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당
승효상(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2025년 10월 28일 1:00AM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참가비 10,000원
[리사이징] OH 시우당 이로재 김종오 (2)
[리사이징] OH 시우당 이로재 김종오 (5)

진행 이재민 실장(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시우당 詩雨堂

시가 비처럼 내리는 집

 

“우리들이 태어난 집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것, 꿈들의 집적체였다. 옛날 그 집의 구석진 곳들 모두가 몽상의 장소였으며, 우리들은 거기서 특수한 몽상의 습관을 익혔다. 우리들이 홀로 있었던 집, 방, 공간은 끝없는 몽상, 오직 시를 작품으로 끝내고 완성시킬 수 있을 그러한 몽상의 무대를 제공한다.” 

  •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 ‘공간의 시학’

 

한국의 톱스타 C를 위한 건축이다. 어린시절부터 은막의 주인공으로 나타나 여배우로 많은 다른 이의 삶을 표현해온 그에게, 1970년대에 지은 집은 어쩌면 오랫동안 유일한 현실이었으며 중요한 귀소공간이었을 게다. 그러나 그는 이 집이 속한 홍대 지역이 급속히 상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오래된 집도 그 파고를 피할 수 없다고 여겼다.  이 집을 허물어 주변건물처럼 임대시설로 만들고 자신은 영영 이곳을 떠날 생각을 했다. 이미 다른 집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오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가 되게 한 이 장소는 그에 대한 기억을 새집에서도 남겨 후대에 전해야 마땅했다. 그래야 한다는 끈질긴 내 주장에 끝내 그는 동의했다. 그래서 그를 위한 기념관을 만들고 이곳에 다시 조성하는 주택에서도 그의 앞으로의 삶도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설계가 진행되었다. 이 땅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었다.

 

우선, 지형 차이로 인해 있었던 담장을 확대하고 이를 두께 70cm의 콘크리트 벽체로 만들어 그 속에 크고 작은 개구부와 벽감을 무수히 조성하여 그 자체로 전시관이 되게 하였다. 그러면 대단히 많은 사연이 벽 속에 담기게 된다. 인근 네 갈레 길이 모인 곳에서 시작되는 계단길이 문자 그대로 드라마틱한 두터운 벽체를 오르며 각층을 연결한다. 레스토랑과 사무실 층을 지나 3층의 전시관에 들어오면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특별한 공간을 만나게 하였다. 3.6m 정방형의 작은 평면인데, 12m가 넘는 가파른 층고의 공간 천정에 그의 별자리인 물병자리 성좌를 뚫었다. 그러면 작은 창들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시간에 따라 그 빛 다발의 형태를 바꾸며 내부공간을 배회한다. 신비롭다. 이 공간에 감동한 우리의 톱스타는 이곳이 자신의 묘역이 될 것을 조심스레 말했고, 나는 백색의 봉분함을 만들어 벽에 매달았으니 곧 성소가 되었다. 그러면, 이 공간 옆 박공의 지붕 속에 거주하게 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보다 근원적 성찰을 이룰 것이어서 더욱 귀한 남은 삶을 살게 될 것 아닐까? 

 

사실 우리 선조들은 늘 이렇게 살았다. 우리의 옛집에는, 죽은 자를 모시는 사당, 정신을 가다듬는 문방, 자연을 벗 삼는 정자 같은 공간이 있어 거주인을 늘 사유하고 성찰하게 했다. 그런 공간의 여유가 없는 집이라면 방의 벽에라도 성주신을 모시고 특별한 장식을 달아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닦으며 살았는데, 이런 영성을 위한 풍경은 지난 개발시대에 모두 쫓겨나고 말았으니 건축을, 집을 오로지 부동산 가치로 본 까닭이었다. 침묵이 없는 성스러운 곳이 없는 사회와 도시는 지속하지 못한다고 했다. 구태여 멀리 있는 종교시설이나 묘역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현실의 공간에서 쉽게 경험하는 공간이 특별하다면 우리의 삶도 특별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시와 같이 아름다울 게 아닌가? “인간은 시처럼 거주한다”라고 했는데… 그 특별한 삶이 시가 되어 비처럼 내리는 집, ‘시우당(詩雨堂)’, 이 건축의 이름이 되었다.

 

승효상 사진 김종오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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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징] OH 시우당 이로재 김종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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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징] OH 시우당 이로재 승효상프로필

승효상
1952년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북런던대학,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비엔나공과대학, 북경중앙미술학원 등에서 가르쳤다. 현재는 동아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와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서 오랜 기간 공공직무를 수행했다.

 

15년간 김수근 문하에서 활동한 후, 1989년 이로재를 창설했다. 그는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을 건축의 중심 주제로 삼아 작업해 왔으며,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다. 미국건축가협회는 그에게 Honorary Fellowship을 수여했고,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2002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2019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하며 그의 오랜 문화적 공적을 기렸다. 그는 ‘빈자의 미학’을 시작으로 ‘묵상’, ‘Natured’, ‘솔스케이프’ 등 인문학적 가치와 건축을 탐구한 저서를 다수 집필한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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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506.80m²

건축면적: 294.95m²

연면적: 1,545.15m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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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건축가
승효상(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일시
2025년 10월 28일 1:00AM
집합 장소
천주교서교동교회(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5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