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일청소년독서실 앞(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37길 17)에서 집합 후 함께 이동합니다.

진행 최하영(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

삶의 방식은 각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그 선택들이 모여 작은 사회의 분위기가 바뀐다. 건축가는 개개인의 선택의 가능성을 넓혀주고 그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작은 공간과 모두의 거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원룸으로 대표되는 최소단위 주거공간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해볼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짜여진 길고 긴 복도로 대표되는 외부공간부터 조금씩 유연하게 변화해 가는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설계자로서 좀 더 중점적으로 건축적 시도를 해본 부분은 직간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시각과 청각의 교차점을 두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살짝 어둡고 좁은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보기로 했다. 코어를 중심으로 슬릿을 두어 층별 움직임이 눈에 보이고 소리가 들리도록 하고, 자연의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열린 공간에서 오는 환기도 공간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렇듯 복도의 분위기가 변화하게 되면 옆집 사람과 인사도 할 수 있고, 햇살 좋은날엔 넓은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복도를 모두의 작은 거실처럼 사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코니처럼 빛과 바람이 들고, 적절한 조명도 있고 식물도 자라는 생기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추억의 공간, 장소의 기억

유일주택 신축 이전에 이 자리에 유일목욕탕 건물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있던 목욕탕이 2000년대 들어서자 대중목욕탕 수요가 줄면서 작은 원룸 형태로 나누어 임대해서 유지되었다. 처음 이 대지를 만났을 때 벽돌로 된 굴뚝도 있고, 목욕탕 복도엔 오래된 체중계도 남아있었다.

한 때는 동네 사랑방이었을 유일목욕탕이 사라지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물리적으로 건물 자체가 사라지면 만남의 장소에 대한 추억의 색채도 조금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아쉽고,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무용담도 멀어지게 되는듯 하여 과거의 공간을 다른 형식으로 재현해보기로 했다.

만남의 장소에 대한 추억과 목욕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가 사라지는 대신 만남의 장소는 각 층 복도의 조경 앞 넓은 공간으로 대체하고, 물리적인 장소는 작게 나마 1인 목욕실로 거주자들이 공유하는 형식으로 남겨두었다.  

글 최하영, 박창현  사진 이상훈 

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

mindmaparchitects.com 

에이라운드 건축사사무소

aroundarchitects.com  

최하영
최하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핀란드 헬싱키 공과대학교(현 알바알토 대학교)에서 우드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후 조병수 건축연구소(BCHO architects) 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2017년부터 마인드맵 건축사사무소(mindmap architects)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기산동 단독주택, 2019년 전농동 유일주택을 시작으로 건축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박창현
박창현은 학부에서 가구를 전공하고 경기대 건축전문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2006년 건축사사무소SAAI의 공동대표를 하였고, 2013년부터 에이라운드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SKMS 이천 연구소’로 건축가 협회 BEST7을 2013년에 ‘조은 사랑채’로 서울시건축상, 2015년 ‘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대, 고려대 등에서 강의와 국내외 젊은 건축가 5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건축계의 지도를 독자적으로 그려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주택에서의 사회적 관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웃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형성에서 물리적, 심리적 제안으로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및 공동주택(다세대)
구조: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208.00㎡
건축면적: 117.30㎡
연면적: 534.00㎡
규모: 지상 5층, 지하 1층
높이: 19.12m
건폐율: 56.39%
용적률: 19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