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중동 주택
이상진(건축사사무소 상건축)
2025년 11월 1일 5:00AM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참가비 10,000원
2.[리사이징]1
2.[리사이징]2

*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세요.

*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는 외부 전경이나 세부적인 생활 공간은 촬영이 제한되며, SNS 게시를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판교지구 서쪽 끝, 청계산에 기댄 대지는 인접 주거단지와의 경계에 놓여 있어 서쪽으로는 소나무 숲을 마주한다. 산자락에 조성된 이 땅은 3m에 가까운 고저차를 가지며, 격자로 나뉜 필지들 중 코너에 자리한다. 결국 이 집의 큰 그림은 법이 그려준 셈이었다. 주차장 출입구의 위치와 폭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소나무 숲을 마주하는 서측 외벽의 길이 또한 제한되어 있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어떻게 개방적인 집을 만들 것인가가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우리는 전형적 의미의 ‘방’을 집 안 깊숙이 스며드는 외부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도심형 주거에서의 개방감은 단순히 큰 창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연결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몇 개의 방이 요구되었지만, 부부가 살아갈 공간의 성격은 방의 개수가 아닌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정해졌다.

직각이 없는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수용한 집은 절반가량이 외부공간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부수적인 공간들은 촘촘히 압축되었고, 주된 공간들은 바닥과 천장의 높이 변화를 통해 용도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비례를 가지며 집의 안쪽으로 열려갔다. 전형적 형태에서 벗어난 이 공간들은 각각 독립된 외부공간과 맞닿으며 개방감을 획득한다.

 

경사진 지표면과의 관계 속에서 건축은 외벽과 별개로 한 켜 물러섰다. 이로 인해 생긴 틈은 집으로의 진입을 이끌었고, 경사를 따라 사선으로 세워진 다소 낯선 어휘의 벽은 도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차량 동선을 유도하며 도시와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이러한 흐름은 내부 포치로 이어지는데, 이는 대문을 지나 현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설계한 결과이다. 빛과 어둠, 바람과 자연을 끌어들여 도시와 집의 경계를 수평적으로 연장한 것이다. 집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나의 공간적 경험이 되도록 했다.

 

포치에서 시작된 보이드는 건축 전체를 관통하며 도시로 발산된다. 안마당을 품은 중정형 주택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내부화된 외부공간들 덕분에 건축은 형태의 경직성을 잃는다. 형태로 구속되지 않는 공간들은 도시와 맞닿으며, 이는 곧 개방감이자 아늑한 마당이고 미시적 도시의 시퀀스가 된다. 줄눈이라 불리는 입면의 패턴을 제거해 돌의 질감만 남긴 외벽과, 그 무거움을 덜어내는 보이드가 만나 주변 주거지의 단절된 풍경 속에서 먼저 말을 건네는 집이 되기를 바랐다.

 

건축사사무소 상건축 사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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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건축사사무소 상건축

officesang.com

 

상건축은 단순한 건축을 지향한다. 건축의 안팎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다. 우리는 대지에 대한 고유한 해석을 통해 이 복잡성을 풀어내고, 그 과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이 단순화의 과정은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까지 이어지며, 작은 부분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집요한 일관성으로 완성된다. 그 결과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건축이다.

 

이상진
이상진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이진욱건축사사무소와 모노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21년 독립하여 건축사사무소 상건축을 설립해 이끌고 있다.


대지면적: 229.6㎡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건폐율: 49.99%

용적률: 89.95%

가구: (주)일도노 + 건축사사무소상건축

조경: 오픈니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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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건축가
이상진(건축사사무소 상건축)
일시
2025년 11월 1일 5:00AM
집합 장소
비스트로도마 앞(경기 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83)