다. 이건 뭐랄까. 나에겐 판타지. 판타지의 전형. 어릴 적 내가 살던 우리 집은 아버지가 일하던 전방을 통해야만 갈 수 있었다. 전방에는 담배 냄새가 났고 시시껄렁한 양아치 삼촌들이 내 꼬추를 호심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잽싸게 통과해야만 했다. 다시 외부로 나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똘이(레쉬+삽살이) 집과 수돗가가 계단참에 있었고 차례로 작은 등나무 파고라와 녹슨 그네가 있던 우리 집. 진짜 집의 기억. 나는 창녕 영산 출신이지만 서울 녹번동에선 고향의 냄새가 났다. 대지의 두 면에 접한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좁은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작은 대문이 있지만 변하는 건 없다. 개의치 않고 또다시 좁은 길이 이어진다. 좁은 길은 계단을 지나면 축축한 바닥이 된다. 작업실 유리창에 손바닥 지문을 남기면서 2층까지 난 외부계단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거실이 나오는 진짜 집의 이미지.    맥락 안의 건축 오래된 토지를 상대할 때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다리 꼬지 말 것이며 삿대질도 조심할 것. 오랜 세월 동안 덧붙여진 법규들이며 작은 오차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35m 이상의 막다른 골목길은 도로선을 후퇴하게 만든다거나,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을 옆집은 경계를 한참이나 넘어와 있다거나, 점점 높아진 도로의 레벨로 집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거나 하는 작은 사건들 말이다. 이렇듯 시간은 경계를 뭉퉁하게 만든다. 담장에 기대 노각을 파는 노인, 벽과 도로경계선 사이를 마당 삼아 화단을 가꾸는 다가구 빌라, 주차금지 표지판을 대신하는 무거운 화분들, 뭉퉁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   담장 밖의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이 경계에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 크고 작은 틈들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녹번동 주택은 옆집이 넘어와 쓸 수가 없는 1m 폭의 틈이 생기고야 말았다. 나는 이 틈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 것도 당신 것도 아닌 마당도 아닌 길도 아닌 이 틈은 옆집 건물의 모서리에서 정확히 한 뼘 떨어져 있다. 고양이도 지나갈라치면 뺨이 좌우로 댕겨지는 작은 틈이지만 옆집이 허물어 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막다른 골목을 연결해주는 동네 길이 될 것이다. 의뢰인에게 부디 이 틈을 마당에 편입하지 마시고 이대로 두시면 좋겠다고 간곡히 요청을 드렸다.  녹번동 주택은 양쪽에 두 개의 인접 대지가 있는데 한쪽은 이미 침범을 한 상태이니 담장을 허물고 다시 세우기로 합의가 됐고 반대편 대지의 담장은 아슬아슬하게 경계면에 걸쳐져 있어 존치하고 새로운 담장을 덧씌우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옆집 담장의 높이라든가 재료 같은 것들이 여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는데 옆집 담장의 안면이 집의 겉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존의 낮은 담장을 여전히 뭉퉁한 경계로 남겨 두기로 했다. 기존 담장과 한 몸이 되는 두툼하고 낮은 담장을 만들어 담의 윗면을 이웃과 공유할 수 있도록.    빛의 언어 나는 17살부터 자취를 시작했고 이후 15년간 반지하와 북향집을 전전하며 궁색한 생활을 하였는데 매번 이사를 할 때마다 자연광 한줄기의 영광을 포기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자취방에선 한줄기 정도의 빛의 영광은 누릴 수 있었는데, 하루 중 단 몇 분뿐이었지만 폭 3cm의 직선의 광선이 방안을 드리울 때면 웃통을 벗고 마른 몸 구석구석 비추는 일광욕 시간을 가졌다. 그제야 보이는 안 보이는 것들. 떠도는 먼지며 걸레받이 틈의 개미집들같이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의 존재들이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연주의자들이 직선에 대한 혐오를 얘기해도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억오천만 킬로미터를 직선거리로 7분 만에 날라와 방구석 개미집까지 비추는 대자연의 언어, 그것이 파동이든 입자든 뭐든 간에 직선인 것이다.   온화한 덩어리 대지는 남서 방향에 넓은 변을 맞대고 있다. 오전에 동쪽에서 비추는 조광을 짧은 변에서 짧은 시간 받아들이고 남에서 서로 넘어가는 동안 긴 시간 일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태양을 바라보고 여러 개의 창문을 내 모든 공간에 온종일 빛이 집안 내부를 드리우는 것을 상상하니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직선이 마음에 걸린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배려 없는 속사포의 직설을 종일 듣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빛의 변화가 은유적이었으면 좋겠다. 직선의 그림자가 공간에 생채기를 내지 않고 온화한 빛의 덩어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북쪽의 파사드는 기능 없이 독립적으로 서 있는 벽이다. 남쪽에서 쏟아지는 속사포의 빛을 머금었다가 집 내부로 옮겨주는 역할만 할 뿐 다른 기능은 없다. 파사드 안쪽 면에서 집은 속살을 온전히 다 보여준다. 커튼월 방식으로 시공된 깊이가 없는 얇은 유리 한 장으로 벽과 대면하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니 커튼이 필요 없다. 마치 넓은 dry area를 둔 지하와도 같다. 벽에 부딪히고 산란한 빛은 파동은 사라지고 질량만 남아 집안에서 오랜 시간 머문다. 마치 새벽에 아내 몰래 끓여 먹은 라면 냄새가 아침에도 다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이것이 광활한 자연을 대하는 이 집의 자세이다.   밤의 표면과 장식된 빛 검은 밤이 찾아오고 하나둘 전등이 켜지면 치부는 비로소 드러난다. 자연광의 따뜻한 색온도로 모든 게 용서되는 낮이 지나고 울퉁불퉁하고 거친 벽체 위에 날 선 조명이 떨어지는 밤이 오면 은혜로운 낮에 숨어있던 실수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진실의 시간이다. 무자비한 상대에게 전부를 밝히는 실수를 하지 말자. 어두움이 묻은 밤의 벽면은, 표면은, 낮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이 다. 빛이 내려앉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공간을 하기 위한 빛이 아니라 필요한 지점마다 바닥에 내려앉는 불빛, 새어나오는 불빛, 좁고 깊은 천장의 슬라브 구멍에서 나와 바닥 일부를 비추는 불빛, 얕고 긴 틈에서 나오는 옅은 불빛. ‘선생님. 그런 조명은 어디서 파나요?’ 마우스와 키보드를 내려놓고 우리는 기꺼이 목수가 되기로 하였다.   글 윤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