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하는 건축가> 컨퍼런스
삶것건축사사무소
2025년 10월 26일 5:00AM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9길 2
참가비 10,000원
[리사이징]Sp 건축가포럼 삶것 메인이미지
[리사이징]Sp 건축가포럼 삶것 (1)
[리사이징]Sp 건축가포럼 삶것(2)

인공지능 시대, 건축가가 사용하는 도구와 사고 방식은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가

1831년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Ceci tuera cela(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라 선언했다. 인쇄술이 성당의 메시지를 대체하며 지식의 매개가 바뀌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삶것건축사사무소가 진행한 「말(로)하는 건축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환을 실험하는 자리였다. 건축가가 더 이상 마우스를 클릭하는 손기술이 아니라, 의미를 명확히 사고하고 설명하는 언어 능력으로 설계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그 실험을 확장해, 건축가들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AI와 건축, 언어와 도구, 사고와 제작의 관계를 새롭게 짚어보는 자리이다. 

 

글 사진 양수인((주)삶것건축사사무소)
 

 

티저 영상 vimeo.com

 

 

컨퍼런스 프로그램 구성
14:00-14:10개회 및 취지 소개_양수인((주)삶것건축사사무소)
14:10-15:10

작업 프리젠테이션

(20분) 양수인((주)삶것건축사사무소)_말(로)하는 건축가 프로젝트, 소프트웨어의 대량 맞춤화 경험

(20분) 황남인, 김시홍(내러티브아키텍츠)_Noise & Denoise,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한 건축공모전 작업 파이프라인

(20분) 서종관(스페이스워크)_컴퓨테이션: 교육과 실무, 이론과 실천사이

15:10-15:50

라운드 테이블_이신후(Opticon), 임진영(모더레이터)_의미의 명확성과 도구의 정밀성 ― 무엇이 건축을 이끄는가

양수인,  황남인, 김시홍, 서종관
• AI와 협업하는 건축가의 새로운 역할
• 디지털 작업틀(digital jig)로서의 소프트웨어, 그 한계와 가능성

15:50-16:00 종합 및 마무리 
 

일정 상세

일시: 2025년 10월 26일(일) 오후 2시 ~ 4시

장소: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9길 2, THILA GROUND

주최: 삶것건축사사무소 

참가비: 10,000원

참가자 전원에게 삶것 신간 
『LIFETHINGS IRREGULAR Vol.0 말(로)하는 건축가』 증정

<말(로)하는 건축가> 컨퍼런스

Ceci tuera cela ―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

대학원 시절 케네스 프램튼의 건축사 수업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다루며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Ceci tuera cela.)”라는 문장에 한 시간을 온전히 할애한 적이 있다. 1831년 빅토르 위고가 말한 ‘이것’은 인쇄술, ‘저것’은 고딕 성당이었다. 성당의 벽과 창이 전하던 메시지가 활자와 책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다. 건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문화의 중심은 성당에서 책으로 이동했다. 인쇄술은 세계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며, 인류를 새로운 문명으로 이끌었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이 시점에, 그 문장이 다시 떠오른다.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라고 선언했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우리는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우리 삶의 중심으로 가져온 것은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라는 환경도 본질적으로는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문법으로 짜인 세계다. 마치 영어나 스페인어처럼 특정한 언어 체계를 가진 또 하나의 문화권이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언어를 아는 소수의 전문가, 즉 엔지니어들만이 이 세계를 다룰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 덕분에 이제는 그 문이 일반 사용자에게도 열리고 있다. 마치 최근 인공지능 번역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다른 언어권과의 소통이 훨씬 쉬워진 것과 같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또 다른 문화권 역시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세계가 된 것이다.
 

Mass Customization of Software ― 사람을 툴에 맞추던 시대에서 툴을 사람에게 맞추는 시대로

많은 건축가들이 인공지능을 이미지나 영상 생성 도구로 접한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근본적인 변화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를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어진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작업할 수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면 인터페이스에 적응해야 했고, 제공되는 기능에 맞춰 업무 방식을 조정해야 했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구조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곤 했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이 구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사용자의 자연어(사람이 쓰는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해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준다. 디지털 세계가 코드로 짜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의도를 설명하면, 인공지능은 그것을 번역하듯 코드로 바꾸고, 곧바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는 주어진 인터페이스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가 출발점이 된다.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다”라는 설명이 곧 새로운 기능의 씨앗이 되고, 즉석에서 소프트웨어는 맞춤화된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의 대량 맞춤화가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이다.

 

Semantic Clarity Over Mouse Click Precision ― 의미의 명확성이 마우스 클릭의 정밀함을 대체하다

건축 설계를 예로 들어 보자. 디지털 이전에는 손끝으로 선을 긋고 치수를 맞추는 것이 설계의 기본이었다.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에는 그 모든 것이 정밀한 마우스 클릭으로 대체되었다. 클릭 하나하나의 정확성이 디지털 작업의 역량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마우스 클릭의 정밀함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명확하게 사고하고, 설명하고, 묘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사람의 자연어를 받아들여, 그것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해 결과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디지털을 마우스로 조작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그 뒤에 언어―프로그래밍 언어―가 있었다. 이제 그 언어가 사용자 앞에 다시 드러나, 대화라는 방식으로 직접 쓰이게 된 것이다. 결국 사고의 명확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창작과 작업을 좌우하는 힘이 된다.

 

Digital Jig ― 임시 작업틀로서의 소프트웨어

최근 몇 년간 ‘바이브코딩’이라 불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자연어를 활용해 비전문가가 직접 코드를 생성하고,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나 앱을 만들어 쓰는 문화다. 여기에 대한 비판도 많다. “엉성하다”, “확장성이 없다”, “재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을 영구적이고 완결된 제품으로 보지 않고, 임시 작업틀(jig)로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조 현장에서 특정 작업을 위해 잠시 쓰는 작업틀은 애초에 완벽할 필요가 없다. 한 번 쓰고 버려도 되고, 필요한 순간 제 역할만 하면 된다. 오히려 빠르게 만들고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작업틀(digital jig)의 성격을 가진다. 나의 필요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며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버려도 된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과정이자 유동적인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The Llliterate Coder ― 문맹의 코딩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사무실에서는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곧 프로그래밍 문해력이 없는 직원들이 인공지능을 매개로 디지털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업무 중 한 직원은 유튜브에서 본 텐세그리티 구조 영상을 클로드(Claude)에게 보여주며 “나는 그래스호퍼를 잘 모르는데, 이런 것과 비슷한 걸 만들어 보고 싶다. 직접 코드를 짤 수는 없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클로드는 ‘Kangaroo’라는 물리 엔진을 활용하고, 여러 패러미터를 조정할 수 있는 슬라이더가 붙은 그래스호퍼 데피니션(definition)을 제안했다. 직원은 슬라이더를 조절하며 장력을 바꾸고 형태를 수정해, 자신이 구상한 조명기구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나 코딩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가능했을 일이지만, 코딩을 전혀 모르는 이 직원에게 중력과 장력이 정확히 작용하는 3D 모델링은 불가능한 과제였다. 인공지능 덕분에 그는 도전할 수 있었고,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무실에서 진행한 반나절 워크숍에서 처음으로 클로드를 설치했다. 그는 도면을 인쇄할 때마다 스케일이 바뀌면 치수선 길이와 글자 크기를 매번 고쳐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다. 그는 “스케일이 바뀔 때 자동으로 치수와 글자 크기를 맞춰 주는 오토캐드 LISP”을 요청했고, 인공지능이 제안한 코드를 테스트하며 오류를 고쳐 나갔다. 약 4시간 만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LISP를 완성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작업 환경이 열렸다.
 

15세기에 인쇄술이 지식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듯, 오늘날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주어진 툴에 맞추기보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기능을 직접 만들어 쓰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Ceci tuera cela.” 위고가 남긴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에도 파괴가 아니라 전환에 가깝다. 이것이 저것을 죽이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양수인((주)삶것건축사사무소) 


3 양수인 더네이버제공 JAEAN LEE

사진_JAEAN-LEE(삶것건축사사무소 제공)

양수인

양수인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다. 건축, 참여적 예술,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건물, 공공예술, 체험 마케팅,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 단편영화까지 다양한 스케일과 매체로 작업한다. 그는 이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한 디자인 작업이 결국 의뢰인의 상황에 부합하는 형식을 찾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그 바탕에는 어떤 ‘것’을 만듦으로써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 의식이 있다.

 

양수인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뉴욕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례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및 리빙아키텍처 연구소장으로 7년간 재임했다. 2011년 서울로 돌아와 ‘삶것/Lifethings’라는 조직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리사이징 Namin Hwang, Sihong Kim Profile

황남인

황남인은 내러티브 아키텍츠의 설립자로서 건축을 단일한 형태가 아닌 복합적 내러티브의 공간적 표상으로 이해하며, 다양한 맥락을 초학제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아틀리에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동 대학에서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어워드 등 다수의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하였다.

 

김시홍 

김시홍은 내러티브 아키텍츠의 공동 설립자로서 건축을 사회적 요구를 조율하는 장치이자 도시의 변화와 우연성을 수용하는 담론적 매체로 이해하며, 현재성에 기반한 건축을 제안한다. 동국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여러 아틀리에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공지능이 건축적 프로세스에 개입하고 확장하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리사이징 서종관

서종관

서종관은 스페이스워크(Spacewalk)의 Chief Architect로, 건축·인공지능·자동화를 결합한 설계 워크플로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미술·실내건축을 전공하고 프린스턴에서 건축 석사를 취득했으며, 건축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컴퓨테이셔널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Landbook과 PlanNext.ai 등 AI 기반 설계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데이터 기반 시스템 설계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을 강의하며 산업과 학계 전반에서 기술과 건축의 접점을 확장하고자 한다.


리사이징 프로필

 

이신후

이신후는 건축 자동화 솔루션 기업 Opticon을 운영 중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에서 수련했으며 제너레잇, 에디트콜렉티브 두 곳의 스타트업에서 건축 설계 자동화를 포함한 부동산, 건설, 건축설계 전반에 관련한 서비스들을 기획하고 구현하였다. 2024년 6월 Opticon을 창업하여 B2B 건축 솔루션을 컨설팅하고 제작하며, 건설, 부동산, 설계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건축의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 이 외에 컴퓨테이션 교육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정림건축재단에서 컴퓨테이션 워크샵을 운영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프로그래밍과 건축을 접목하는 수업을 기획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 9월 한국 최초로 AEC 해커톤을 기획해 성황리에 종료했다. 


임진영

임진영은 건축과 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기획자이자 건축 저널리스트이다. 월간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MARK」, 「db」, 「dwell」 등 해외 건축 매체에 한국 건축에 관한 글을 써오고 있다. 건축과 공공의 접점을 확장하는 실천에 관심을 두고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건축축제이자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 일원인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하고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10) 등 여러 도큐멘테이션을 비롯해 『HHF Architects』, 『3XN』, 『공공건축, 지역을 변화시키다』, 『모두의 아이디어: 건축공모전』 등의 단행본 기획·편집을 맡았다. 또한 해외 홍보원이 발간한 『K-ARCHITECTURE』를 집필했으며, 『2014 젊은건축가상』 저자로 참여했다. 전시 참여와 기획으로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 디자인>(2013), <보이드>(2016) 전시에 참여했으며, <집의 대화: 조병수+최욱>  전시를 공동 기획했다. 현재 남양성모성지의 콘텐츠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염상훈 교수와 함께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게스트시티전을 공동 큐레이션했다. 2023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진흥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