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리움
조윤희(구보건축) + 홍지학(충남대 건축학부)
2025년 10월 26일 5:00AM
서울 강남구 삼성동
참가비 10,000원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2)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10)

‘아우리움’은 식당과 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선 삼성동 골목에 자리한다. 이 일대 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간판과 광고, 각종 기호로 소란스럽게 채워져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아우리움은 단순한 근린생활시설이 아니라,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환기의 순간으로 작동하기를 바랐다. 도시의 소음을 가로막으면서도, 도시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건축을 제안한 것이다.

 

파사드는 이러한 의도를 담아 오버스케일된 ‘L’자형 석재 벽이 개구부 없이 길과 맞닿도록 계획했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벽은 도시를 차단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내부와 외부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근린생활시설에서 특히 1층과 2층을 길의 연장선에 속하는 영역으로 다룬다. 따라서 건물의 기단부와 2층 데크는 구조 시스템을 암시하면서도 파사드 벽 너머의 풍경을 드러내어 길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반면 상층부는 트래버틴으로 마감된 단정한 벽으로 채워 도시와 절제된 태도로 마주한다.

사용된 트래버틴은 600mm 정사각 모듈로 절삭해 거대한 벽면을 균일하게 메웠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단조로움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3×3, 아홉 장 단위마다 오픈조인트 폭을 달리하는 방식을 도입해, 그리드가 이중적 리듬으로 읽히기를 바랐다.

 

이러한 파사드의 단순성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지의 독특한 성격이 있다. 본 건물의 부지는 도로에 면한 필지와 흔히 ‘깃발 대지’라 불리는 후면 필지를 합필해 만들어진 좁은 전면폭과 깊은 장방형이다. 이 특이한 형상은 건물에 다층적 레이어를 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는 깊이 있는 대지의 장점을 활용해 채광·환기·순환과 같은 기능적 외피를 트래버틴 벽 뒤편에 배치하고, 그 사이의 공간을 건물의 생명력이 집중된 영역으로 설정했다.

 

이중 외피 사이에 형성된 공간은 단순한 틈새가 아니라 아우리움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2층 데크가 떠 있는 부분에는 내부 파티오가 놓이며, 이는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사람들의 시선을 수직적으로 이끄는 무대가 된다. 파티오를 중심으로 한 동선은 의도적으로 드러나 있어, 이용자가 건물 내부를 거닐며 공간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상부로 오를수록 파티오와 마당은 점차 작아지지만, 그 수직적 연속성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층마다 달라지는 크기와 비례는 각 입주자에게 고유한 외부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체 건물 안에서 공유의 장(場)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이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장치가 아니라, 입주자 간 공동체적 경험을 매개하는 핵심적 무대다. 우리는 이 공간이 건물 안팎의 활동을 연결하는 건축적 중재자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아우리움은 결과적으로 소란한 도시 풍경 속에서 고요한 돌벽으로 드러나며, 그 너머에 숨겨진 다양한 층위의 공간 경험을 제안한다. 거리와 내부, 개인과 공동체, 닫힘과 열림 사이의 긴장을 담아낸 이 건축은 근린생활시설의 익숙한 틀을 넘어 도시적 맥락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자 한다.

 

구보건축 사진 노경

 


구보건축
gubowork.com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9)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7)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3)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4)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5)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6)
[리사이징] OH 아우리움 구보건축 (8)

8 사진 구보건축

조윤희
2015년 구보건축을 설립해 도시건축 연구용역과 건축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의 이로재와 미국 보스턴의 Howeler+Yoon Architecture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2016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 목조건축대상 특별상과 2021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홍지학
서울건축, 해안건축, 미국 보스턴의 CAU(Center for Advanced Urbanism)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구보건축을 공동 설립했다. 미국 MIT 건축대학원에서 아키텍처럴 어바니즘(Architectural Urbanism)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역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축가
조윤희(구보건축) + 홍지학(충남대 건축학부)
설계 담당
임의현, 도우람
일시
2025년 10월 26일 5:00AM
집합 장소
북앤레스트 앞(서울 강남구 삼성로104길 22 예림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