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샌드위치
조세연+이복기+최민욱(노말건축사사무소)
2025년 10월 25일 4:00AM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7-45
참가비 10,000원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1)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5)

‘더 넓게, 더 높게, 더 싸게’

‘더 넓게, 더 높게, 더 싸게’라는 익숙한 요구는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산으로서 부동산 가치와 분리할 수 없는 건축에서 건폐율과 용적률의 최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였다.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 주제 역시 ‘용적률 게임’이었으며, 지난 50년간 한국 도시건축이 최대 용적률을 달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다루었다.

 

당시 낮아진 금리와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가는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 구조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건축주의 부담을 줄여 다세대 주택 시장을 급격히 확대시켰다. 이 흐름 속에서 많은 건축가들이 ‘용적률 게임’과 같은 다양한 방법론을 구현하였다.

 

‘하지만 아름답게’

2024년이 끝나가는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와 글로벌 전쟁의 여파로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어려워졌으며, 시공 비용은 크게 상승했다. 현장에서는 산업 구조와 세대 변화로 인해 기술자의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품질 기준의 평준화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건축의 볼륨은 최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시공성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도 미적 감각은 건축주도 건축가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였다.

 

‘더하기 게임’

대지에는 도로 사선 제한과 일조권을 위한 정북 방향 사선 제한으로 인해 삼각뿔 형태의 기존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로 사선 제한은 2015년에 폐지되었고, 정북 방향 사선 제한 높이도 최근 9m에서 10m로 완화되었다. 이로써 대지의 최대 볼륨을 늘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불편했던 경사 벽체 공간의 일부를 수직으로 전환하여 건폐율과 용적률을 채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건축물의 형태는 ‘용적률 게임’ 슬로건처럼 해당 대지의 최대 볼륨을 향해 키워졌다. 1층은 주차 대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실내로 계획하고, 3층까지 수직으로 올린 뒤, 일조권 사선 제한에 따라 4층부터 테라스와 경사지붕을 형성했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코어와 서측·남측 벽은 최대한 유지하고, 동측과 북측은 철거하여 새로운 철골 구조로 추가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1m 깊이의 처마를 활용해 각 층에 테라스를 마련했다. 치열한 ‘더하기 게임’이었다.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24) 기본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27)

‘빼기 게임’

반대로 시각적 디자인은 ‘빼기 게임’이었다. 최소한의 요소와 기성품을 활용하여 단순화를 꾀했다. 단열 기준을 충족하면서 공법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식 공법인 준불연 우레탄 패널(샌드위치 패널)을 외벽에 적용했다. 테라스는 시공이 용이하고 배수에 유리한 페데스탈을 활용했으며, 경사면은 방수층 위에 골강판 한 겹을 덧씌워 건식 공법으로 시공성과 유지관리를 높였다.

우수관 역시 기성품을 사용하여 관리가 쉽도록 하면서도 디자인과 어우러지게 노출시켰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를 원했던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여, 외단열 시스템 위에 샌드위치 패널을 그대로 두지 않고 콘크리트를 도자기 유약처럼 정성스럽게 덧입혔다. 창호는 인접 대지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채광과 환기, 소방관 진입창의 필요 조건만 충족하도록 제한했다.

 

‘이스터 에그’

철골 건물의 실체를 곳곳에 숨겨둔 것은, 철골을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다. 전면 창을 통해 드러나는 내부 천장의 철골 구조, 필로티 기둥 사이로 보이는 날것의 H빔은 겉으로는 콘크리트처럼 보이는 건물의 실상을 드러내는 장치다. 딱딱하고 삭막할 수 있는 외관에 약간의 해학을 남긴 것이다. 이는 건축가들이나 눈여겨볼 만한, 소박한 이스터 에그다.

 

‘외줄타기’

대수선은 공사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단점일 뿐 아니라, 노후화 상태에 따른 변수들이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규모 건축물일수록 변수로 인한 증액 비율은 더 크다. 그래서 대수선은 외줄타기 같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행히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기존 건물을 대수선하여 사용성이 높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완벽한 해법은 없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노말건축 사진 노경

 

 

노말건축

no-mal.com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10)
[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리모델링이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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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징] OH 콘크리트샌드위치 노말건축 건축가(1)

조세연, 이복기, 최민욱

NOMAL은 ‘NORMAL(평범한)’이라는 단어에서 알파벳 R을 덜어내고, ‘노말’이라는 발음만을 취한 이름이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요소를 살짝 비틀어 새롭고 비범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열린 건축가 집단이다. NOMAL의 건축은 접합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도시와 건축, 전통과 현재, 기술과 삶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와 결을 지닌 층위이며, NOMAL은 이 흐름들이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지도록 엮어내며 그 접점에서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과거에 실현되지 못한 구상을 오늘의 기술로 구현하고, 전통을 정체된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의 언어로 다시 말한다. 편견과 관습을 재해석하고, 익숙한 질서에 새로운 균형을 부여한다. NOMAL의 작업은 단순한 형식 제안이 아니라 구조와 환경, 삶과 경험이 만나는 건축적 해석이다.

 

건축은 고립된 조형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도시의 흐름을 연결하는 공공의 매개이다. NOMAL은 땅의 맥락을 읽고 시간의 켜를 정돈하며 축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통해, 건축이 놓이는 자리마다 가장 유의미한 관계와 밀도를 접합하여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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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대수선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31.30㎡

건축면적: 138.8㎡

연면적: 663.92㎡

규모: 지하1층, 지상 5층

건폐율: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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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7-45
건축가
조세연+이복기+최민욱(노말건축사사무소)
설계 담당
최민욱, 이복기, 조세연(노말건축사사무소)
건축주
쓰리핑거스튜디오
일시
2025년 10월 25일 4:00AM
집합 장소
건물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