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합장소인 부암동 주민센터(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45)에서 오르막길로 1km 정도 올라갑니다. 편한 신발을 신고 오시고 오르막이 불편한 분들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래된 동네, 비탈진 도로를 따라 올라 집으로 들어서면 걸어 올라온 동네길의 연장선처럼 작은 마당과 계단이 있고 자연스럽게 경사진 대지의 수목들이 있다. 비어 있던 땅에 지어지는 만큼 최대한 내어주고, 단정하게 자리하여 자연스럽게 동네 풍경에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경사진 동네 삼거리의 붉은 벽돌집
대지를 처음 보러 왔을 때, 현장에서 예상되는 어려움과 아름다운 조망 사이에 아주 잠시 고민을 했다. 오래된 동네의 빈 땅은 동네 사람들이 차량통행을 위해 임의로 사용하고, 텃밭을 가꾸는 공유지처럼 사용됐다. 실제로 그 세월만큼의 연탄재가 쌓여 있었고, 심리적 저항선도 매우 두터웠다. 그렇지만 결국 이곳도 여느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무던하게 인왕산 아래 동네에 어울리게 자리를 잡았다.
오랜 시간 방치된 대지는 거친 경사를 가지고 있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경사지의 특징을 살리면서 건물은 자연스럽게 경사 아래쪽에 비교적 얇고 길게 자리잡았다. 이 집에 올 때 가파르게 걸어 올라온 골목은 건물 내에서도 여운을 갖고 옅게 이어지도록 구성하였다.
묵직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별, 계절별로 다채로운 빛이 떨어지는 선큰 마당이 있고 비와 바람이 드는 계단을 올라 지상의 마당에 다다른다. 지상의 마당은 단차를 활용한 작은 산책길이 있어 평탄한 돌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멀리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대가 따로 또 같이 사는 집
부암동 가꿈은 삼대가 함께 사는 집이다. 조부모와 자녀가 1층에서 각각 독립적 공간과 마당을 갖고, 부모세대가 2층을 사용하게 되었다. 단독주택은 개인의 취향과 요청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에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큰 주방이나 복층의 거실 등은 없이 설계되었다. 가꿈에서는 구성원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본인의 공간을 즐기면서 공존할 수 있는 집을 그려보았다. 성인이 된 자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님의 생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은 외관에서도 담겨있다. 실내 환기가 필요하지만 길에서 많이 들여다보이는 부분은 외장 벽돌에 변화를 주어 살짝 가려주었고, 집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약해지니 외벽등을 달아 마을길을 밝혔다.
보통 2-3개층으로 이루어진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계단을 오르내릴 미래의 고충’이다. 넓지 않은 집에서 계단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가파르지 않은 편안한 높이를 구성하고자 했고, 조부모님을 위해 마당에서 바로 마을길로접어들 수 있는 부출입구를 냈다. 가꿈을 설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드는 집을 생각했는데, 외장재도 벽돌, 콘크리트, 내후성강판, 목재가 주를 이룬다. 오래된 골목의 벽돌집으로 동네에 자리하고 가꿈의 식구들도 집과 함께 무르익길 기대해본다.
글 최하영 사진 이상훈
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
mindmaparchitects.com



사진_마인드맵건축사사무소
최하영
최하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핀란드 헬싱키 공과대학교(현 알바알토 대학교)에서 우드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후 조병수건축연구소(BCHO architects) 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2017년부터 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mindmap architects)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기산동 단독주택, 2019년 전농동 유일주택을 시작으로 건축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433㎡
건축면적: 100.94㎡
건폐율: 23.31%
용적률: 38.24%
연면적: 248.95㎡(지하 1층 83.39 m2 / 지상 1층 88.11 m2 / 지상 2층 77.45㎡)
주차: 2대
시공사: 에프나인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 건축가
- 최하영(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
- 설계 담당
- 마인드맵건축사사무소
- 건축주
- 원용광
- 일시
- 2025년 10월 31일 7:00AM
- 집합 장소
- 부암동 주민센터(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