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책상 (노원구청 로비 리모델링)
조윤희(구보건축) + 홍지학(충남대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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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텍스처온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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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의 개입과 갱신
노원구청은 1990년 청사가 신축된 이후 여러 차례 증축을 거듭하면서 시간의 켜가 곳곳에 쌓인 건물이었다. 당시 청사 건축이 대부분 그러했듯, 계획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면적을 늘려온 탓에 전체 청사군의 허브 공간 역할을 해야 할 로비는 애매한 크기와 구조로 중앙에 자리 잡게 되었다. 구청 마당의 지하주차장, 동측의 보건소, ‘ㄱ’자 평면으로 돌출된 별관 등 복잡하게 얽힌 주변 건물과의 연계도 원활하지 않아, 노원구청 건물군 전체의 중추적 공공공간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공공 기능의 건물이 혼재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노원구민의 공적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공간의 구조와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개입과 질서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조성 공사’라는 긴 이름의 공모전에서 시작된 본 프로젝트는 작은 볼륨의 로비 공간을 확장하고, 내부에 북카페를 중심으로 한 구민 휴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단순히 지침서에 서술된 개요와 달리, 복잡하게 얽힌 청사 건축물 군 속에서 건축가에게 요구된 것은 적절한 개입을 통한 질서 회복이라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1990년대 청사 건축은 지역사회에서 공공공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노원구청의 기존 로비 역시 권위적인 공간 배치와 각 부서의 오리엔테이션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로비에는 카페, 전시대, 홍보용 현수막, 민원서비스 키오스크, 휴식공간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이로 인해 공간은 질서를 잃고 각 요소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충돌하는 환경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문화와 휴게라는 기능을 더하는 동시에, 청사 단지를 연계하는 로비 공간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축하고, 적절한 질서의 스케일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로비는 본 청사의 입구와 식당, 지하주차장, 신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계획되었다.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는 청사 로비
그 해결책으로 로비 문화휴게공간이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양한 목적으로 청사를 찾은 주민들이 느슨하게 머물며 잠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렇게 열린 건축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이 장소를 ‘풍경을 발산하는 도시의 거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도시의 거실이란 도시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로비 문화휴게공간의 주재료 사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청사 건물군은 백색 타일로 외장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와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유지관리의 측면을 고려하여 재료를 선택하였다. 밝은색의 테라코타를 오픈 조인트 방식으로 외벽에 시공하였고, 내부에도 동일한 재료를 적용하여 외부와 내부, 도시와 공공건축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풍경의 발산’은 외부에서 들여다보이는 로비 내부의 풍경을 어떻게 틀 지을 것인가와 관련된다. 로비는 다양한 활동이 동시에 전개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선명한 프레임 안에 담고 싶었다. 외벽체는 전체를 바닥으로부터 2.4m 들어 올리고, 그 하부에는 두께 32mm의 광폭 슬라이딩 알루미늄 프레임 창호를 수평중간틀(transom) 없이 배치해 전체를 가로지를 수 있도록 했다. 외벽 전체를 커튼월 아트리움으로 만들어 공간의 크기를 강조하기보다는, 묵직한 테라코타 벽체 아래로 기둥의 간섭 없이 가로로 긴 풍경을 열어 두었다. 이는 구청을 찾은 시민들에게 내부를 보다 인간적인 스케일로 보여주고, ‘눈높이의 투명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가구로 만드는 건축
로비가 문화휴게공간으로서 작동하는 라운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공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현대 건축가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로 자리해왔고, ‘특정한 불확정성(specific indeterminacy)’이나 ‘다원성(polyvalence)’ 등 여러 방식으로 개념화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청사 로비의 여러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히 공간을 비워두기보다는 일관된 언어로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가구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가구는 폭과 높이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행위를 지원하는 가능성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장치이기 때문에, 로비 공간이 프로그램에 따라 구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연계되는 열린 장소를 만드는 데 적합했다. 동일한 재료와 구법으로 제작된 가구들의 크기만 변화를 주어, 휴식을 위한 평상, 대기용 벤치, 독서 테이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음악 감상용 의자, 책장, 카페 카운터, 공연 관람용 스탠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형을 정리했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공공 청사도 시간이 흐르며 지역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크고 작은 변화를 수반했고, 건축 역시 이에 맞춰 수정·변경되는 것은 당연하다.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공공건축이 담당해야 할 역할의 변화를 감지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기존 구조물 사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장소를 더하는 과정은 계획뿐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공공 청사가 지역사회의 라운지로서 기능한다는 것은 현대적 의미의 공공성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건축적으로 어떤 개입이 필요하고 또 가능한지 성찰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구보건축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구보건축
gubowork.com


노원구청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개관 월 – 금 9:00~18:00 
휴관 토, 일, 법정 공휴일
홈페이지 now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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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텍스처온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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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건축가 사진

조윤희
2015년부터 구보건축을 설립하여 도시건축연구용역 및 건축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와 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의 이로재와 미국 보스턴의 Howeler+Yoon Architecture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대, 성균관대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2016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2020 목조건축대상 특별상과 2021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홍지학
서울건축, 해안건축, 미국 보스턴의 CAU(Center for Advanced Urbanism)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5년 구보건축을 설립했다. 미국 MIT 건축대학원에서 Architectural Urbanism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역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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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조윤희(구보건축)+홍지학(충남대) 
설계 담당: 이문정
위치: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701-1 (노원구청)
대지면적: 11,814.6㎡
건축면적: 4,827.43㎡
연면적: 32,238.71㎡
규모: 지상 9층, 지하 2층
건폐율: 40.86%
용적률: 187.37%
외부 마감: 테라코타 패널
시공: ㈜하나건설이앤씨
발주처: 노원구청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건축가
조윤희(구보건축) + 홍지학(충남대 건축학부)
설계 담당
이문정
건축주
노원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