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무료]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2025년 10월 29일 9:00AM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2) 기본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1)

낮은 문턱을 만드는 법

로비는 건축의 얼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비는 ‘얼굴’이라기 보다 ‘덧붙임’에 가까웠다. 필요할 때마다 가구가 덧대어지고, 정보가 중첩되며, 기능이 임시적으로 늘어났다. 안내 테이블은 높고 광활한 아트리움 속에 외따로 놓여 있어 직원들이 언제나 시선에 노출되어 있었고, 휴게 공간의 소파들은 역사(驛舍) 대합실처럼 거대한 스크린을 향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물품 보관함은 복도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관람 정보를 알리는 배너·종이 출력물·사이니지·모니터는 서로 중복되며 관람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박물관은 로비 공간인 으뜸 홀을 ‘무장애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사업목 표를 세웠지만, 우리는 그 이전에 먼저 로비의 서비스 ‘영역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존 건축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관람객을 환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로비를 재편하였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전시 안내–선형으로 묶기’, ‘휴게 공간–로툰다에 걸맞은 다방향적 구성’, ‘물품 보관함–새로운 켜를 통한 서비스 영역화’이다.

 

전시로의 진입이 가지는 선형성을 강조하고자, 다국어 번역기,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소, 브로슈어와 전시실 배치도 등을 비롯한 전시 정보를 하나의 긴 공간 안에 통합했다. 안내 영역은 상설전시관으로 이어지는 동선과 평행하게 배치하여, 전시 관람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도록 했다. 흩어져 있던 프로그램을 통합하면서 로툰다 한쪽 면을 따라 긴 선형 공간이 생겨났다. 이 선형 공간은 18m의 안내 데스크와 후면의 정보가 통합된 벽면, 캐노피로 구성된다. 캐노피는 로툰다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안내 직원들이 상부 아트리움의 개방감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안정감을 부여했다. 

 

휴게 공간은 상설 전시관, 어린이전시관, 입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 특정 방향성을 두지 않기로 했다. 등받이를 낮춰 좌석의 앞뒤 방향감을 줄였고, 의자 간 직각 결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유모차와 휠체어 사용자가 비장애인과 함께 둘러앉을 수 있도록 소파 유닛, 등받이, 손잡이, 협탁 등을 다양한 방향으로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디자인했다. 가구를 비워둔 공간에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휴게 영역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함께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물품 보관함은 복도와 화장실 사이에 하나의 ‘켜’를 새로 덧붙여 정의했다. 이 켜에는 물품 보관함뿐 아니라 수유실, 유모차 보관소, 음수대, 쓰레기통을 나란히 배치하여, 기존 복도에 무질서하게 노출돼 있던 서비스 영역을 질서 있게 정리했다.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10)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12)

기존의 으뜸홀은 밝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이 안에서 유일하게 어두운 재료는 2층 라운지 하단부의 흑요석이었다. 우리는 박물관의 원 건축가가 ‘전시를 보조하는 부분’을 검정으로 설정했다고 해석했고, 그 원칙을 따르되 소재는 달리하기로 결정했다. 매끈한 흑요석 대신 빛을 흡수하는 무광의 검정을 택했다. 짙은 흑색 계열의 금속·목재·컬러 콘크리트로 구현한 다양한 질감의 따뜻한 검정색은 로툰다의 빛과 소리가 반사되는 현란함 속에서도 차분히 가라앉은 배경이 되었다. 또한 대리석의 기념비적인 밝음과 대비를 이루며 서비스 영역의 시인성을 높였다.

 

특히 안내 데스크의 하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 국보인 반가사유상의 의복과 의자 하단에 우아하게 드리워진 천의 주름을 모티브로 삼았다. 반가사유상에서 차용한 입체적 패턴은 4개 타입의 패널이 되어 8개의 패턴 조합을 만들었다. 패널은 알루미늄 몰드에 고강도 컬러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한 뒤, 샌드블라스트로 마감하여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으로 완성했다. 패턴은 시각적 품격과 함께 베리어 프리 공간에 필요한 촉각적 즐거움도 함께 부여했다.

 

‘무장애’라는 이름의 별도 구역을 설정하기보다, 모든 공간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정하였다. 먼저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안내 데스크의 높이를 기존보다 10cm 낮췄다. 휴게 공간의 좌석 높이를 일반 의자보다 약 3cm 낮추어 휠체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좌석 옆에는 단단한 원형 손잡이를 두어 사용자가 일어서거나 앉을 때 편리함을 더했다. 휴게 공간의 가구 모듈 역시 유모차와 휠체어가 자연스럽게 조합되도록 크기를 고려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방문객이 찾는다. 분산돼 있던 시지각 정보를 하나로 엮고, 건축과 무관하게 임시로 덧붙여진 가구와 프로그램을 정돈해 로비를 다시금 ‘환대의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밝은 대리석과 따뜻한 검정이 겹쳐진 로툰다 한가운데에서, 관람객은 전시로 향하는 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람 정보를 얻고, 어느 방향에서도 모여 앉아 쉴 수 있다. ‘낮춤에 맞춤’된 이 로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건축적 위엄을 한층 또렷하게 드러낸다.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 사진  texture on texture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

societyofarchitecture.com

/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건축가

강예린, 이치훈

강예린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수학했다. OMA 로테르담과 협동원을 거쳐 이치훈, 정영준과 함께 2010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이하 SoA)를 설립했으며, 2019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생산도시’를 기획했으며, 2023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초청 작가로 참여했다.

 

이치훈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강예린, 정영준과 함께 SoA를 설립하였으며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한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2015), 젊은건축가상(2015), 김수근 프리뷰상(2016), ‘아키텍처럴 리뷰’가 주관하는 신진건축가상 파이널리스트(2016)에 선정되었으며 코리아디자인어워드(2021),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2023)을 수상했다.


대지면적: 1292.56㎡

시공: 주성디자인랩

제작협력: 랩크리트(콘크리트 패널), 트림웍스, 조영산업(휴게공간 가구)

발주처: 국립중앙박물관

/
[리사이징] OH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에스오에이 도면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건축가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설계 담당
김보람, 송가현, 이민규, 이영지, 홍승은
건축주
국립중앙박물관
일시
2025년 10월 29일 9:00AM
집합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관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