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해방구 (문도호제)

해방촌 언덕 끝자락에 자리한 ‘해방촌 해방구’는 도심형 별장을 목적으로 지은 집이다. 대지 약 10평(연면적 17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건축주는 서재를 중심으로 한 개인 공간과 손님을 맞이하는 공적 공간을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넓은 1층의 면적이 5.9평에 불과한 마이크로 스케일의 건축을 위해서는 배치, 구조, 동선, 마감재, 프로그램 등 거의 모든 건축적 요소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필요했다. 상주하는 집이 아닌 별장이라는 특수성은 관리 문제라는 과제를 안겼지만, 동시에 일상적 주거와는 다른 유연하고 의미 있는 시도들을 가능하게 했다.

1층은 주방과 식당의 기능만을 분리해 필요할 때 손님을 맞이하는 공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 공간의 핵심은 신발을 신은 채 길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동선이며, 이러한 접근의 용이성 덕분에 단순한 주거의 일부를 넘어 동네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2층(서재), 3층(거실), 다락(침실)은 수직적으로 배치해 사적 성격을 강화했다. 또한 이웃집을 고려한 창, 층 사이의 보이드, 테라스를 적절히 배치해 작은 규모에서 오는 답답함을 완화하고자 했다.

‘해방촌 해방구’에서 시도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동네와의 접점으로서 주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이후 ‘풍년빌라’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확장되어 적용되었다.

글 문도호제 사진 텍스쳐 온 텍스쳐

문도호제

@mundoehoje_oficial

문도호제 (文圖戶製) / mundo e hoje
건축가 임태병의 1인 사무실로, 짓기와 만들기를 넘어 기획·운영·관리까지를 건축가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설계사무소의 시스템이 아닌, 인테리어·시공·그래픽·F&B·부동산 운영 등을 담당하는 각각의 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표작으로는 이천 SKMS 연구소, maison kittybunnypony, A.P.C 홍대, KWANI Flagship Store 등이 있으며, B-hind를 비롯한 홍대 지역의 몇몇 카페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해방촌 해방구, 풍년빌라, 여인숙, 고야네, 19 meets 2, 신촌문화관 등의 작업을 통해 ‘중간주거’라는 가볍고 유연한 새로운 주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방촌 해방구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 
의뢰인: 한재훈 

해방촌 아틀리에 (스튜디오 빅미니)

마당, 골목의 확장 

8년 전 참여했던 해방촌 해방구의 인접 부지에서 진행된, 무허가 단층주택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다. 여러 사정으로 신축은 불가능했으며, 기존 주택의 앉음새를 유지해야 했다. 새로운 용도는 간헐적 주거를 포함한 아틀리에였고, 의뢰인은 이곳이 때때로 다양한 대외적 활동의 장소로 쓰이기를 원했다.

같은 형태로 한 층을 더 얹되, 두 층의 한쪽씩을 비워내어 공간을 구성했다. 지붕으로 덮인 마당은 옆집과 이어지며, 아틀리에와 마당 사이의 매개 공간으로 작동한다. 대형 작업을 고려해 실내에 보이드(void)를 두었고, 큰 창을 더해 협소한 공간감을 보완했다.

새로운 집에는 현관이 없다. 마당을 통해 건물의 채를 나누고 서로를 연결한다. 이는 옆집에 만든 골목(외부계단)의 확장 개념이기도 하다. 아틀리에는 대청처럼 마당과 맞닿아 서로 확장될 수 있도록 계획했으며, 침실은 동선의 끝에 배치해 사적 위계를 높였다.

 글 문도호제 사진 김민주(스튜디오 빅미니)

스튜디오 빅미니 / studio bigmini
스튜디오 빅미니는 장우재, 김민주 두 건축가가 이끄는 설계사무소이다. 커다란 생각을 품고 작은 작업들을 이어가며, ‘즐겁게, 건축’이라는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해방촌 아틀리에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 
발주처: 스튜디오 도블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