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하우스(시간제)
승효상(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2025년 11월 2일 7:00AM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
참가비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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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그램은 건축가의 설명 없이, 현장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며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진행 승지후 소장, 엄기범 실장(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1990년대 지어진 전형적 다세대주택 두 채를 새로운 용도에 맞춰 개수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전형적이라고 함은 별 건축적 고민없이 법규내에서 최대용적으로 쉽게 지어 분양수익을 극대화하는 소위 집장수 집이라는 뜻인데, 그런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지역 속에 있었다. 그러나 주변 건물 중 일부는 카페 혹은 작은 패션샵들로 조심스럽게 변신하고 있어 이 지역은 조만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할 조짐이 역력하였다. 그리고 의뢰인은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고 하며 이를 위한 전시공간과 부대시설로 이 다세대주택을 바꾸어 줄 것을 요청했다.

 

문득 오래전에 써서 이곳저곳에 발표한 “현대의 유적”이 생각났다. 대충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건축은 언젠가는 소멸할 수 밖에 없으며, 새로운 환경에 따라 재개발도 되어야 하고 변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라 건축이 바뀌더라도 수 많은 세월 동안 그 장소에 새겨졌던 삶에 대한 기억을 유지시켜 다음 세대에 이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헝가리 태생의 맑스주의 철학자인 게오르규 루카치(Gyorgy Lukacs 1885-1971)의 말을 빌리면, 바른 진보란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시대의 업적을 흡수하여 이루어지는 누적적인 일이다. ….. 좀더 인용하면, 그는 '미적 반영의 요소에서 시간과 공간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설명하며 시간은 인류발전의 공간이라고 규정하고 공간예술에서 시간의 가치를 중요시 한다. 또한 그는 예술에 있어서 총체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예술을 주목하는 항목에서 모든 예술적(리얼리즘적) 반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회-역사적 맥락임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글의 말미를 이렇게 썼다.

 “우리의 도시와 건축은 우리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저 높이 저 깊이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랜드마크 같은 유명한 건물이 우리의 삶의 일부였으면 마찬가지로 산동네 달동네도 우리의 정겨운 삶임에 틀림이 없으며, 욕지기 나는 천민자본적 건물군도 분명한 20세기말 우리의 삶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의 존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존재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들은 배척되거나 제거되어야 했던, 그래서 곧잘 이들의 삶을 애써 부인했던 전시대적, 정체적 논리를 극복하고 이들을 우리의 삶 속에 다시 살려내어 그 속의 아름다운 체계를 지혜롭게 재구축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미래는 그 영속성을 낙관할 수 있을 터이다. 이들을 우리의 유적으로 여기자. 이들, '현대의 유적'을 일으켜 세우는 것, 이것이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의 또한 중요한 사명이다.”

 

졸문이지만 이 프로젝트에 딱 맞는 내용이었다. 그러했다. 비록 건축적 개념이 남루했어도 이 건축 속에 30년이 넘는 삶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치들을 죄다 남겨야 했으며 그들이 외부든 내부든 새롭게 된 건축에 드러나 존재한 다음, 앞으로의 삶의 흔적이 덧대어지면, 이 건축은 보다 풍요로운 풍경을 만들 것이 분명하였다. 

 

두 필지를 합하여 남는 건폐율로 두 건물을 연결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의 코어를 만들고, 높은 층고의 전시공간을 위해 털어내어 모아지는 용적율로 상부에 증축하여 전체의 얼개를 잡았다. 작은 세대를 나누던 벽체는 가급적 그대로 두어 작은 공간의 역사도 잇는다. 그리고 전체를 흰색으로 씌었다. 뜯겨진 벽체, 제거된 설비와 장치의 흔적, 떨어져 나간 계단 등 모두가 다르고 재료의 텍스춰도 달라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모두를 흰색으로 덮어 모두가 하나되게 했다. 그러면 과거의 삶이 여기저기서 보여 새로운 삶과 얽혀지면서 그 새로운 서사는 스스로 고유하여 빛날 것으로 여겼다.

 

승효상 사진 노경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ir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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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징] OH 시우당 이로재 승효상프로필

승효상

1952년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북런던대학,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비엔나공과대학, 북경중앙미술학원 등에서 가르쳤다. 현재는 동아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와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서 오랜 기간 공공직무를 수행했다.

 

15년간 김수근 문하에서 활동한 후, 1989년 이로재를 창설했다. 그는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을 건축의 중심 주제로 삼아 작업해 왔으며,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다. 미국건축가협회는 그에게 Honorary Fellowship을 수여했고,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2002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2019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하며 그의 오랜 문화적 공적을 기렸다.

 

그는 ‘빈자의 미학’을 시작으로 ‘묵상’, ‘Natured’, ‘솔스케이프’ 등 인문학적 가치와 건축을 탐구한 저서를 다수 집필한 건축가이다.


[리사이징] OH 신사하우스 이로재 (24)

의뢰인: 주식회사 타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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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
건축가
승효상(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건축주
주식회사 타만타
일시
2025년 11월 2일 7:00AM
집합 장소
건물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