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루는 ‘두 개의 누마루가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건축주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두 채의 게스트 하우스와 한 채의 살림집이 지하 공간을 공유하며 하나의 복층 한옥으로 구성된다. 건축사사무소오브가 은평한옥마을에 내놓은 한옥 살림집 시리즈 중 하나지만, 계획 초기부터 숙박시설을 고려한 유일한 집이다. 집주인의 일상과 방문객의 프라이버시를 적절히 분리하는 동시에, 다양한 생활 인프라 공간을 기능적으로 담아냈다. 총 3개 층 80평 남짓한 그리 크지 않은 한옥이지만,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요구하는 ‘용도의 복합성’과 ‘고밀도’라는 현실적 과제를 한옥으로 풀어내기 위한 실험적 시도였다.

대지는 두 개의 직선과 동그랗게 말린 곡선이 만들어낸 부채꼴 형태다. 길 건너에는 습지 공원이 있고, 동북 방향으로는 2층 높이쯤에서 멀리 북한산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집은 ㄱ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북쪽으로는 부설주차장을, 남쪽으로는 마당을 품고 있으며, 대문은 길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방문자를 맞이한다.

설계 조건은 명확했다. ‘한 지붕, 서로 다른 세 집 ’. 지상 1층에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한 두 집 -하심채와 운유루-을, 지상 2층에는 건축주의 거주 공간인 윤이재를 배치했다. 세 집은 지하 닐마루를 공유한다. 이곳은 공동 부엌, 다용도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총 3개 층, 서로 다른 세 집이 한 지붕 아래 독립적으로 공존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동선 계획은 물론, 한옥 특유의 비례와 미감을 유지하려 했다. 동시에, 이 집이 마을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집의 내부는 한옥의 구성요소와 공간 논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풍부하게 확장하고자 했다. 마당, 기단, 현관, 식당, 대청, 침실로 이어지는 바닥 높이의 점진적 변화는 공간의 위계를 만들고, 창호는 시선과 동선을 자연스럽게 구획한다. 지붕 목구조는 노출과 은폐를 통해 공간의 볼륨을 조율하며, 다양한 감각을 유도한다. 특히, 들어 올린 누마루 하부의 고막이벽을 채광창으로 치환해 지하 공간에 자연광과 환기를 유도한 것은 기능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글 건축사사무소오브 사진 박영채

건축사사무소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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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원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와 도시과학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를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7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건축사사무소오브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리루, 청주수곡 행복주택, 여여재, 통일문화센터 등이 있으며, 2023년 경기도건축문화상, 2024년 청주시 건축상 최우수상과 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학교건축가 및 창원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용도지역: 제1종전용주거지역

주요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29.4㎡

건축면적: 98.14㎡

연면적: 281.47㎡

건폐율: 42.78%

용적률: 72.14%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 한식목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

시공: 이연훈 대목 + 건축주 직접시공, (주)현영종합건설 김호준

의뢰인: 이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