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而嵐) / House 11
TOOOC(우와우)
2025년 10월 25일 5:30AM
서울 종로구
참가비 10,000원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7)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9)

*집합장소에서 건축물까지 10분가량 걸어서 이동해야 합니다.

 

‘이람(而嵐)’은 은퇴를 앞둔 부부가 노후를 함께 보내기 위해 지은 단독주택이다. 건축주는 평창동 비탈진 언덕에 495㎡ 규모의 대지를 마련하고 설계를 의뢰했다. 북한산과 북악산 사이에 자리한 평창동은 다양한 주택과 크고 작은 갤러리가 어우러진,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한적한 동네다. 산세에 따라 형성된 동네라 사소한 자연의 변화도 상대적으로 강렬하게 인지되는 독특한 곳이기도 했다.

 

건축주의 요청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오랜 세월 함께할 공간이니 지루하지 않기를 바랐고, 둘째는 관리가 편리했으면 했다. 대지는 원형을 유지한 채 고저차가 11m에 달했기 때문에 성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배치를 고민해야 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상 건물 높이가 2층으로 제한되어, 앞동(서재)과 뒷동을 나누고 그 사이에 작은 정원을 두는 방법을 택했다. 남쪽에 면한 앞동과 서쪽 담의 높이를 낮춰 정원으로 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으며, 이곳을 지날 때 불어오는 바람이 자연을 깊이 경험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를 기대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과 주변 풍광을 담아내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관리의 편의성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건축주는 손수 청소와 관리를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에 집이 사람을 압도하지 않도록 실내 면적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적정선을 찾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각 동은 공간이 분절되지 않은 연속적인 형태를 띠며, 방이 하나뿐인 원룸과 유사한 구조로 간결하게 정리되었다. 단독주택을 원룸으로 제안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오히려 공간의 흐름과 연속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는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5)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15)

방이 하나뿐이라는 점은 집이 작아 보이거나 단조롭게 느껴질 위험을 내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선을 가급적 길게 우회하도록 배치해 다양한 공간 변화를 유도했다. 현관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길, 전이 공간과 각 기능 공간의 높이와 폭, 재료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평면에서는 수직 방향이 주요 동선이 되어 공간의 흐름을 이끌고, 주요 구조부는 수평 방향으로 계획되어 거실과 서재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수평 방향으로 평행하게 배치된 구조 벽체의 간격은 철저한 비례로 정리되었으며, 앞동과 뒷동 모두 동일한 폭으로 구성해 비례적 통일성을 갖췄다. 그 결과, 거실과 서재 사이의 중앙정원은 정방형 비례를 이루며 공간 구성의 중심이 되었다.

 

집에 들어서면 좁고 높은 현관 계단을 지나 탁 트인 정원이 마중한다. 바람이 스치는 정원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전실을 거쳐 동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밝은 통창이 시선을 끈다. 주 생활 공간인 뒷동의 거실은 남향으로 열린 2층 높이의 여유 있는 공간이며, 2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좁고 긴 계단과 복도로 구성된다. 복도 끝에 놓인 침실에는 큰 모서리창을 두어 가장 좋은 풍광을 담도록 했다.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3)
[리사이징] OH 이람(而嵐)House 11 TOOOC 김용관 (21)

내·외부에 주로 사용된 재료는 노출콘크리트다. 자연을 담는 배경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거주성을 고려해 햇빛이 충분히 닿는 영역에 한정적으로 적용했고, 표면은 캔버스 섬유 패턴과 유사한 질감으로 마감해 차갑지 않게 했다. 침실·욕실·주방·서재 등 몸이 닿는 곳에는 따뜻한 톤의 석재 타일과 목재를 사용해 안정감을 더했다. 2층 계단 손잡이도 금속 위에 가죽을 덧대어 마감했다.

 

앞동(서재)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미 공간으로 계획했다. 적정한 울림과 아늑함을 위해 내부 전체를 목재로 마감했고, 남쪽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긴 수평창을, 북쪽에는 정원이 보이는 넓은 창을 내어 개방감과 조도를 확보했다. 조명은 간접 조명만 설치해 저녁에도 눈부심 없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바닥을 정원보다 60cm 낮춰, 취미 활동을 하면서도 눈높이에서 자연의 변화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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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람’은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편안하며 주변과 이질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 많이, 더 크게’ 짓는 것이 당연한 과시가 된 시대에, 이 집은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적정(適正)을 추구했다. 비례와 생활의 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적당함의 미학을 최대한 실천하고자 했다.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솔직하게 담은 이 공간이 부부에게 작지만 안온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TOOOC(우와우) 사진 김용관

 


TOOOC(우와우)
labtoooc.com/ 


윤현식 프로필사진

윤현식

윤현식 건축가는 영국 런던예술대학과 UCL 바틀렛 건축대학을 졸업한 뒤, Bjarke Ingels Group(BIG), Benoy, BCH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런던, 뉴욕, 홍콩, 서울 등지에서 다양한 규모의 사무소에서 활동하며, 미국 구글 캠퍼스 본사와 롯데 하노이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설치미술 공모전 출품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참여 작가로 활동하며 예술과 인문학적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TOOOC는 단순히 공간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자연, 도시와 역사를 잇는 ‘이야기 있는 건축’을 지향한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과시보다 삶 속에 스며드는 균형과 깊이를 추구하면서도, 독창적인 실험과 대담한 해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건축을 통해, 일상의 집에서부터 상징적인 랜드마크까지 다양한 스케일과 요구를 아우르는 유연한 접근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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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윤성필, 모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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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종로구
건축가
TOOOC(우와우)
건축주
윤성필, 모성희
일시
2025년 10월 25일 5:30AM
집합 장소
서울 종로구 평창20길 41, 평창동의봄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