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네에 스며든 새로운 결
신당동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과 상업이 뒤섞이며 형성된 동네다. 한때 쌀가게와 창고가 즐비한 상업 중심지였고, 지금은 낡은 흔적과 새로운 시도가 공존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3·6호선이 교차하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들었고, 이곳은 레트로한 정취와 새로운 감각이 공존하는 ‘힙당동’으로 불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지가 위치한 주변 환경은 전형적인 구도심의 풍경을 보여준다. 경사진 언덕길과 평지가 뒤섞인 지형 위로, 큰 대로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좁은 골목과 다닥다닥 붙은 저층 주택이 비정형적으로 늘어서 있다. 1960~80년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과 상가 건물이 밀집해 있으며, 붉은 벽돌조, 시멘트 블록, 노출 콘크리트, 흰색 타일 외장 등 당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에 들어선 Space Namsan은 청바지 회사의 사옥이자 촬영 스튜디오, 그리고 대여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하는 도매 회사가 젊은 세대를 향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당동이라는 장소적 맥락은 더없이 적절하다. 당초 계획은 1층에서 3층까지는 카페와 커스텀 청바지 쇼룸이 있는 소규모 오픈 팩토리로, 4층은 오피스로, 5층과 6층은 촬영 및 회의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 일정에 따라 현재는 사옥 기능과 함께 촬영, 행사, 대여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후한 주택과 상가가 주를 이루는 구도심에서 이 건물은 주변을 지우거나 압도하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조형 언어와 재료의 물성을 통해 스스로의 성격을 드러내되, 동시에 동네의 시간성과 호흡한다. 청바지가 워싱 처리에 따라 각기 다른 질감을 드러내듯, 건물의 표면 역시 매끈한 콘크리트, 요철 처리된 면, 워싱된 질감이 겹겹이 쌓여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를 잇는다. 낡은 골목에 새로운 결을 더하면서도 그 맥락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전면의 부드러운 곡선은 다닥다닥 이어선 건물들로 복잡한 거리에 잔잔한 리듬을 불어넣는다. 골목을 향해 열린 외부 계단은 내부 이용자와 지나가는 보행자 사이에 자연스러운 시선을 만들며, 건물이 단순히 닫힌 사옥이 아니라 동네와 관계 맺는 장소로 자리하도록 한다. 이곳에서 사옥은 기업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속에서 관계를 짓고 문화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

글 OBBA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OBBA (Office for Beyond Boundaries Architecture)
o-bba.com

이소정, 곽상준
OBBA는 이소정, 곽상준에 의해 2012년 설립된 디자인 그룹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토대로,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관찰하고 이 시대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다중적 의미의 경계에 관심을 가지며, 통합된 시각을 바탕으로 혼합된 해결책을 추구하며, 건축, 공공예술, 설치작업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 만들기를 실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젊은건축가상(2014)과 젊은예술가상(2018)을 수상하였으며, 이외에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2016), 서울시건축상 우수상(2015,2017,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동상(2017), 전라북도건축문화상 금상(2018), 서초건축상 대상(2018)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15년에는 Architectural Record에서 선정하는 Design Vanguard(세계를 리드하는 10팀의 건축가)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2018년 벨기에 브뤼헤 트리엔날레에 초청 작가로 참여하였으며, 브뤼셀 한국문화원에 초청받아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OBBA는 국내외를 무대로 다양한 규모와 프로그램의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다수의 설치작업 및 전시, 강연 등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Beyond the Screen, The Illusion, The Floating Island 등이 있다.

의뢰인: Philo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